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진 성남시장. 성남시 제공"빚 지면 갚아야 하고, 갚다 보면 망가집니다."
내리 4번의 국회의원에 이어 시장까지 20년 정치 인생을 보낸 신상진 성남시장의 관록이 느껴진다. 이른바 '무(無)빚 정치'다. 주변 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그 대가로 특혜를 주거나 권력을 나눠주는 정치 구조 자체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다는 문제 의식이다.
"나는 누구한테 빚 지는 걸 무척 싫어합니다. 빚을 지니까 갚아야 하고, 갚아야 할 사람이 많아지니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이재명 대통령 연루 의혹의 대장동 사태 수습 과정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또 다시 자당의 대통령이 탄핵되는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며 굳어진 그만의 소신이다.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 김건희 여사 처가 특혜 의혹, 대장동 개발 특혜, 쌍방울 대북송금, 통일교 커넥션 등 전·현직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은 정권이 바뀌어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신 시장은 사태의 근본 원인을 '정치적 빚'으로 꼽았다.
신 시장 본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취임 초 정치인과 지역 인사들로부터 인사와 개발 관련 청탁 쪽지가 쏟아졌다. 하지만 그는 단 한 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모든 결정은 시민의 이익과 객관적 사실만을 기준으로 한다"는 원칙 덕분에 '부탁이 통하지 않는 시장'이라는 별명이 따라붙었고, 시간이 지나자 청탁도 서서히 사라졌다.
신 시장은 9일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그 누구도 밥을 먹자거나 골프를 치자고 하지 않는다. 가끔은 좀 심심하다"며 웃어 넘기면서도 "무빚 정치 덕분에 성남시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우선 남은 과제들을 정리하고 나면, 이 경험을 기반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민 불신 해소 최우선… 지방채 조기 상환, 대장동 이익 환수로 회복
신상진 성남시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방문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이진수 법무부 차관, 노만석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 정진우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 4명에 대해 고발장을 접수했다. 성남시 제공신 시장이 말하는 '남은 숙제'는 전임 시장들이 남긴 부채와 불신이다. 그는 성남시민의 신뢰 회복을 시정 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대장동 개발사업이 민간업자에게 과도한 이익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으며 성남시민에게 불신을 안겼다. 은수미 전 시장은 선거캠프 출신 인사들의 부정 채용 의혹과 조폭 연루설에 휘말리며 불신을 키웠다.
재정 운영 측면에서도 문제가 컸다. 민선 8기 이전 3년간(2019~2021년) 성남시는 총 2400억 원에 달하는 지방채를 발행했다. 지방채 제로였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큰 후퇴였다. 시민 부담이 커졌고, 시 재정의 유연성도 훼손됐다.
그러면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정리'는 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가 최근 열을 올리고 있는 대장동 개발이익 환수가 대표적이다. 민간업자 4명에 대해 총 5673억원 규모의 가압류를 신청한 상태다.
"현직 대통령이 관련된 사건이라 그런지, 대형 로펌들이 다 수임을 거절하더군요. 결국 고문 변호사만 데리고 싸우고 있습니다. 그래도 시민 피해는 반드시 돌려받을 겁니다. 그래야 시민들이 시 행정을 믿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성남시 지방채 현황. 성남시 제공재정도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 신 시장은 효율이 낮은 사업을 축소하고, 불필요한 예산을 감축하면서 지방채를 2023년 1600억 원, 지난해 1440억 원, 올해 1120억 원으로 줄였다. 남은 지방채는 내년 1월 모두 갚아 '채무 제로 성남시'를 만드는 것이 신 시장의 목표다.
"예산이 다 필요한 건 아니에요. 정치적 빚이 없으면 불필요한 예산을 삭감하고, 시민에게 필요한 곳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겁니다."재선 다음은 대선… "'신세 없는 정치' 내가 보여주겠다"
신상진 성남시장. 성남시 제공신 시장은 우선 재선 도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물론 아직 섣부를 수도 있지만, 그는 20년 동안 지켜온 소신 만큼이나 자신 있게 말을 꺼냈다.
"3선 도전은 없습니다. 재선 다음은 대선입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명태균, 건진법사 등 비선 인사들과의 연루 의혹으로 정권 내내 발목을 잡힌 사례, 이재명 대통령이 김용·정진상, 김현지 등 주변 인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언급하며 "결국 신세를 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무빚 정치는 단지 깨끗함을 위한 게 아닙니다. 행정의 효율, 국민의 신뢰, 정책의 일관성 모두를 위한 현실적 선택입니다."의사 출신에, 4선 국회의원을 지낸 보수 진영의 중진급 인사인 신 시장. 시장으로서 지방행정 경험까지 더하며 '입법-행정-정책' 3박자를 두루 갖춘 인물이다.
신 시장은
"기회가 된다면 성남에서 보여준 정치의 새로운 모델을 대한민국 전체로 확장해보고 싶다"며 "누구에게도 신세 지지 않고, 각종 특혜·부정에서 자유로운 내가 적임자"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