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경전철. 용인시 제공| ▶ 글 싣는 순서 |
①[단독]李대통령이 '콕 집은 그 업체'…용인경전철 논란 ②'철도 운영 경험 無' 다원시스, 용인경전철 어떻게 따냈나 ③[단독]다원시스, 용인경전철 인력감축 추진…승객 안전 밀릴라 |
2019년 11월 23일 용인경전철이 기흥역에서 멈춰섰다. 120호차의 열차 자동제어 시스템에 이상이 생겼다. 당시 기흥역내에는 열차를 수리하거나 수동 운전할 수 있는 직원이 한 명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네 정거장 떨어진 곳에서 정비 직원이 도착하고 나서야 사태는 해결됐다. 단 몇 분이면 해결될 문제였지만, 승객들은 30분 가까이 영문도 모른 채 열차에 갇혀 있어야 했다.
'무인 열차'에 '무인 역사'까지, 용인경전철 운행이 시작된 이후 민간 운영사들은 운영비를 아끼기 위해 끊임없이 인건비를 줄이려 하고 있다. 사고 당시 기흥역에도 시스템을 숙달하지 못한 촉탁직 직원들만 배치돼 있어 제때 조치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23년부터 용인경전철을 운영하고 있는 용인에버라인운영 주식회사(에버라인·다원시스 대표 운영사)는 효율적 운영을 위해 '스마트 역사'라는 무인 자동화 시스템을 추진하면서 핵심 과제로 '인력감축'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선 현장 인력 부족시 열차 지연 등 돌발 상황에 대한 즉각 대응이 어려워져 안전사고에 더 취약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스마트 역사' 핵심은 무인화…정원 187명→140명
12일 CBS노컷뉴스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진보당 윤종오 의원으로부터 단독 입수한 '용인경량전철 운영 및 유지보수(3차) 관리운영계약 기술제안서'를 보면 에버라인은 2023년 당시 187명인 정원을 2027년까지 160명으로, 운영 기간이 끝나는 2033년 140명까지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용인시에 제안했다.
에버라인의 인력감축 계획의 배경에는 '스마트 역사'가 있다. '무인화'가 핵심으로, 역무·안내·관리 기능을 자동화해 사람의 역할을 줄이고, 시스템으로 열차와 역사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특히 역사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인력은 76명에서 41명, 최종적으로 31명까지 줄이고, 근무형태도 기존 3조 2교대 근무방식에서 무인 역사 위주로 전환된다.
스마트 역사의 고도화가 현장에서 승객 응대나 돌발상황 대응 인력의 감소로 이어질 경우 승객 불편은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1월 폭설로 인한 운행 중단 사태나 2023년 12월 신호·운영 시스템 장애로 인한 운행 중단 사태 등은 모두 해결까지 2~3시간가량 소요됐다.
이처럼 무인열차는 사고나 고장 등 비상 상황에서 역사내 현장 대응인력의 즉각적인 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동문 고장이나 열차 정지, 승객 고립 등 돌발 상황에서는 시스템보다 사람이 먼저 대응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역사 내 인력이 감축되면 탈선·고장·비상정차 등 긴급상황이 발생할 때 초기 대응이 지연되거나 부족해 피해가 확대되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용인경전철은 시스템 장애로 열차가 구간 내에서 도중 정차할 경우, 다른 무인운전 시스템과 달리 주차 제동(파킹브레이크)이 체결되는 구조"라며 "이 경우 원격 제어만으로는 차량을 재기동할 수 없어 면허를 보유한 철도종사자가 현장에서 직접 가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건비 줄여 운영비 남길 계획?" 시민 안전과 맞바꾸나
이처럼 에버라인이 스마트 역사 추진에 적극적인 데는 인건비를 낮춰 운영비를 남김으로써 수익을 챙기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용인시로부터 받는 운영비가 거의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인건비 등 비용을 줄일수록 운영사의 이익은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2023년 계약 당시 에버라인이 시행사와 맺은 '용인경량전철 운영 및 유지관리 3차 계약서'에 따르면, 10년 계약 기간 중 후반부로 갈수록 용인시가 지급하는 불변 관리운영비(부가세 불포함, 22년 12월 기준 불변가)는 눈에 띄게 감소한다.
용인시는 2024년부터 2029년까지 한 해 평균 310억 원 정도의 운영비를 지급하는 반면, 2030년부터 사업이 종료되는 2033년까지는 평균 260억원 정도를 지급한다. 평균 50억여원의 운영비가 줄어든 셈이다.
운영사가 추진하는 스마트 역사 계획에 차질이 생겨 용인시가 안전을 이유로 인력 감축을 승인하지 않는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운영사의 운영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운영사의 부담은 자연스럽게 승객들의 안전문제로 직결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경영 상황이 녹록치 않은 운영사가 열차 수선 등 필수 정비에 소홀해 질 수 있다는 것.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팀 김명진 국장은 "운영비가 보장된 구조는 자동화로 사람을 줄일수록 수익이 늘어난다"며 "무인 방식으로 용인 시민의 안전비용 지출을 줄이고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윤종오 의원은 "스마트 역사는 역사를 이용하는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어야지, 인력 감축을 정당화하는 명분이 돼서는 안 된다"며 "특히 인력 감축 이후의 사고 대응 체계와 최소 근무 인력 기준조차 명확히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스마트 역사'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시민 안전을 기술에 떠넘기고 비용 절감을 우선시하는 결정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용인시는 에버라인이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역사와 관련해서 승객 안전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력 감축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용인시 관계자는 "스마트 역사 도입은 현재 검토 단계"라며 "'스마트화' 한다는 것이 어느 범위까지인지 모호하기 때문에 승객의 안전 확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인력 감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CBS노컷뉴스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에버라인측에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