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화학 차세대 기술혁신 로드맵 2030. 산업부 제공국내 주요 대기업과 중소기업, 연구소 등 130개 기관이 참여하는 '화학산업 혁신 얼라이언스'가 23일 공식 출범했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생존 압박이 커진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민관이 함께 고부가가치 전환과 차세대 기술 혁신을 뒷받침한다는 구상이다.
산업통상부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지자체와 산·학·연 관계자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화학산업 혁신 얼라이언스' 출범식을 열고, 'K-화학 차세대 기술혁신 로드맵 2030'을 발표했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그동안 에틸렌·프로필렌 등 범용 제품을 대규모로 생산해 중국에 수출하는 구조를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이 대규모 설비 증설을 통해 자급률을 끌어올리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았던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은 빠르게 악화됐다.
이번 얼라이언스 출범은 글로벌 공급 과잉과 수익성 저하로 어려움을 겪는 화학산업이 기존 범용 소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스페셜티 중심의 고부가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위기 인식에서 추진됐다.
화학산업 혁신 얼라이언스는 반도체·미래차 등 미래 산업에 필요한 핵심 소재를 중심으로, 화학기업과 수요기업을 초기 단계부터 연계해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함께 추진하는 협력 체계다.
특히 소재 단위로 분절돼 있던 연구개발(R&D) 방식을 넘어, 원료–소재–응용–수요로 이어지는 화학산업 밸류체인을 수요산업과 연계해 통합 지원하는 '원팀(One-Team)' 체계를 도입한 점이 특징이다. 정부는 사업재편에 참여하는 기업을 R&D 지원에서 최우선으로 고려할 방침이다.
'K-화학 차세대 기술혁신 로드맵 2030'에는 현재 글로벌 화학산업 고부가가치 순위 5위인 한국을 2030년까지 4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실행 전략이 담겼다.
이를 위해 △고부가 전환 △친환경 전환 △글로벌 환경규제 대응 강화 등 3대 전략을 중심으로 R&D와 인프라를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K-화학 차세대 기술혁신 로드맵 2030. 산업부 제공아울러 정부는 화학산업 전반에 M.AX(제조 인공지능 전환) 확산을 추진한다. 소재 설계부터 제조 공정 전반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한 기술 개발과 기반 구축을 지원하고, AI와 자동화 장비를 연계한 자율 실험체계를 구축해 신소재 개발 기간을 단축한다는 구상이다.
산업부는 석유화학기업 연구 책임자 80여 명의 검토를 거쳐 217개의 핵심 요소기술을 도출했으며, 이를 시장성과 기술 확보 수준에 따라 4개 유형으로 분류해 맞춤형 지원 전략을 추진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시장성과 기술 수준이 모두 높은 분야는 상용화 R&D를 지원하고, 시장은 크지만 기술 고도화가 필요한 분야는 도전형 R&D로 육성한다. 시장 규모는 작지만 성장 잠재력이 큰 경우에는 신기술 선점형 R&D와 특허 분석을 지원하고, 기술이 성숙한 분야는 스케일업과 공정 효율화 등 인프라 지원에 나선다.
정부는 이러한 로드맵을 바탕으로 내년 1분기 중 대형 R&D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박동일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석유화학 기업들이 지난 19일 사업재편안을 제출했고, 바로 어제 산업부 장관 주재 간담회에서 사업재편 이행을 위한 전력투구에 뜻을 모았다"며 "오늘 발표된 로드맵이 위기에 처한 화학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대전환하는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산업부는 화학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R&D와 정책적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