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치미디어 제공 맹자를 성인으로 떠받들어 온 통념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책이 나왔다. 한문학자 김재욱이 쓴 맹자 유감은 '맹자'의 주요 구절을 현대적 시선으로 다시 읽으며, 맹자를 '성인'이 아닌 결함 많은 인간이자 시대착오적 사상가로 재해석한다.
저자는 맹자의 왕도정치와 성선설을 무비판적으로 계승해 온 유교 전통이 오늘날 한국 사회의 권위주의, 노동 천시, 직업 차별, 개인 책임론의 사상적 뿌리가 됐다고 지적한다.
책은 맹자의 언행을 '원조 꼰대', '자기중심적 이상주의자'라는 키워드로 해부하며, 그의 이상론이 현실 정치에서 번번이 좌절된 이유를 조목조목 짚는다.
특히 맹자가 군주들의 현실적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자신의 정답만을 반복했고, 그 실패를 '하늘의 뜻'으로 돌리며 자기 위안을 삼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저자는 이를 두고 "맹자가 등용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군주들이 쓰지 않기로 선택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책은 또한 나이와 덕을 앞세운 권위주의, 여성은 반드시 시집가야 한다는 인식, 직업의 귀천을 전제한 사고방식 등 '맹자' 에 드러난 차별적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짚으며, 후대 유학자들이 이를 '성인의 깊은 뜻'으로 포장해온 과정을 비판한다. 송나라 주희의 해석이 맹자를 불변의 진리로 만들었고, 그 결과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유교 도그마'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총 2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맹자의 사상을 전면 부정하기보다,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를 독자 스스로 판단하게 한다. 저자는 "고전은 숭배의 대상이 아니라 비판의 대상이 될 때 살아 있는 지혜가 된다"며, '맹자 유감.을 현대 사회를 위한 '고전 해독제'로 제시한다.
권위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반복되는 잔소리와 독선의 논리가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묻는 이 책은, 고전을 다시 읽고 싶은 독자들에게 불편하지만 필요한 질문을 던진다.
김재욱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