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30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들어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후보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옹호 논란과 관련해 "당파성에 매몰돼 사안의 본질을 놓쳤다"며 사과했다. 황진환 기자국민의힘 중진 출신 이혜훈 전 의원의 '기획예산처장관 후보자 지명' 후폭풍이 거세다. 인사 발표 즉시 이 후보자를 제명한 국민의힘은 "악어의 눈물", "영혼을 팔았다" 등 '배신자 공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다만
당내 일각에선 대선후보 시절부터 '중도 보수'를 천명한 이재명 대통령의 공격적 외연 확장에 대한 위기감과 함께 자성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방선거를 약 5개월 앞두고도 변함없는 '당성(黨性) 일로' 노선이 바람직한 지 지도부가 돌아봐야 한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3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이혜훈 발탁'과 관련해
"저희 당이 갖고 있는 영역까지 침범하시겠다는 게 아닌가"라며 "(이 대통령이) '파란색·빨간색'을 말씀하시는데 좀 섬뜩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12·3 불법 비상계엄 1년을 맞아 연명 사과문을 발표한 초·재선 등이 결성한 '대안과 미래' 소속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 후보자가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반대(반탄) 집회에 참여한 점이 논란이 되자, '잡탕이 아닌 무지개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통합 의지를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이
대선 전 유승민 전 의원에게 국무총리직을 제안했다거나, 조경태 의원을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앉히려 한다는 풍문도 돌고 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당내에서는 (이런 소문에) 감정적인 문제도 있고 흔들리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면서도
"이럴 때일수록 국민의힘이 변화의 모멘텀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정부가 보수야권 인사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하면서 '운동장'을 넓히고 있는 상황에서, 반대로 국민의힘은 장동혁 당대표가 '당성 강화'를 내세우며 강성 지지층에 갇히고 있는 양상을 지적한 것이다.
김 의원은 "지금 정부는 보수가 갖고 있던 지지층까지 끌어들이려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라며
"정말 국민의힘이 바뀌고 정신 차리지 않으면 우리가 내년 지방선거, 이후 국민들께 평가를 받고 절망적인 상황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 후보자를 단순히 '부역자'로 매도하고 끝날 일이 아니란 얘기다. 김 의원은 장 대표를 겨냥해
"우리도 우리가 갖고 있는 스펙트럼을 넓게 써야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말하는 '당성'의 개념도 다소 모호하다는 지적에는
"국민의힘이 국민들이 원하는 집에 살고, 국민들이 원하는 밥을 먹고, 이런 정당이 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폐쇄적이고 굉장히 극단적인 정당으로 가선 안 된다. 정말 보수가 바뀌어야 대한민국이 바뀐다"고 재차 지도부의 변화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 황진환 기자다만 장동혁 지도부는 '이혜훈 논란'이 오히려 당성 강화 노선의 정당성을 더해줬다는 입장이다. 현직 당협위원장으로서 현 정부 입각 제안을 수락한 '배신'은 그간 해당 행위를 제대로 조치하지 않은 결과라는 게 장 대표 입장이다.
조직부총장을 맡고 있는 강명구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후보자가 반탄집회 참여에 대해 사과한 것을 두고
"악어의 눈물"이라며 "사실상 강요된 자아비판"이라고 맹공했다. 그는 "여기에 무슨 진심이 담겨져 있나. 오로지 좋은 자리 한 번 찾아가보려고
기회주의적 본심을 드러내는 말"이라며 "민주당의 당파성에 발맞춰 립서비스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혹평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국회방송 인터뷰에서 "알량한 장관직 자리를 얻기 위해 영혼을 팔고 양심을 판 사람"이라며
"만약 장관직에 임명된다면 이재명 정권의 가장 앞잡이 노릇을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