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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독일산 신기술 훔쳐가"…인증기관 'KTC' 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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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독일산 신기술 훔쳐가"…인증기관 'KTC' 피소

    국내 업체, 독일 신기술 계량기 유통 위해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에 시료 제출
    첫 번째 시료는 분실, 두 번째는 봉인 훼손
    정확한 실험 위해 관리 엄격한데…"이례적"
    "기술 유출 가능성"…KTC "사실관계 아직"

    형식승인 전문기관인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이 독일 유량기 제조업체의 신기술이 담긴 제품을 빼돌렸다는 혐의로 고소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형식승인 기관은 업체들이 제출한 시료(제품)를 기존 상태로 보전·보관하며 실험하는데, KTC는 한 업체가 제출한 첫 번째 시료를 분실하고, 또다른 시료는 봉인이 훼손된 상태로 반환했다.

    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분당경찰서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KTC 소속 연구원 등 2명을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3월 형식승인을 위해 제출받은 독일 Z사의 수도계량기 시료를 분실해 영업기밀을 침해한 혐의를 받는다.

    Z사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국내 업체 A사는 Z사의 신기술이 담긴 계량기를 KTC가 분실 또는 의도적으로 가로챘다며 올해 2월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첫 번째 시료는 사라지고, 두 번째는 봉인 훼손돼

    독일의 계량기 제조업체 Z사가 스마트 기능을 담아 새롭게 출시한 수도계량기. 정성욱 기자독일의 계량기 제조업체 Z사가 스마트 기능을 담아 새롭게 출시한 수도계량기. 정성욱 기자
    지난 2023년 12월 A사는 Z사가 새롭게 개발한 수도계량기 시료 3개를 KTC에 제출했다. Z사의 신기술이 들어간 계량기를 국내에 판매하기 위해서다.

    계량에 관한 법률 제14조는 계량기를 제조하거나 수입해 판매하려는 업체는 정부가 지정한 형식승인 기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KTC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형식승인 업무를 지정받은 공식 기관이다.

    하지만 3개월 뒤인 지난해 3월 KTC 측은 해당 계량기를 분실했다며 A사에 다시 계량기 시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A사는 계량기 제품을 다시 제출했고, 같은해 7월 KTC는 형식승인을 마치고 A사에 계량기를 돌려줬다. 하지만 이번엔 봉인돼 있어야 할 시료 일부가 훼손된 상태로 반환됐다.

    형식승인 기관이 시료를 분실하는 일은 흔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형식승인을 위해선 엄격하게 제한된 조건에서 실험이 이뤄져야 한다. 작은 충격이나 온도, 조건에 따라 결과값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시험기관은 시료를 봉인 상태로 실험실에 보관하는 게 일반적이다.

    A사 측은 "측정값이 달라지지 않도록 개봉이 불가하게 봉인 상태로 시료를 제출했는데, 돌려받은 시료에선 봉인이 모두 훼손된 상태였다"며 "가장 먼저 제출한 시료는 사라졌고, 두 번째로 제출한 시료는 봉인이 훼손된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제조사가 기술 유출 우려…규명 필요"

    A사가 형식승인을 위해 KTC에 제출했던 수도계량기(시료). 봉인 상태(녹색 원)인 오른쪽 시료와 달리 왼쪽 시료는 봉인이 훼손(빨간색 원)된 상태로 반환됐다. 정성욱 기자A사가 형식승인을 위해 KTC에 제출했던 수도계량기(시료). 봉인 상태(녹색 원)인 오른쪽 시료와 달리 왼쪽 시료는 봉인이 훼손(빨간색 원)된 상태로 반환됐다. 정성욱 기자
    Z사가 만든 계량기는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기능 등이 접목된 최신식 초음파 계량기다. 검침원들이 계량기 하나하나를 살펴보며 수치를 확인하는 아날로그 방식과 달리, 무선통신으로 연결해 휴대전화로도 실시간 물 사용량과 사용 패턴, 누수 지점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가 추진중인 스마트 검침 시스템의 주요 기술이기도 하다.

    Z사는 100년 넘게 이어온 독일의 유명 유량계 제조사다. 이번에 A사를 통해 국내에 유통하려 했던 계량기는 Z사 최초로 개발한 초음파 수도계량기다.

    하지만 이같은 신기술이 접목된 계량기가 형식승인 단계에서 분실되고 이후에도 봉인이 훼손된 채로 반환되자 A사는 올해 2월 KTC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A사 측은 계량기 시료가 분실된 과정이 석연치 않고 명확한 규명도 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A사 관계자는 "형식승인 업체에서 시료를 분실하거나 시료의 봉인을 훼손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Z사 입장에선 한국에 제품을 수출하려다가 신기술이 유출됐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명확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 고소가 진행되던 올해 초 KTC는 A사에 '담당 직원이 해당 시료를 자신의 사무실에 보관했는데, 이후 내부 공사 과정에서 분실됐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기술유출 의혹에 대해선 '그런 일 없다'고 답변했다.

    다만 CBS노컷뉴스의 질의에 KTC는 "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사실관계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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