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2025~26년 경제전망(전년동기대비, %, 억달러, 만명). KDI 제공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경제연구원)가 올해 한국 경제에 대해 불과 4개월 만에 0.8%p 하향조정하며 0%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심지어 이조차도 미국이 상호관세 인상 조치를 90일 유예해 10% 관세율이 부과되고 있는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는 전제 아래 예상한 결과로, KDI는 만약 유예기간이 종료된 후 관세가 오른다면 이보다 상황이 더 악화된다고 관측했다.
KDI는 14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KDI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에 대해 건설업 부진과 통상여건 악화로 0.8%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2월 발표했던 'KDI 경제전망 수정'에서 1.6%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던 것보다 0.8%p 떨어진 결과다. 지난 2월 당시에도 전년 11월 전망보다 0.4%p 하향조정했던 점을 감안하면, 반년새 1.2%p나 전망이 하락한 셈이다.
KDI는 또 내년에는 통상분쟁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완만한 내수 회복으로 1.6% 성장에 그칠 것으로 봐서, 1% 이하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더구나 KDI 김지연 전망총괄 연구위원은 "현재 (미국의 상호관세 인상 조치가 90일 동안) 유예된 상황이 지속되는 것으로 전제했다"며 "상호 관세 유예가 종료되면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이 추가적으로 조금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의 경제 성장률에 대해 정부는 1.8%를 예상했고 한국은행은 1.5%로 전망했다. 해외에서도 IMF(국제통화기금)이 1.0%,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ADB(아시아개발은행)은 1.5%를 예상했는데, KDI는 이들보다 훨씬 낮은 전망치를 내놓았다.
다만 최근 현대경제연구원(0.7%), JP모건(0.5%), 씨티(0.6%) 등 민간에서는 0%대 성장을 전망한 바 있다.
이처럼 하향 조정한 근거로 KDI는 최근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성장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라며 "내수는 정국 불안에 따른 심리 위축이 지속되고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가시적인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출은 최근까지 반도체의 호조세에도 불구하고 여타 산업의 부진으로 둔화되고 있으며, 향후에는 미국 관세인상으로 수출 여건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하고, 이를 종합해 "통상 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KDI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저희가 0.8% 하향 조정한 것 중에서 대외에서 발생한 충격으로 인해서 우리 경제에 파급된 것의 영향이 대략 0.5%p, 정국 불안이 잘 해소되지 않고 건설업 공사가 지연되는 등 대내 충격이 0.3%p 정도로 산출됐다"고 설명했다.
KDI는 이처럼 반도체를 제외한 산업이 부진한데다 대외 여건이 악화된 탓에 지난해 7.0% 늘었던 수출이 올해는 0.3%, 내년에는 0.8%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도 회복되지 못하면서 민간소비는 금년에도 1.1% 내외의 낮은 증가율에 그치지만, 정국 불안의 영향이 완화되고 금리 인하도 반영되면서 내년에는 1.6%의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봤다.
발길 뜸한 남대문시장. 황진환 기자 또 KDI는 소비자물가는 경기 둔화 및 유가 하락으로 올해 1.7% 상승하고, 내년에는 국제유가 하락폭이 축소되고 내수도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1.8% 오른다고 전망했다.
건설투자는 지난해(-3.0%)에 이어 올해(-4.2%)도 감소세를 면치 못하지만, 건설수주가 개선된 영향이 점차 반영되면서 내년에는 2.4% 정도 증가해 부진이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의 경우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고용여건 악화로 취업자 수 증가폭은 지난해 16만 명에서 올해 9만 명, 내년 7만 명으로 급감한다고 예상했다.
특히 KDI는 한국이 "미국 관세정책과 여타 국가들의 대응에 따라 평소에 비해 상당히 높은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내적 위험요인으로는 "주택경기가 하락하면서 건설업체들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는 경우, 건설투자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을 짚었다.
이에 대해 KDI는 정부를 향해 "최근 큰 폭의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추가적인 재정지출에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잠재성장률 하락에 따른 세입 여건 악화와 국민연금 지급보장 법제화 등을 감안하여, 재정건전성이 크게 훼손되지 않도록 사전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 대규모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발생했던데다, 최근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하기로 확정하면서 적자폭이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다.
통화정책에 있어서는 "물가 하방 압력에 대응하여 보다 완화적인 기조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짚고, 금융 측면은 대체로 안정적이나 "구조적으로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부실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자제하고 거시건전성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실장은 "재정정책을 신중하게 하자는 것의 의미는 추가 추경이 절대로 안 된다는 말은 아니다"라며 "지금 경기가 상당히 불확실성이 높은데, 전망보다 더 안 좋은 방향으로 크게 악화돼 추경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좀 더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리에 대해서는 "지난해 두 차례, 올해 한 차례 금리를 인하했는데, 지금 경기 등을 볼 때 올해도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경기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부정적인 영향도 분명히 있을 것이지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건전성을 해치면서 금융 규제를 통해 경기 부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