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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을 위한 동성로는 없다…대구 동성로 상권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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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상공인'을 위한 동성로는 없다…대구 동성로 상권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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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요약

    중구, 인구 순유입 전국 1위…그러나 공실률은 지속↑
    오프라인 유통 위축과 여전히 이어지는 '대백 폐점' 여파
    그러나 여전한 고(高)임대료에 소상공인 설 자리 없어
    전문가 "동성로 체질 개선·임대료 현실화 필요"

    지난 2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뒷골목 2층짜리 상가에 거의 비어 있어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곽재화 기자지난 2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뒷골목 2층짜리 상가에 거의 비어 있어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곽재화 기자
    대구 중구는 지난해 7월 인구 10만 명을 달성했다. 1998년 12월 상주인구가 10만 명 아래로 떨어져 27년 간 회복하지 못했지만, 최근 3년 연속 전국 기초단체 인구 순유입률 1위를 기록하면서 10만 명을 돌파했다.

    이에 대해 중구 측은 '도심공동화 현상'으로 빠져나간 인구가 교통이 편리한 중구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며 상주인구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도심에 사람들이 다시 차기 시작한 만큼 '상권 공동화'도 해소됐을까. 10만 돌파 뒤 약 6개월, 대구 제1의 상권인 중구 '동성로'를 살펴봤다.

    고공행진 중인 동성로 공실률?…대기업 vs 영세 매장 간 '온도차 극심'

    대구 동성로의 통계상 공실률은 높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동성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3.3%. 1년 전인 2023년 3분기 19.8%에 비해 3.5%p 상승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대구 평균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2%p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동성로 공실률 상승세는 두드러진다.

    그렇다면 동성로 상권 전체가 침체된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대기업 직영 매장은 늘어나는 반면, 소상공인 매장은 폐업일로를 걷는 등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일 오후 2시쯤 대구 중구 동성로 중심 거리.

    CGV대구한일을 시작으로 뉴발란스, 무신사 등 대기업 직영 매장들이 메인스트리트 양쪽으로 늘어서 있었다. 인테리어 업자들이 줄자를 들고 계측하며 매장 개장 준비에 분주한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이날 메인 스트리트 인근에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A씨는 "동성로는 망할 일이 없다"고 단언했다. A씨는 "코로나 직격탄에 온라인으로 쇼핑 업종이 다 옮겨가면서 침체됐던 건 사실이지만, 유동인구가 늘어나면서 대기업 직영매장들이 들어와 공실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날 오후 3시쯤 대구 중구 동성로 야시골목으로 들어서자마자 금세 한산해졌다. 골목 양쪽 건물마다 빛바랜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심지어 나란히 자리한 건물 5곳이 2-3층까지 텅 비어 있는 구간도 있었다.

    이곳에서 10년째 중고 의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30대 남성 A씨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아르바이트 하는 학생들한테 '무조건 장사해' 이렇게 권했는데 이제는 무조건 회사 들어가라고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지금은 장사하면 안된다. 이미 나간 사람이 많은 데다가 남은 사람들도 다 접고 나갈 생각하고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온라인 전환 이후 설 자리 잃어가는 소상공인들

    대구 동성로 메인스트리트를 메우고 있는 대기업 직영 의류 매장. 곽재화 기자대구 동성로 메인스트리트를 메우고 있는 대기업 직영 의류 매장. 곽재화 기자
    동성로 내부에서 격차가 나타나는 데에는 '유통시장의 온라인 전환'과 '대기업 직영 매장 증가'가 가장 큰 사유로 꼽힌다.

    동성로 소상공인의 주요 취급 품목인 의류, 신발, 액세서리, 폰케이스 등이 코로나 시기 온라인 구매로 전환되면서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또,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도 코로나 이후에도 대기업 직영 의류매장만 찾으면서, 소상공인들은 대구시와 중구의 동성로 상권 활성화의 정책, 관광특구 정책, 민생소비 쿠폰 효과 등 경기 부양의 온기가 소상공인에게 미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17일 동성로의 한 폰케이스 가게에서 만난 이재웅(46) 씨는 "유동인구가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주말에 야장 같은 것만 해도 상인들이 15만 원씩 주고 가판을 빌리지만 실질적으로는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면서 "동성로 뒤쪽 골목 다니면서 쇼핑백 든 사람이 있는지 한 번 잘 살펴봐라. 아무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준호 동성로상가상인회장은 "골목 안쪽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너무 힘들어한다. (소상공인들은) 온라인에서는 쇼핑몰, 오프라인에서는 대기업 직영 매장이랑 같은 제품을 취급한다. 그런데 디스플레이나 마케팅에서 상대가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병홍 대구과학대 금융부동산과 교수는 "소비자라는 파이는 그대로인데 온라인 매장이라는 판매처가 늘어났고 성행하게 됐다는 구조적 변화가 있다. 기본적으로 발품을 팔아서 물건을 사야할 이유가 적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백 폐점' 직후 동성로 상가는 비어가지만 임대료는 '상승'

    대구백화점 동성로 본점. 곽재화 기자대구백화점 동성로 본점. 곽재화 기자
    의류, 잡화 소상공인만뿐만 아니라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큰 타격을 입었다. 계기는 2021년 7월 대구백화점 동성로 본점 폐점이다.

