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주짓수' 익힌 해경, 김포 흉기범 제압…"지키겠단 생각뿐"

  • 0
  • 0
  • 폰트사이즈

경인

    '주짓수' 익힌 해경, 김포 흉기범 제압…"지키겠단 생각뿐"

    • 0
    • 폰트사이즈

    김포공항역 '용감한 시민' 서면인터뷰
    퇴근길 승강장 흉기 난동에 신속 대응
    주짓수 동호인 해경 등 '맨몸'으로 제압
    "유단자 아니지만, 지키겠다는 갈절함"
    "진짜 영웅은 함께 제압한 익명의 시민"

    김포공항역 흉기 난동 제압 당시 모습과 해양경찰관 윤상근 경장 프로필 사진. 독자 제공김포공항역 흉기 난동 제압 당시 모습과 해양경찰관 윤상근 경장 프로필 사진. 독자 제공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몸이 먼저 움직인 것 같아요."
     
    지난 4일 오후 7시쯤, 퇴근길 시민들로 숨 막히게 붐비던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 승강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어깨가 부딪히고 발 디딜 틈조차 없는 인파 한가운데서, 한 남성이 난데없이 흉기를 꺼내 휘두르기 시작한 것.
     
    비좁아진 승강장은 단 한번의 돌발 행동으로도 대형 참사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비명과 혼란이 뒤엉킨 그 순간, 그러나 공포는 오래가지 못했다.
     
    곁에 있던 두 명의 젊은 남성이 망설임 없이 사람들을 헤치고 뛰어들어, 흉기를 든 70대 A씨를 덮쳤다.
     
    그중 한 명은 현직 해양경찰관이었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 김포고정익항공대 소속 윤상근(38) 경장이다.
     
    퇴근하던 윤 경장은 A씨 뒤편에서 상황을 지켜보다 흉기를 확인하자, 주저 없이 몸을 던졌다.
     
    윤 경장은 9일 CBS노컷뉴스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지켜야 한다는 간절함이 제 몸을 움직이게 했던 것 같다"고 돌이켰다.
     
    해양경찰 현장 대응력 강화를 위한 주짓수 등 무도 세미나 모습.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제공해양경찰 현장 대응력 강화를 위한 주짓수 등 무도 세미나 모습.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제공
    다급했지만, 그의 행동은 빈틈이 없었다. 신속한 제압에 인명 피해도 없었다. 비결은 몸에 밴 '호신술'이었다.
     
    그는 "화려한 단증을 가진 무도 유단자는 아니다"라면서도 "(연수 과정에서) 근접제압술 수업을 들었고, 코로나 시기엔 교육생들끼리 '주짓수 동호회'에서도 활동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당시 현장에서 윤 경장은 흉기가 쥐어진 팔을 두 손으로 붙잡아 바닥에 넘어뜨린 뒤, 온몸으로 압박을 지속해 위험 상황을 막아냈다. A씨는 윤 경장과 또 다른 시민에 눌려 옴짝달싹 못했다.
     
    이 같은 동작은 주짓수의 기무라(Kimura, 상대의 팔을 조작해 제압)에 이은 마운트(Mount, 상대방을 덮어 압박) 자세와 유사한 기술로 읽힌다. 주짓수는 관절꺾기와 조르기 등 작은 체구로도 1대1 대결에서 힘 센 상대와 맞설 수 있는 '실용 무술'로 대중화하고 있다.
     
    윤 경장은 "(제가) 어떻게 그런 민첩한 몸놀림으로 대응했는지 지금 돌아봐도 얼떨떨할 정도다"라며 "다만 제복 입은 사람으로서 몸에 익혔던 기본적인 호신술과 제압술이 위급한 순간에 본능적으로 튀어나온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기술이 훌륭하지도 못하다"며 "어설픈 동작이었을지 모르지만, 시민들을 지키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돼 다행일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윤상근 경장이 해경 비행기 내부를 정비하고 있다. 해경 제공 윤상근 경장이 해경 비행기 내부를 정비하고 있다. 해경 제공 
    그는 자신을 낮추면서, 함께 몸을 던진 또 다른 '용감한 시민'에게 공을 돌렸다.
     
    윤 경장은 "상황이 워낙 긴박해 그분의 성함조차 묻지 못했는데, 경찰로서 소임을 다한 저만 주목 받게 돼 송구하고 부끄럽다"며 "진정 박수를 받아야 할 주인공은 의로운 마음으로 위험에 뛰어든 그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또한 "그 시민의 행동 덕분에 저 또한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아울러 그는 최근 잇따르는 불특정 다수 대상 범죄를 언급하며 '연대의 힘'을 강조했다.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없이 상황이 마무리될 수 있었던 건, 두려움을 이겨내고 서로를 도왔던 시민들 덕분"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경찰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과분한 격려에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언제, 어디서든 안전이 위협받는 순간이 오면 망설임 없이 가장 먼저 달려가는 든든한 방패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 김포고정익항공대 소속 윤상근 경장 모습. 해경 제공중부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 김포고정익항공대 소속 윤상근 경장 모습. 해경 제공
    앞서 서울강서경찰서는 특수협박 혐의로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A씨는 '직업상 평소 흉기를 갖고 다니며, 술에 취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측은 검거를 도운 2명에 대해 포상을 검토 중이다. 경기 김포시는 윤 경장과 함께 대응한 시민을 찾아 나서는 등 공로를 치하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서로가 서로를 지켜줄 때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있다"며 "위험을 무릅쓰고 나서준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