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씨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민중기 특별검사팀 출범 한 달여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굳은 표정에 다소 위축된 듯 어깨가 굽은 모습으로 포토라인을 밟은 김씨는 이날 역대 영부인 가운데 처음으로, 특검에 공식 소환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김씨는 예정된 조사시간인 6일 오전 10시를 약 10분 가량 넘긴 오전 10시 10분쯤 검정색 카니발 차량에서 내려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특검 사무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씨는 검정색 치마와 자켓, 그리고 하얀색 블라우스 차림이었다. 머리는 뒤로 묶었고, 두 손에는 검정 손가방이 들려 있었다.
차량에서 내린 지점부터 특검 사무실 입구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약 2~30초 가량 대중에게 모습이 노출된 김씨의 얼굴은 다소 부어 있었고, 입은 굳게 다물어 굳은 표정이었다. 등과 어깨가 사뭇 굽어 있던 김씨를 향해 특검 사무실 인근에 모여든 지지자들은 응원의 구호를 크게 외쳤다.
건물에 들어선 김씨는 오전 10시 12분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건물 2층에 도착했다. 취재진 앞에 마련된 포토라인으로 천천히 걸어들어온 김씨는 "국민 여러분께, 저같이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이렇게 심려를 끼쳐서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수사 잘 받고 오겠다"고 말했다.
다만 '명품 목걸이와 명품백은 왜 받았나', '도이치 주가조작 미리 알고 있었나', '명태균씨와 왜 만나고 통화했나', '의혹 가운데 해명하고 싶은 게 있나' 등 취재진의 다른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조사실로 향했다. 대기실에 잠시 머무르던 김씨는 10시 22분쯤 조사실에 들어가 10시 23분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이날 특검은 김씨를 상대로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주얼리 관련 의혹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각종 청탁 의혹 △명태균씨 공천개입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이다.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 뇌물 혐의, 공직자윤리법 위반, 허위사실 공표 등 총 4가지 의혹을 집중적으로 물을 전망이다.
김씨는 2022년 6월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순방 당시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6200만원대), 까르띠에 팔찌(1500만원대), 티파니앤코 브로치(2천만원대) 등 1억원 안팎의 귀금속들을 신고 없이 착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공직자윤리법상 500만 원을 넘는 귀금속은 신고 대상이며, 미신고 시 과태료나 징계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당시 대통령실은 "지인에게 빌린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는 만큼, 특검은 김씨를 상대로 진품 여부와 재산신고 누락 경위, 습득 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캐물을 전망이다.
또한 특검은 윤씨가 2022년 4~8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씨에게 고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등을 건네고 그 대가로 통일교 교단의 여러 현안을 청탁했는지 여부도 캐물을 전망이다.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를 통한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도 이날 조사 범위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권 전 회장이 2009~2012년 주포들을 동원해 도이치모터스의 주가 조작을 진행할 때 돈을 대는 '전주(錢主)'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는데, 이날 특검은 해당 의혹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