지난 17일 오후 안국역 인근에서 보수 유튜버들이 탄핵 찬성측 시위자와 시비가 붙자 경찰이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중재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 관련 집회 현장 생중계를 주된 콘텐츠로 삼는 유튜버가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현장에서 분노를 자극하거나, 공격적으로 도발하는 방식으로 이목을 끄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문가 사이에선 이런 현상 이면에 콘텐츠가 자극적일수록 수익이 극대화되는 구조가 있다는 분석과 함께 "집회 현장이 유튜버들의 '혐오 비즈니스'의 장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CBS노컷뉴스가 지난 3월 17일~21일 사이 극우 성향으로 거론되는 유튜버 8명의 집회 생중계 콘텐츠를 분석한 결과, 이들에게는 탄핵 찬성 입장을 가진 유튜버 혹은 탄핵 찬성 집회 현장을 찾아 자극하거나 도발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이 올린 생중계(유튜브 라이브) 영상 제목에는 '총력전 민노총 쁘락치 척결', '헌재 앞 실시간 애국 보안관 출동', '좌파에게 참교육 하고 오기' 등의 문구가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격투기 선수 출신 유튜버 A씨(구독자 2만 여명)는 지난 21일 오후 8시쯤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서울 종로구 안국역 1번 출구에서 "좌파 본진에 간다. 좌파 뒤통수 한 대 때려 뿌자(버리자). 열 받는다"고 말했다. A씨가 탄핵 촉구 집회 현장인 광화문 광장에 찾아가는 장면이 담긴 이날 라이브 방송에는 오후 10시쯤 동시 접속자 수가 929명까지 치솟았다.
구독자 2만 7천 명 규모의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 B씨 역시 지난 17일 라이브 방송에서 "좌파 많은 곳 좀 알려 달라. 정찰하러 가려 한다"고 말했다. 조수석에 타 있던 또 다른 유튜버 C씨는 "정찰하러 갔다가 마음에 안 들면 지져야죠"라고 말하며 웃었다.
유튜버 B씨와 C씨는 헌법재판소가 있는 서울 안국역으로 향했고, 탄핵을 찬성하는 집회 참여자와 마주치자 욕설을 내뱉었다. 이에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갔지만 주변 사람들의 만류로 거리가 벌어졌다. 이 장면이 송출되는 동안 실시간으로 '너무 든든하다', '(찬성 측 집회 참여자가)쫄아서 뒷걸음칠 친다', '치고 빠져라'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지난 17일 한 보수 유튜버 채널에 업로드된 "좌파에게 참교육 하고 오기"라는 제목의 영상 화면. 유튜브 화면 갈무리상대 진영과의 아슬아슬한 갈등 장면을 송출한 유튜버들은 대부분 라이브 방송 화면에 은행명과 계좌번호를 적어뒀다. 일부 유튜버들은 방송 중에 "슈퍼챗(유튜브 생방송 중 시청자가 후원금을 내는 기능)을 쏴 달라"거나 "후원해 달라"고 노골적으로 유도하기도 했다.
유튜버 A씨는 지난 21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약 2시간 동안 광화문 광장 탄핵 찬성 집회 현장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동안 슈퍼챗 후원으로만 42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유튜버 B씨는 '헌재 앞 실시간 애국우파 보안관 출동'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11일부터 1~2일 간격으로 헌재 앞 상황을 송출한 뒤로 수백만 원대의 슈퍼챗 수입이 발생했다. 지난 20일 기준 유튜브 코리아 슈퍼챗 순위 30위권 진입에 성공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유튜버들이 자극적인 콘텐츠를 통해 수익을 올리기 위해 집회 현장에서 충돌을 부추기거나 직접 갈등 상황에 가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신문방송학 교수는 "(윤 대통령 탄핵 관련) 시국선언이 이뤄지는 장소에 갔다가 유튜버들이 물리적 충돌 상황이 벌어지자마자 (그 장면을 생중계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뛰어가는 장면을 봤다"며 "유튜버들은 시국선언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갈등, 그리고 서로를 향한 모욕을 보여주는 일에 더 관심이 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을 생중계하는 행위로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유튜브이기에 유튜브를 중심으로 일종의 '혐오 비즈니스', ' 분열 조장 비즈니스' 체계가 갖춰졌다"며 "유튜브 시장에서 선점 효과가 큰 것이 극우 유튜버인 것은 맞지만, 극좌 유튜버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는 유튜브 등 플랫폼에도 '혐오 비즈니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사회학 교수는 "(혐오 비즈니스로) 가장 이득을 보는 주체는 유튜브 등 플랫폼 업체"라며 "유튜브 등 플랫폼에게도 이해 당사자로서 책임을 묻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