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소년 칼란 일스(17) 군이 챗GPT에 증상을 입력한 후 '희귀 난치병이 의심된다'는 답변을 받아 생명을 구했다. 그는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더 선' 캡처영국의 한 10대 소년이 의사의 오진을 의심하고 생성형 AI '챗GPT'에 자신의 증상을 물어 희귀 난치성 질환을 찾아내 목숨을 구한 사연이 알려졌다.
지난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선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글로스터셔주에 거주하는 칼란 일스(17) 군은 최근 감기를 앓은 뒤 급격한 체력 저하와 함께 발이 파랗게 변하는 증상을 겪고 지역 병원(GP)을 찾았다.
하지만 담당 의사는 그의 증상을 단순 혈액순환 장애에 해당하는 '레이노 증후군(Raynaud's syndrome)'으로 진단했다. 의사는 별다른 정밀 검사 없이 "장갑을 끼고 몸을 따뜻하게 하라"고 처방했다.
일스 군은 의사의 진단에도 몸 상태가 예사롭지 않음을 직감하자 여자친구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평소 과제 등에 활용하던 챗GPT를 켰다.
자신의 증상을 상세히 입력하자, AI는 그의 증상이 '길랭-바레 증후군(GBS)'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갈랭-바레 증후군은 체내 면역체계가 신경을 공격해 근육 약화와 마비를 일으키며, 심할 경우 호흡 곤란으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희귀 신경 질환이라고 더 선은 전했다.
일스 군은 집에 돌아온 즉시 어머니와 함께 인근 응급실(A&E)을 찾았다. 정밀 검사 결과, AI의 진단은 정확했다. 의료진은 그가 GBS를 앓고 있음을 확인하고, 즉시 영국 브리스톨 왕립 병원(Bristol Royal Infirmary)으로 이송해 긴급 혈장 교환술을 시행했다.
의료진은 "AI의 진단이 맞았다"고 인정하며, 치료가 늦어졌다면 마비가 전신으로 퍼져 호흡이 정지되는 등 위험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병원에서 회복 중인 일스 군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증상이 악화해 혹시나 하는 마음에 AI에 물어봤는데 GBS라는 진단이 나왔다"며 "병원에서 '(AI에 검색한) 네가 옳았다(you're right)'고 했을 때 충격을 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내 목숨을 구하기 위해 AI에 의지해야 했다는 사실이 미친 것 같다"며 "국가보건서비스(NHS) 전체에 대한 신뢰가 깨진 것은 아니지만, 지역 1차 진료 의사들에게는 실망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례는 의료 현장에서 AI가 보조 진단 도구로서 가진 잠재력과 동시에, 1차 진료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간 의사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챗GPT 등 생성형 AI가 의사들도 놓친 희귀 질환을 정확히 찾아내 환자의 생명을 구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17명의 전문의가 원인을 찾지 못한 7세 소년의 병명을 AI가 '지방 척수수막류'라고 정확히 진단했고, 인도와 프랑스에서도 각각 '횡문근융해증'과 '호지킨 림프종'을 AI의 도움으로 조기 발견해 치료한 사례가 알려졌다.
하지만 학계에선 AI 오진 위험성을 경고한다. 2023년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편향된 정보를 학습한 AI 모델을 사용할 경우, 의사의 진단 정확도가 오히려 11%p 이상 급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I가 진단 근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설명 기능'을 제공하더라도, 의사들이 AI의 잘못된 조언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법조계도 의사가 AI를 활용해 환자의 질환을 오진할 경우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진단한다. 지난 10월 2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병원장협의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법무법인 우리누리 변창우 대표변호사는 "현재 의료 AI는 법적 주체가 아닌 '보조 도구'로 인식되며, 최종적인 의료적 판단과 책임은 전적으로 의료인에게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