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4회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단순한 협력을 넘어 이제는 연대와 공조를 통해 미래를 함께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4회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에서 "양국 셔틀 외교가 복원되고 한일 정상 간 만남이 다섯 차례나 이루어지면서, 한국과 일본이 서로 중요한 동반자 관계임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회장은 "민간 분야에서도 협력의 온기가 퍼지고 있다"며 "지난해 882만명에 달하는 우리 국민이 일본을 찾아 역대 방문 최대치를 기록했고, 일본은 한국을 두 번째로 가장 많이 방문했다"고 했다.
이어 "이 같은 협력의 분위기를 이어가고 기업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결실을 맺기 위해선 경제계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한일 간 협력이 말에만 그치지 않고 성과로 이어지려면 구체적으로 아이디어를 모으고, 직접 실험해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양국이 첨단기술 경쟁, 저출생·고령화, 지역소멸 등 공통의 구조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하고, 새로운 협력 아이디어로 관광 분야를 제시했다. 그는 "EU의 솅겐조약처럼 여권 없이 이동할 수 있는 체계를 도입한다면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가는 관광 프로그램이 없다"면서 "해외에 관광 상품을 만들어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방문하는 외국인이 많아지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제14회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 개최. 연합뉴스최 회장은 행사 후 취재진과 만나 "일본과 협력할 때 어려운 점은 많은 사람이 다 그 의견에 동의해야만 일이 진행되는 부분이 있다"며 "누가 좀 먼저 나서서 끌고 가는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기가) 조금 힘들기 때문에 (우리가) 이야기를 더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바야시 켄 일본상공회의소 회장도 "국제 정세의 큰 변화 속에 한·일 경제는 기존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라는 다자 간 경제 협력 체제를 중시하며 자유롭고 열린 국제 경제 질서를 지켜야 한다"며 "한·일 관계가 지금까지의 경쟁 구도에서 협력 구도로 나아가는 시대가 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한편 양국 상의는 이날 회의에서 AI·반도체·에너지 등 미래산업 협력, 저출산·고령화 공동 대응, 문화·관광 교류 확대 등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AI·반도체·에너지가 양국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산업이라는 데 인식을 공유하고, 안정적 투자 환경과 공동 공급망 구축에 뜻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