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와 차규근, 신장식 의원이 23일 국회 의안과에 통일교 정치개입 진상규명 특검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이 야권의 제안을 전격 수용하며 급물살을 타는 듯했던 '통일교 특검'이 연내 출범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검 추천권과 수사 범위를 두고 각 당의 셈법이 엇갈리고 있는 것.
특히 법안 통과의 키를 쥔 민주당이 범야권의 특검안에 뚜렷한 반대의사를 밝히면서, 또다시 특검이 정쟁 소재로만 소모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사법부 추천권' 두고 여야 공방
2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23일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발의하며 여당의 수용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민주당은 자체법안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야권이 명시한 특검 추천방식과 수사 범위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조국혁신당까지 가세하면서 정치권의 '동상이몽'이 드러난 상황.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의원 110명이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특검법안은 '제3자 추천'을 골자로 하고 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이 특검 후보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 가운데 1명을 임명하도록 설계했다. 정치권의 직접 개입을 최소화해 중립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인데, 핵심은 여권을 추천 주체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료를 바라보고 있다. 박종민 기자민주당은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희대 대법원'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부가) 헌법 유린의 내란 사태조차 신속하고 공정하게 심판하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특검 추천권을 사법부에 맡기자는 주장은 국민의 상식과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현재 민주당 내부에선 여야가 각각 1명씩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제3자 추천 방식도 물론 검토 대상이나, 야권의 '법원행정처장 추천' 제안에는 확실히 선을 긋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아직도 법안을 제출하지 않고, 제3자 특검 추천 방식을 비난하는 데만 열을 올린다"며 "추천권 논쟁으로 특검을 지연시키려는 꼼수"라고 압박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조국혁신당도 별도의 법안을 발의했다. 혁신당은 어느 쪽이든 통일교 유착 의혹이 불거진 정당이 특검 후보를 추천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도 추천에 개입하지 말라는 것. 결국 통일교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운 비교섭단체인 자당이 추천권을 쥐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중기 특검, 신천지 포함할까
사진은 가평 통일교 본부 천정궁. 가평=박종민 기자수사범위에 대한 입장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정치권에 대한 통일교의 금품제공 의혹뿐 아니라, 민중기 특검의 수사 은폐·무마 의혹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본다. 특검팀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 여당 인사들의 통일교 연루 의혹 수사를 의도적으로 뭉갰다는 의혹 전반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이러한 주장을 정치 공세로 치부한다. 당대표 비서실장인 한민수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김건희를 둘러싼 수많은 부정부패 의혹을 수사한 민중기 특검의 정당성을 훼손시키려는 의도"라며 "정치공세를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다만 여당 일각에선 오히려 '판'을 키우자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책임당원 집단가입 의혹이 제기된 신천지까지 줄줄이 엮어, 판세를 뒤집겠다는 계산에서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일부 종교가 혹세무민하는 행태가 우려된다"며 "통일교 특검을 할 때 신천지를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지도부의 발언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나경원 의원은 천정궁에 갔는가, 안 갔는가"라고 되물으며 "의혹 해소를 위해 특검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또 "통일교 유착이 유죄로 확정된다면 국민의힘은 위헌 정당으로 해산돼야 함을 다시 강조한다"며 다시금 '정당 해산' 공세를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물타기'라며 일축했다.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은 "특검 대상에 신천지를 끼워 넣자며 쟁점을 흐렸다"며 "심지어 나경원 의원의 천정궁 방문 여부까지 거론하며 수사 대상도 아닌 야당 인사의 이름을 특검 논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건을 달지 말고, 범위를 흐리지 말고, 시간을 끌지 말아야 한다"며 민주당의 즉각적인 통일교 특검 수용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내주 초 발의를 목표로 통일교 특검법안을 준비 중이다. 다만, 1차적으로 당 의원총회를 거쳐야 하고, 여야가 실무협상에서 접점을 찾아야 법안 처리가 가능하단 점에서 연내 통과는 사실상 불가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까지 띄운 국민의힘은 발의안에서 한 발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라, 문안 조율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반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국면에서 정치적 유불리를 따진 결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