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제발 팔지 말고 버텨줘'라고 해도 팔게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연일 다주택자들에 대한 공세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이 3일 국무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다주택자를 향해 "마지막 기회"라며 집을 팔라는 메시지를 계속 내놓고 있다.
시장은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집을 팔고 싶어도 강력한 규제가 집을 팔 수 없도록 얽어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3중규제가 직접적 원인이다.
모두 세입자 있는 집인데… 토지거래허가제 안에 있다면 매매 불가
정부는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기존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으로 제한돼 있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서울시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이 지역 내에 있는 주택을 매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관계 당국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규제 지역 내 주택을 구입하려면
▲2년 이상 실거주 목적 ▲전·월세입자 거주 상태면 매수 불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다주택자라 하더라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외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면 즉시 매각이 가능하다. 문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2가구 이상 주택을 가진 경우다.
청와대가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는 5월 9일 분명히 종료된다"고 못 박으며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가운데 3일 서울 여의도의 한 빌딩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류영주 기자규제 지역 안에 2주택 보유자가 1주택자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이 실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매각해야만 한다.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는 주택은 매수자가 나타나도 토지거래허가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주거하고 있는 주택을 처분한 뒤 여분의 주택에 사는 세입자의 계약 만료 때까지 임대를 살아야만 한다. 2주택자는 선택지라도 있지만 3주택 이상 보유자는 이마저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2주택자와 같은 방법으로 한 채를 줄인다 해도 나머지 한 채가 남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를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가로막고 있는 형국이다.
다주택자가 사라진다면…다음은 전·월세 물량급감 수순
다주택자들의 1주택 전환 속도가 빨라진다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분야가 임대차 시장이다. 서울 경기 전·월세 물량 상당수가 다주택자들에 의해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들이 자신의 실거주 주택을 제외한 여분의 주택을 매각하기 위해서는 3중규제 하에서는 먼저 세입자부터 내보내야 한다.
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에게 1회(2년)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하지만 집주인 본인 혹은 직계존비속의 실거주 목적의 경우에는 계약개신요구권을 거절할 수 있다. 대통령의 구상대로 다주택자들의 주택 처분이 이뤄질 경우 임대차 시장의 공급 물량 급감은 불가피한 수순이다. 문제는 계약갱신을 못하고 나온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이다.
4일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가격 조정된 매물표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이지현 주택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계약갱신권 요구를 앞둔 세입자라면 처음 들어왔을 때 보다 지금 전·월세 가격도 많이 올랐기 때문에 기존 보증금을 가지고 새로운 집을 찾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임대차 시장의 혼란으로 바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매물이 는다해도…대출규제로 살 사람은 '현금부자'뿐
다주택자들이 물건을 많이 내놓는다고 문제가 바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매물이 많아져도 살 사람이 없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3중규제가 매물소화를 가로막게 된다.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구 주택담보 대출을 전면 강화하면서 1인당 주택담보대출 총액 한도를 6억원 선으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과 통계청 자료 등에 의하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84㎡의 평균가가 13~15억, 중위값이 9~12억원 선이다. 가능한 대출 한도 등을 감안하면 서울 아파트 대부분은 현금부자가 아니고서는 구입하기 힘든 구조다. 10·15 부동산 대책 실시 이후 강남3구의 아파트 신고가가 종종 경신됐다는 소식은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전·월세 매물 급감으로 새 집을 찾던 세입자가 주택 구입을 시도하려 해도 3중규제가 발목을 잡게 된다.
이러다 보니 대통령의 발언과 부동산 대책의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지난해 10·15 대책을 발표하기 한참 전에 차라리 지금 같은 발언을 했다면 오히려 매물도 많이 나오고 거래도 꽤 이뤄졌을 것 같다. 정책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같아 아쉽다"고 평가했다.
디테일한 후속대책 절실, 임대시장 충격 줄이는 방안 모색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부동산전문가들은 대통령의 발언과 현 부동산 규제가 정면충돌하는 현실을 후속조치를 통해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5월 9일 종료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연장 불가 방침에도 촉박한 기간을 감안해 5월 9일까지 계약을 하고 3개월 이내 잔금을 치르거나 등기를 하는 경우까지 양도세를 중과하지 않기로 한 정부 결정이 좋은 선례다. 정책적 유연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함영진 우리은행부동산리서치 랩장은 "임대차 기간이 6~12개월 정도 남고 매각 의사가 있는 집주인이라면 매물을 내놓을 수 있게 해주고, 매수자도 현재 4개월 내 입주 조건을 6~12개월 정도로 늘려주는 쪽으로 토허제 완화 등의 조치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