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반도체 수출 호조가 세수 지형까지 흔들었다. 지난해 법인세가 급증하며 부가가치세 비중을 앞질렀고, 근로소득세는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19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소득세 수입은 68조 4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1%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용근로자 수는 1663만 6천 명으로 전년보다 28만 3천 명 늘었고, 1인당 임금도 31만 원 상승했다. 이에 따라 373조 9천억 원에 달하는 총 국세에서 근로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8.3%까지 확대됐다.
근로소득세 증가가 전체 국세 수입 안정에 기여한 측면이 있지만, 직장인의 '유리지갑' 부담은 더 커진 셈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4월 발간한 '최근 근로소득세 증가 요인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과세표준 구간 기준 금액이 고정된 누진세율 체계에서는 명목소득 증가에 따라 상위 세율 구간으로 이동하는 근로자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세수 역시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과 실질소득 증가, 산업 간 임금 격차 확대 등으로 중상위 소득 근로자들이 더 높은 세율 구간으로 이동한 점이 근로소득세 증가에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향후 물가상승률과 실질소득 증가율, 세 부담이 근로 의욕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세 구조의 형평성과 부담 수준을 점검함으로써 세 부담의 형평성과 수용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반면 부가가치세(부가세)는 79조 2천억 원으로 전년도 82조 2천억 원보다 3.7% 감소했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증가와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환급액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수출에는 부가세 0%가 적용되기 때문에 수출이 늘수록 기업이 원재료와 부품을 구매하면서 납부한 부가세를 환급받는 규모도 커진다. 설비투자 역시 공급가액의 10%에 해당하는 부가세를 먼저 납부한 뒤, 매출이 발생하지 않거나 수출 중심 매출 구조일 경우 환급 규모가 확대되는 구조다.
법인세는 84조 6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35.3% 급증했다. 전기·전자 업종 실적 개선과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가 신고분 세수 증가를 이끌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 신고분은 60조 9천억 원으로 54.5% 증가했고, 원천분도 23조 7천억 원으로 2.6% 늘었다.
이 같은 국세 수입 구조 변화는 세목별 비중에서도 확인된다. 2024년에는 부가세 비중이 24.4%로 법인세(18.6%)보다 높았지만, 지난해에는 법인세(22.6%)가 부가세(21.2%)를 앞질렀다.
앞서 국가데이터처는 지난해 연간 수출액이 7094억 달러로 전년 대비 3.8%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반도체·IT부품 수출은 19.9% 늘어난 1912억 달러를 기록했다. 4분기 수출액은 1898억 달러로 전년 대비 8.4% 증가했으며, 반도체 단독 수출은 4분기에만 36.0% 늘었다.
지난해 수출 상위 10대 기업의 무역 집중도는 39.0%로 1년 전보다 2.4%p 상승했다. 특히 4분기에는 43.4%까지 올라 대기업 중심의 수출 호조가 두드러졌다.
산업별로는 광제조업(5.1%)과 기타 산업(4.4%)은 증가한 반면, 자동차가 포함된 내구소비재는 5.7% 감소했다. 자본재 수출은 10.0% 늘어나 부가세 환급 확대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지난해 국세 수입은 세목별로 뚜렷한 온도 차를 보였다. 근로소득세는 취업자 수 증가와 임금 상승에 힘입어 안정적인 증가세를 나타낸 반면, 법인세와 부가세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산업 경기 변화에 따라 크게 움직였다. 산업 구조와 경기 흐름이 세수 구조에 직결되는 모습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