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하는 한중일 외교장관. 연합뉴스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세 나라는 3국 협력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지만, 세부 내용에 있어서는 시각차를 보였다.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공조를 강조했다. 반면 중국은 북핵과 러시아 파병 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미국 견제를 위한 역내 경제통합 추진에 방점을 찍었다.
韓日 "불법적 북러 군사협력 중단"…중국은 침묵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이날 도쿄 외무성 이쿠라공관에서 제11차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를 열고 협력 방향 및 지역 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한중일 외교장관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의 유지가 3국의 공동 이익이자 책임"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조 장관이 "셋으로 된 모든 것은 완벽하다"는 라틴어 격언을 인용해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자 두 장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하기도 했다.
다만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에 대한 입장차는 엿보였다. 조 장관은 "불법적 러북 군사협력은 즉각 중단돼야 하며 북한이 우크라이나 종전 과정에서 잘못된 행동에 대해 보상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야 외무상도 "북한의 비핵화가 공통의 목표이며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비롯해 긴밀히 의사소통하고 싶다는 점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왕이 부장은 "우리는 국제사회와 협력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공동으로 유지할 것"이라는 원칙적 입장만 표명했다.
한반도 정세에 대해선 "복잡하고 예민하며 불안정성과 불확실 요소가 늘고 있다"며 "각 측은 한반도 문제의 근원을 직시하고 마주 보고 선의를 내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과 북러 군사협력 문제는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발언 수위가 달랐던 점에 대해 "중국은 중북관계도 관리해야 할 것이고 표현 선택에 있어 예전보다 더 조심스러워진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中 "역내 경제통합" 제시하며 한미일 결속에 견제구
악수하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 연합뉴스경제 협력 방안을 두고도 견해차가 드러났다. 왕이 부장은 "우리는 역내 경제통합 추진에 합의했다"며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확대 추진 등 구체적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맞서 중국이 역내 경제 협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에 조 장관과 이와야 외무상은 "다음 달 도쿄에서 '한중일 문화교류의 해' 행사를 개최한다"며 인적·문화 교류 확대 방안만 거론했다. 중국 측이 강조한 역내 경제통합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협력방안이 논의되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들은 올해 일본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를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개최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데 뜻을 모았다. 또 올해와 내년 한국과 중국에서 각각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 경주 APEC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할 가능성에 대해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아주 오지 못할 돌발 상황이 생기지 않으면 오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