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흥국생명과 정관장의 5차전. 정관장 염혜선이 정호영에게 수신호로 사인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비록 졌지만 위대한 패배였다. 프로배구 여자부 정관장은 13년 만의 정상에 도전했지만 '배구 여제' 김연경(37)을 앞세운 흥국생명에 파이널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컵을 내줬다.
정관장은 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 5차전에서 흥국생명에 세트 스코어 2 대 3(24-26 24-26 26-24 25-23 13-15) 역전패를 안았다. 1, 2차전을 내주고 3, 4차전을 따내는 기세를 몰아 5차전 승리를 노렸지만 무산됐다.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우승이 무산됐다. 정관장은 통합 우승을 이룬 2011-12시즌 이후 무려 13년 만에 챔프전에 진출한 데 만족해야 했다.
정관장은 정규 리그를 3위로 마친 뒤 2위 현대건설과 플레이오프(PO)를 이기고 챔프전에 올랐다. 당초 정관장은 주포 부키리치와 미들 블로커 박은진이 정규 시즌 막판 부상을 당해 열세가 예상됐지만 이들이 복귀해 업셋을 이뤘다.
챔프전에서도 정관장은 정규 리그 1위 흥국생명에 밀릴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전력 면에서도 그렇지만 올 시즌 뒤 은퇴를 선언한 김연경의 화려한 마무리를 위한 흥국생명의 의지가 강했던 터였다. 김연경은 포스트 시즌 미디어 데이에서 "미안하지만 3승으로 끝내겠다"고 챔프전 각오를 다졌다.
과연 흥국생명은 안방에서 열린 1차전에서 정관장을 3 대 0으로 완파하며 기세를 올렸다. 2차전에서도 풀 세트 끝에 정관장을 누르고 우승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정관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대전 홈에서 열린 3차전에서 1, 2세트를 먼저 내주고도 내리 3세트를 따내며 기사회생했다. 4차전에서도 정관장은 풀 세트 접전 끝에 흥국생명을 꺾고 승부를 마지막 5차전으로 몰고 갔다.
부상 투혼을 보인 정관장 주전 세터 염혜선이 현대건설과 PO 3차전을 이긴 뒤 했던 발언처럼 됐다. 염혜선은 당시 김연경의 이른바 '라스트 댄스'와 관련한 질문에 "드라마를 보면 악역이 정말 독하다"면서 "우린 독한 악역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정말 독하게 배구했다. 이날 5차전에서도 정관장은 1, 2세트를 앞서다 내줬지만 3, 4세트를 따내며 정말 마지막 승부까지 연출했다.
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흥국생명과 정관장의 5차전. 정관장 메가가 득점에 성공한 뒤 정관장 고희진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관장은 김연경이 5세트 승부처에서 몸을 날린 수비 투혼을 보인 흥국생명에 2점 차로 우승컵을 내줬다. 현대건설과 PO 3경기를 치른 체력적 여파 때문인지 표승주는 어이 없는 리시브 실책을 범하기도 했다. 그러나 역대급 명승부에서 주연 못지 않은 훌륭한 조연으로 손색이 없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정관장 고희진 감독은 "흥국생명 선수단 우승을 너무 축하드린다"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 이어 "김연경도 한국 복귀 이후 기다리고 기다린 우승일 텐데 몸을 던지는 수비 하나가 우승을 만들어냈다."면서 "그 디그가 아니었다면 경기 몰랐을 텐데 그만큼 우승이 간절했다. 축하드리고 수고했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관장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이 더 컸다. 고 감독은 "제일 자랑스러운 건 우리 선수들"이라면서 "파이널까지 끌고 간 것도 대단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명승부를 만들어준 선수들이 더 자랑스럽고 수고했다. 너무 고생했다"고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