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에 강도가 들어왔어요. 그래서 싸운 겁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거기에 무슨 대가를 바라겠습니까?"
광복군 출신 독립유공자의 후손 송진원(59) 씨는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그의 아버지 故 송창석 선생은 독립을 위해 1938년 만주로 건너가 중국군 장교가 되었습니다. 이후 광복군이 창설되자 계급장도 버리고 광복군 제2지대에 합류하는데요. 장준하, 김준엽 선생과 함께 조국 독립을 위해 사선을 넘나들며 싸웠던 영웅이었습니다.
목숨을 걸고 지켰던 그 '집', 대한민국은 눈부시게 성장하며 화려해졌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 집을 지킨 영웅들의 가족들은 여전히 추운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 푸념이 아닌 '증명된 비극'
국가가 독립유공자들에게 예우를 갖추기 시작한 건 해방 후 20년이나 지난 1965년이었습니다. 당시 지급된 5만 환은 현재 가치로 약 60만 원, 이미 전 재산을 독립운동에 바쳤던 이들에게 이 지원금은 가난의 굴레를 끊어내기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송 씨는 "한일협정 이후 겨우 보상을 받게 됐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라고 회상하며 "자녀를 교육할 여력조차 없으니 가난이 대물림됐고 현재 컨테이너에 살고 계신 후손들도 있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독립유공자 후손 약 80만 명 중 약 절반인 36만 명이 최저생계비 수준의 저소득층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료사진"아들이 죽으니 며느리 혜택도 끝?"… 제도의 차가운 뒷모습
가난보다 더 서러운 건 제도의 차가움입니다. 수많은 유가족이 호소하는 가장 큰 고통은 '의료비 지원 중단'입니다.
현행법상 독립유공자 본인과 선순위 유족(주로 자녀)에게는 의료 혜택이 주어집니다. 하지만 선순위 유족(아들)이 사망하면, 평생 시부모인 독립유공자를 모시고 병수발을 들었던 배우자(며느리)에 대한 지원은 즉시 끊깁니다. 평생을 헌신해 온 이들에게 국가는 아들의 죽음과 동시에 '남'이라는 판정을 내리는 셈입니다.
경기도의회 이용욱 의원(더불어민주당, 파주3). 박철웅 PD경기도의회 이용욱 의원, "보훈은 시혜가 아닌 국가의 의무"
이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경기도의회 이용욱 의원(더불어민주당, 파주3)은 제도 개선에 앞장섰습니다. 이 의원은 "실질적으로 애국지사를 모신 건 며느리들"이라며 "수권자인 자손이 돌아가셨다고 해서 고령의 배우자에게 주던 혜택을 뺏는 건 국가가 할 도리가 아니"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 의원은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 독립유공자 예우 및 지원 조례'를 개정하는데 앞장섰습니다. 개정안의 핵심은 '연속성'입니다. 선순위 유족이 사망하더라도 그 배우자가 생존해 있다면 의료비 지원이 중단되지 않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이 의원은 강조합니다.
"이건 단순한 복지가 아닙니다. 독립유공자 가족이 사회에서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 수 있도록 하는 건 국가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바라는 건 화려한 보상이 아닙니다. 국가가 우릴 잊지 않았다는 최소한의 믿음 아닐까요?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경기도의회 이용욱 의원과 광복군 출신 독립유공자 후손 송진원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