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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한 천재' 전혜린, 92세 작가의 소설로 되살아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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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학술

    '요절한 천재' 전혜린, 92세 작가의 소설로 되살아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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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설헌' 작가 최문희의 '이별은 사랑이다'
    한 여성 지식인의 자유와 고독 복원해내


    도서출판도화 제공도서출판도화 제공
    '요절한 천재'로 기억되는 전혜린의 삶이 소설로 되살아났다. '이별은 사랑이다'는 전혜린(1934~1965)의 짧고 치열했던 생을 정면에서 마주하는 장편소설이다. '난설헌'으로 제1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최문희 작가의 신작이다. 전혜린과 동갑내기로 역사적 인물을 다뤄온 그의 작가적 궤적이 다시 한번 이어진다.

    소설은 '린'이라 불리는 전혜린의 시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독일 유학 시절의 기억과 귀국 이후의 결혼 생활, 이혼, 그리고 마지막 날들까지, 작품은 한 여성 지식인이 감당해야 했던 사랑과 자유, 고독과 글쓰기의 문제를 집요하게 따라간다. 단순한 전기적 재현이 아니라 전혜린의 내면과 의식의 흐름을 중심에 둔 서사다.

    린은 서울대 법대 입학, 독일 유학, 대학 강단에 선 독어 강사이자 뛰어난 번역가라는 화려한 이력을 지녔지만 소설 속 그는 끊임없이 흔들린다. 자신의 글을 쓰고자 하는 열망과 번역·강의·가정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며, '독립된 자아'로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는 번번이 제약에 부딪힌다.

    작가는 이러한 균열을 섬세한 문장과 감각적 묘사로 풀어낸다. 커피 향, 악기의 저음, 일상의 사소한 장면들이 인물의 심리와 맞물리며 서사를 이끈다.

    특히 작품의 중요한 전환점인 이혼 장면은 관계의 종결을 비극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행정적 절차로 끝나는 작별의 순간에서 린이 느끼는 감정은 상실과 안도, 연민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것이다. 제목 '이별은 사랑이다'는 이 지점에서 힘을 얻는다. 사랑의 끝이 반드시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가 조용히 제시된다.

    후반부로 갈수록 소설은 린의 의식세계와 고독을 더욱 깊이 파고든다. 여성 지식인으로서 감내해야 했던 시대적 한계,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소진돼 가는 감정과 사유는 개인의 비극을 넘어 보편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최문희 작가는 전혜린의 삶을 통해 사랑과 자유, 글쓰기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작가의 말'에서 최문희는 전혜린의 요절을 애도하면서도, 그의 삶이 헛되이 소진된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문화적 불모지였던 시대에 젊은 지성으로 남긴 질문과 흔적은 여전히 유효하며 그 목소리는 지금도 독자들의 책장 속에 살아 있다는 것이다.

    최문희 지음 | 도서출판도화 | 3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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