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그룹 정도원 회장(가운데)이 10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선고 공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1호 사건'인 삼표산업 양주 채석장 사고로 재판을 받아온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에게 10일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실질적 경영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준 판결이라며 강력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문을 통해 "이번 판결을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시키고, 실질적인 경영책임자와 기업 총수들에게 집단적인 면죄부를 부여한 판결"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중처법이 실질적 경영권을 행사하는 자를 경영과 안전 책임자로 보고, 강력히 처벌하기 위해 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명백한 경영권자인 정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민주노총은 삼표산업의 지분 구조를 근거로 정 회장이 실질적 경영책임자임을 강조했다. 지주회사인 (주)삼표가 삼표산업 지분 98.25%를 보유하고 있고, 그 (주)삼표의 지분은 정 회장 일가가 77% 이상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핵심 사업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권과 통제권이 총수에게 집중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법원조차 판결문에서 '회장 보고' 문서와 직접 보고 및 지휘 정황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았다"며, 정 회장이 안전·보건을 포함한 경영 전반을 보고받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은 법의 입법 취지를 형해화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노총은 이어 "법원은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축소 해석하며 책임을 현장 관리자 수준으로 끌어내렸다"며 "이 판결은 앞으로 이어질 모든 재판에서 총수들이 내밀 '최우선 면죄부'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은 "노동자가 죽어도 최종 결정권자가 법 바깥에 서 있게 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은 더 이상 생명을 지키는 법일 수 없다"며 검찰의 즉각적인 항소와 법원의 엄정한 양형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앞서 이날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이영은 판사)은 중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도원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각 그룹 부문별 정례 보고 등에 참석하기도 하고 때로는 대표자 또는 담당 임원 등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내리기도 한 사실은 인정이 된다"면서도 "삼표그룹의 규모나 조직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의무를 구체적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함께 기소된 이종신 전 삼표산업 대표이사 역시 "법령에 따른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지시했거나, 그러한 조치 없이 작업이 진행되는 사실을 알았다고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중처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나왔지만, 법원은 삼표산업 법인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일부 인정해 벌금 1억 원을 선고했다.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삼표산업 본사 안전책임 담당과 현장 관계자 등 4명에게는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적극적인 안전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며 각각 징역형과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번 사건은 중처법 시행 이틀 만인 지난 2022년 1월 29일 양주 사업소에서 토사가 붕괴하며 근로자 3명이 사망한 사고로, 검찰은 사고와 관련해 중처법 규정상 실질적이고 최종적 권한을 행사하는 경영책임자가 정 회장인 것으로 판단해 기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