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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서늘함만 남긴 美베선트의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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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시론/칼럼

    [칼럼]서늘함만 남긴 美베선트의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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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례적 구두 개입으로 원·달러 환율 1460원대 급락
    하루도 안 돼 1470원대 복귀…대미투자금 수금용 구두 지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왼쪽)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회동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베선트 장관 엑스 캡처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왼쪽)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회동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베선트 장관 엑스 캡처
    안도는 단 몇 시간에 불과했다. 15일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70원대로 복귀했다.
     
    1480원 턱밑까지 올라갔다가 전날 밤 1461원선까지 급락하며 10거래일 연속 상승을 끝냈던 환율은 오전이 채 가기도 전에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우상향의 방향성이 다시금 확인된 것이다.
     
    전날 밤 환율의 일시적 하락에는 미국 재무부 스콧 베선트 장관의 극히 이례적인 구두 개입이 작용했다. 미 재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베선트 장관이 워싱턴 D.C.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만나 원화 가치 하락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이러한 원화 약세가 한국의 견고한 경제 펀더멘털(경제 기초 여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외환시장에서 과도한 변동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핵심 산업 분야에서 한국의 강력한 경제 성과가 한국을 미국의 핵심적인 파트너로 만든다"고 강조했다. 최근의 한국 외환시장 흐름과 관련해 미국 재무 장관이 '한국 경제는 잘 나가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개입하는 전례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 배경에는 한미 양국이 합의한 무역·투자협정이 있다. 3500억달러(약 515조원)의 투자액을 한국에서 받아야 하는데 현재의 환율 수준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대미투자 펀드 집행시 '외환시장 불안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팩트 시트에 적시했다.
     
    베선트 장관은 "한미 협정이 양국의 경제 파트너십을 더욱 심화하고, 미국 산업 역량의 부흥을 촉진할 것"이라며 협정의 완전하고 충실한 이행을 강조했다. 환율 급등으로 한국이 대미 투자액 감액 조정을 요구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속내가 어렵지 않게 읽혀진다. 이런 관점에서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서늘하기만 하다.
     
    어찌됐든 15일 오전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기준금리를 연 2.50%로 5연속 동결하며 보조를 맞췄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우리나라는 대외채권국이기 때문에 환율이 올라도 과거와 같은 금융위기는 아니다"라며 "외화 부채가 많아서 그걸 못 갚으면 기업이 무너지고 부도가 나던 과거 상황과는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또 한국 경제 비관론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며 "한국 경제가 폭망하고 환율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것은 과도한 얘기"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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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한미 양국이 '환율 문제 없다'라는 강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내자 외환시장에서는 환율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 효과의 지속 여부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지는 못했는데 결국 1470원대로 복귀하는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정부는 환율을 잡기 위해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선언한 뒤 청와대,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국민연금공단, 금융감독원, 국세청, 관세청, 국가정보원까지 총출동해 환율 방어에 나섰다.
     
    '서학 개미'를 환율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증권사의 미국증시 마케팅 및 이벤트 자제를 주문하기도 했다. 수출기업에 대해서는 해외에 둔 달러를 찾기 위한 외환 검사에 착수했다. 범정부 불법 외환거래 대응반도 출범시켰다.
     
    채찍만이 아니라 당근도 내놓았다. 서학개미를 돌아오게 하고자 미국 주식을 팔고 국내 주식에 1년간 투자하면 양도소득세 22%를 면제해주는 RIA(국내투자복귀계좌)를 내놓았다. 청와대 주도로 개별 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등 국내 증시 유인책 출시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정부의 대책은 단기 처방에 불과하며 과도한 당국의 개입은 오히려 시장의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걱정이다. 강한 충격파라도 계속 이어지면 시장이 적응하며 더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공자왈 맹자왈이지만 정석이 해법이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튼튼히 하고 구조 개혁과 혁신이 동반된 시장친화적 정책을 묵묵히 추진해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집 나간 우리 개미들과 물 건너 큰손들은 알아서 국내 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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