    지난달 10일 오후 옛 대구백화점 동성로 본점 인근에서 만난 음식점주 공성훈 씨는 "코로나보다 코로나 이후가 더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공씨는 "코로나 유행 초기에 매상이 3분의 1으로 대폭 줄었지만 코로나 이후를 생각하며 버텼다. 그런데 대백 직원들과 손님들이 (대백 폐점으로) 싹 빠지면서 매상이 회복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동성로 소규모 상가 공실률이 대구 공실률보다 훨씬 높아진 건 2021년 4분기, 즉 대구백화점 폐점 직후다.

    그러나 대백 폐점 이후 2021년 4분기 동성로 공실률은 9.4%를 기록하면서 당시 8.2%였던 대구 평균 공실률을 처음으로 역전했다. 이후 현재까지도 한 분기도 빠짐없이 동성로의 공실률이 대구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동성로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대백 폐점 직후인 2021년 4분기 이후 대구 소규모 상가 공실률을 앞지르는 등 대폭 증가했지만 임대료도 줄었다. 한국부동산원 제공동성로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대백 폐점 직후인 2021년 4분기 이후 대구 소규모 상가 공실률을 앞지르는 등 대폭 증가했지만 임대료도 줄었다. 한국부동산원 제공
    문제는 임대료다. 동성로 소규모 상가 임대료는 오히려 코로나와 대백 폐점을 거치며 공실률이 높아졌음에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분기 동성로 소규모 상가 임대료는 제곱미터당 2만 4700원.

    코로나로 공실률이 높아지고, 대백이 폐점하면서 공실률이 크게 오른 2021년 4분기에도 임대료는 제곱미터당 2만 5600원으로 상승했고, 이후에도 지난해 3분기 기준 2만 6900원으로 임대료는 유지 중이다.

    동성로에서 20년째 신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전병용(63)씨는 "임대료가 가장 문제다. 장사를 접을 지 고민 중이다"라면서 먼산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전씨는 "코로나 전에 잘 될 때에 비해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 그런데 임대료는 한 달에 500만 원으로 똑같다"면서 "몇 년째 집세(월세)를 꿔서 임대료를 내고 있다. 권리금 1억 5천만 원도 없다"고 말했다.

    이준호 동성로상가상인회장도 "코로나 때부터 4, 5년을 공실로 이어온 건물주 가운데 은행 이자를 못 버텨서 임대료를 깎아주는 사람도 있지만 '내 재산 가치가 떨어지는 건 싫다' 이런 사람들은 여전히 안 깎아주는 데도 많다"고 말했다.

    "유동인구의 소비 연결·임대료 현실화로 개선 이끌어내야"

    지난달 대구 동성로 메인스트리트. 곽재화 기자지난달 대구 동성로 메인스트리트. 곽재화 기자
    대구시와 중구도 동성로 살리기를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대구시는 '동성로 르네상스 사업'에 지난 2023년부터 150억 원 이상을 투입했고, 중구도 마찬가지로 '놀장', '문화유산 야행' 등 문화 행사를 주기적으로 개최하면서 유동인구를 늘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동인구 증가가 '소비'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공실률이 줄지 않고 있다. 한 대구시 관계자는 "늘어나는 유동인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메인스트리트 위주로만 공실률이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동성로 상권만의 특성을 활용해 체류인구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기완 대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관광학)은 "투트랙 전략을 통해 내국인 소비자를 상대로는 기존의 취급 물품이 아닌 쇼핑 품목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고, 외국인 소비자를 상대로는 사후 면세, 스마트 결제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창훈 영진사이버대학교 도시조경부동산학과장은 "동성로는 요식업 중심의 신규 상권(종로·교동·삼덕동 등)과 달리 교육 상권, 관광 콘텐츠로 개발할 부분이 많다. 이 부분을 육성하면 동성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정당국이 소상공인들에게 특히 가혹한 동성로의 높은 임대료 문제 해결에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사실 공실률을 줄이고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임대료를 절감해주는 게 (소상공인들에게는) 제일 좋다"면서 "상인과 임대주가 원활히 협의할 수 있도록 시와 구에서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모멘텀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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