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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담배소송 또 졌다…"대법에서 다시 싸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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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건보공단, 담배소송 또 졌다…"대법에서 다시 싸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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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공단, "흡연으로 진료비 530억" 담배회사에 청구
    흡연-폐암 인과관계? 재판부 "개별적 인과관계 증명 안돼"
    미국에선 담배회사 상대로 배상 합의 이뤄지기도
    '대법원 상고' 건보공단…"법률 검토, 제대로 싸워볼 것"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15일 담배회사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상대로 진행 된 담배소송 항소심 선고일에 참석했다. 건보공단 제공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15일 담배회사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상대로 진행 된 담배소송 항소심 선고일에 참석했다. 건보공단 제공
    "담배회사는 뺑소니범이라고 생각한다. 교통사고를 내 많은 사람이 다치고 죽었는데, 운전자는 도망가 버린 셈이다."(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12년간 이어진 담배소송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또다시 패소했다. 공단은 폐암 발병의 원인이 흡연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재판부는 개별 환자에 대한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5일 항소심 선고 직후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을 밝히며 법정 다툼은 '3차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12년 이어진 담배소송…'흡연-폐암 인과관계' 핵심

    담배소송은 2014년 공단이 흡연으로 인한 폐암 등 질환의 진료비 약 530억 원을 담배회사(KT&G·한국필립모리스·BAT코리아)에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금액은 흡연 기간 30년 이상, 흡연력 20갑년(하루 한 갑씩 20년 이상 흡연)에 해당하는 환자들의 10년간 진료비 가운데 공단이 부담한 비용이다.

    공단은 2020년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해 법정 다툼을 이어왔지만, 1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 항소심에서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 제6민사부(박해빈 재판장)는 1심 판결에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담배소송의 핵심 쟁점은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다. 공단은 흡연자들의 폐암·후두암 발병 원인이 담배라며 인과관계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호흡기내과 전문의인 정 이사장은 "이제 담배를 피우면 폐암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은 과학적 사실을 넘어선 진리"라며 "매년 폐암 환자가 4만 명을 넘고, 이 가운데 2만 명이 사망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개인이 흡연을 했다는 사실과 폐암에 걸렸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해서 그 자체로 양자 사이의 개별적 인과관계가 증명됐다고 볼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흡연과 폐암 사이의 개연성을 인정하려면 개인별로 흡연 시기와 기간, 암 발생 시점, 건강 상태, 생활습관, 질병 경과, 가족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재판부는 이 사건 대상자(환자)들이 장기간 고도 흡연자이고, 흡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폐암·후두암을 앓았다는 점은 인과관계 판단에서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된다고 명시했다. 흡연과 질병 간 인과관계를 원칙적으로 부정했던 1심 판단에서 한 걸음 나아간 셈이다.

    재판부 "공단, 법익 침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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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 제품의 표시상 결함 여부' 역시 주요 쟁점이었다. 공단은 담배회사들이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고,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건강에 해롭다'는 경고 문구만 부착했을 뿐, 중독성에 대한 경고는 2008년에야 시작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오래전부터 담배 유해성과 중독성을 경고해왔다"며 "담배 회사들이 제조·판매한 담배에 설계상의 결함, 표시상의 결함,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안전성이 결여가 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건보공단이 이 사건 보험급여를 지출한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보험자로서 의무를 이행한 것에 불과하다"며 "공단에 별도의 법익 침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담배회사 배상하기도…공단 "대법원 상고"

    이날 선고 직후 명승권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은 서울고등법원에서 "1998년 미국에서는 담배 회사들이 흡연의 건강 피해를 은폐한 사실이 인정돼 300조 원이 넘는 배상 합의가 이뤄졌다"며 판결을 비판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미시시피를 비롯한 4개 주 정부가 흡연 관련 의료비 반환을 요구하며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개별 합의에 이르렀고, 나머지 46개 주 정부도 1998년 4개 담배회사로부터 25년간 2060억 달러를 지급받는 데 최종 합의한 바 있다.

    공단은 이번 판결 취지와 판단 이유를 분석하고 법률적으로 부족한 부분 등을 보완해 상고를 검토할 예정이다. 정 이사장은 "병원에서 담배의 중독성을 완벽하게 진단 받은 환자들이 있다"며 "새로 한다는 각오로 전략을 구상해 한번 제대로 싸워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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