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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장소, 서로 다른 눈으로 보다…'Going1_강화'

57th 갤러리 24일까지
김연수, 김소향, 박미애, 이나나
'탕진수묵' 심화반 단체전

간호학, 사학, 디자인 등 각자 전공만큼이나 보는 시각이 다르다.

지금은 보기 힘든 뻥튀기 기계에서부터 거미집에 갇힌 잠자리, 유리창에 비친 두 개의 풍경, 철종이 왕에 오르기 전에 머물렀던 용흥궁까지.

지난해 가을 강화로 함께 떠난 스케치 여행을 통해 제작한 작품을 모아 전시하게 된 것.

대표적인 한국화가 김선두 화백(67, 중앙대 한국화과 명예교수)이 지도하는 전통문화재단 평생교육원 수묵드로잉 작가양성과정인 '탕진수묵' 심화반인 김연수, 김소향, 박미애, 이나나 작가가 모여 전시를 열었다.

'탕진수묵', 수묵을 탕진(蕩盡)하다는 뜻이다. 기존의 수묵화를 탕진해 버리고 필묵의 탄탄한 기본을 토대로 자유롭고 새로운 자신의 형식을 지닌 수묵화를 그릴 수 있는 한국화 작가 양성을 목표로, 김 화백이 지도하고 있는 수묵드로잉 작가양성과정의 이름이다.

전통 기법으로 현대적 한국화의 지평을 넓혀온 김 화백은 임권택 감독 영화 '취화선'에서 조선시대 3대 화가로 불리는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1843~1897)의 그림 대역을 맡고, 김훈 소설 '남한산성' 표지화를 그려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사군자의 선, 즉 곡선(蘭난), 직선(竹죽), 반곡선(菊국), 반직선(梅매)을 바탕으로 한 '수묵드로잉' 수업을 통해 작가로서의 기초를 다지고 현대 미술의 새로운 장을 여는 작가를 키워내는 과정이다.

김연수, '뻥이요 1', 장지에 혼합재료, 45x55cm, 2025. 김 작가 제공김연수, '뻥이요 1', 장지에 혼합재료, 45x55cm, 2025. 김 작가 제공얼핏 보면 곤충같기도 한 물건의 정체는 어린 시절 보던 뻥튀기 기계.

최근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전으로 호평을 받기도 한 김연수 작가는 강화 조양방직에서 본 뻥튀기 기계를 소재로, "조그마한 쌀이 크게 튀어져 나오듯이 우리의 꿈도 커져나왔으면 한다는 긍정적인 의미와 함께 이른바 거짓말을 뻥 친다고 하는데 뻥을 치고 났더니 또 새로운 뻥이 생기고 할 수 있다는 의미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간호학을 전공한 김 작가는 서예가로 활동하다 수묵화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개인전 '바라보다'(인영갤러리)와 단체전 '황창배를 기억하다'(동덕아트갤러리) 등에 참여했다.  

디자인을 전공한 김소향 작가는 "옛 한옥 그대로의 모습인 용흥궁 안으로 들어가 보니 옛 과거의 일상 속으로 들어 간듯한 착각이 일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 현재 사용하는 CCTV와 소화기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것이 이질적이고 낯설었다"면서도 "이로 인해 과거와 현재의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되었고, 추상적인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고자 옛 장소에 현재의 물건들의 이미지로 형상화했다"고 했다.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한국화과를 졸업한 김 작가는 개인전 '작은 위로와 행복에 대하여'(인영갤러리)와 단체전 2024 MSUD X CHUNG-ANG(미국 콜도라도주 덴버대학교) 등에 참여했다.  

김소향, 시간-용흥궁, 장지에 먹, 분채, 144x101cm, 2025. 김 작가 제공김소향, '시간-용흥궁', 장지에 먹, 분채, 144x101cm, 2025. 김 작가 제공사학을 전공한 박미애 작가는 강화에서 본 거미줄에 옮아매어 죽어 있는 잠자리를 소재로 삼았다. 잠자리를 노려보고 있는 거미의 눈이 앙증맞다.

20일 전시장에 만난 박 작가는 "비전공자라 여기저기 배우러 다녔는데 본인 스타일 대로 하지 않으면 화를 내시는 분들이 90%였다"며 "김선두 선생님은 다 하라고 하시고 여전히 배울게 많은 정말 존경하는 스승"이라고 했다.  

박 작가는 '空(공), 터 展' 개인전 (가나인사아트센터)와 단체전 K.ART 프로젝트(예술의 전당) 등에 참여했다.  

박미애, '잠.자리', 장지에 먹, 73×90cm, 2025. 박 작가 제공박미애, '잠.자리', 장지에 먹, 73×90cm, 2025. 박 작가 제공
35년차 광고 카피라이터인 이나나 작가는 유리창에 비친 두 개의 풍경을 포착했다.

이 작가는 "두 개의 풍경은 서로 교차하면서 경계가 모호하다. 습관적으로 실재와 실재가 아닌 것들을 구분하려다 보면 어느새 시공간의 진공상태로 빨려들어감을 느끼게 한다"며 "우리가 바라는 세상도 삭막한 네모의 벽돌이 아니라 투명한 유리창처럼 다른 풍경을 서로 비추며 스며들어야 새롭게 창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작가는 개인전 '탕진수묵 10_수묵 위에 불시착'(인영갤러리)와 단체전 '황창배를 기억하다'(동덕아트갤러리) 등에 참여했다.  

이나나, 'Window_하나의 풍경, 두 개의 상상', 장지에 채색, 71.7×90.9cm, 2025. 이 작가 제공이나나, 'Window_하나의 풍경, 두 개의 상상', 장지에 채색, 71.7×90.9cm, 2025. 이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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