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두 외교전략정보본부장(왼쪽)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 연합뉴스내년초 북미대화가 열릴 가능성에 대비해 한국과 미국이 대북정책 전반을 조율하는 정례 공조회의를 개시한다. 다만 통일부는 회의체에 공개적으로 견제구를 날리며 대북정책 주도권을 둘러싼 기싸움이 노출되고 있다.
한미 대북정책 정례회의 조율…"워킹그룹 부활 아냐"
14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한미는 이르면 오는 16일 대북정책을 정례적으로 논의하는 공조 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우리 측에서는 정연두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이, 미국 측에서는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가 수석대표로 참여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회의가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운영됐던 한미 워킹그룹과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당시 워킹그룹은 외교·통일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로, 남북관계 관리를 위한 사전 협의기구로 출범했다.
하지만 실상은 미국의 제재 기준을 한국이 사전 승인받는 구조 진행되며 남북 협력 사업에 번번이 제동이 걸렸다. 이에 우리 정부의 대북 자율성이 제한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회의는 별도의 협의체(워킹그룹) 신설이 아닌 기존 소통창구를 활용해 대북정책 논의를 정례화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대북정책을 내놓는다기보다는 한미간 메시지 조율과 속도조절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교-통일부 '주도권 다툼'에 李대통령 정리 있을까
정동영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공조 회의 출범에 앞서 대북 소통의 주도권을 둘러싼 부처간 기싸움이 나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한반도 정책, 남북 관계는 주권의 영역으로 동맹국과 협의의 주체는 통일부"라며 "통일부가 미국 당국과 대북정책과 관련해 필요시 그때그때 공조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다음날 "한미는 그간 대북 정책 조율을 위해서 긴밀하게 소통해 왔다"며 "양국 외교 당국 간에 이러한 소통을 보다 체계적이고, 정례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양국 간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대북정책 협의 주체는 통일부라는 정 장관의 발언에 대한 우회적인 반박으로 풀이된다.
한미연합훈련을 두고도 재충돌이 이어졌다. 정 장관은 "연합훈련은 한반도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 없다"며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훈련 축소 필요성을 재차 역설했다.
하지만 위성락 안보실장은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한미연합훈련은 전작권의 조속한 전환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국제적 맥락 속에서 공조하며 움직여야 효과가 있다. 혼자서 (훈련 축소) 제안을 던져 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 출범 이후 외교안보라인의 엇박자가 계속 지적되며 이번 주 예고된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간접적으로 조율에 나설 가능성도 언급된다. 정부 관계자는 "엇박자가 장기화되는 양상으로 비춰지는 건 정부에 부담"이라며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