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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민트'로 본 분단의 대가…"안보관, 왜곡됐다"[영화한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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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민트'로 본 분단의 대가…"안보관, 왜곡됐다"[영화한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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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세상 모든 영화는 알맹이를 품었다고 믿습니다. 껍데기는 차근차근 벗겨 내고 알찬 것들만 골고루 건져 올렸습니다. 지금 여기, 먹음직스럽게 간추린 알맹이들로 한상 가득 푸짐하게 차린 영화 한끼 대접합니다.

    통일연구원장을 지낸 고유환 교수에게 답을 구했습니다

    NEW 제공영화 '휴민트' 스틸컷. NEW 제공
    "사실 인간은 수많은 대가와 고통을 치르고 살면서도,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분단 체제라는 모순 속에서 살아 가는 지금 우리 모습이 그러하죠."

    극장가에서 흥행 몰이 중인 영화 '휴민트'를 봤거나 볼 관객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묻자,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남북 분단이라는 우리네 막다른 현실을 짚었다.

    통일연구원장을 지낸 고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는 청소년기 교육을 받을 때 (집권했던) 보수정권 영향으로 왜곡된 안보·대북관을 가진 경향이 있다"며 "이념·체제 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모두 걷어내고, 인간의 관점에서 남과 북이 처한 현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류승완 감독 작품 '휴민트'는 북한 고위 권력층과 러시아 마피아의 범죄 커넥션에 속수무책으로 얽혀 들어간 남북 젊은이들의 처절한 여정을 그렸다.

    극중 주인공들은 휴민트(humint=human+intelligence, 사람에 의한 정보 수집 활동)라는 올가미 안에서 서로 물고 물리면서 모순을 자각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그들은 '수단'으로 살도록 강요된 자기 삶을 '목적'으로 만들기 위한 실천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그들의 삶을 옥죄고 있던, 남북 분단이라는 극단의 시대적 모순이 직간접적으로 참혹한 얼굴을 드러낸다.

    NEW 제공영화 '휴민트' 스틸컷. NEW 제공

    그런데요, '휴민트' '시긴트' '이민트'가 다 뭐죠?


    영화 '휴민트'가 다룬 극중 첩보 세계는 현실과 얼마나 닮았을까.

    고 교수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상대의 활동을 사전에 탐지해 대비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며 "지금은 '경제 안보 시대'라고 할 만큼 국가별로 첩보 활동을 통해 첨단 과학기술을 빼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사실 첩보활동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다들 상대가 뭘 하는지 궁금해 하기 마련이잖아요. 특히 권력 투쟁이 벌어질 때 다른 진영 활동을 미리 탐지해 교란·분열시키는 일은 유사 이래 늘 있어왔으니까요."

    그는 "이러한 활동은 모두 정보를 획득하기 위한 수단이나 방법과 관련된 것"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휴민트는 사람이 직접 첩보활동을 해 얻는 정보이고, 시긴트(sigint=signals intelligence)는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한 통신 도·감청 등을 뜻합니다. 위성 등으로 정보를 획득하는 이민트(imint=imagery intelligence)도 있죠."

    그럼에도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다. 첩보 활동을 하면서 윤리적인 딜레마에 휩싸이는 일도 생길 것이다. 하나의 민족이 남북으로 갈라져 대립하는 우리네 현실은 더욱 그러하리라.

    NEW 제공영화 '휴민트' 스틸컷. NEW 제공

    "이념과 체제 걷어냈을 때…결국 똑같은 인간"


    "물론 남북이 그러한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요원들이나 관계되는 사람들 사이 인간애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념과 체제가 다른 와중에도 감정적인 교류를 하게 되는 거죠. 결국은 체온을 지닌,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서로 느낄 수밖에 없으니까요."

    고 교수는 "남북 교류가 활발하던 시절 북쪽 학자들을 만나 보면, 이념과 체제를 걷어냈을 때 나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었다"며 "같은 민족이라는 동질성 위에서 정서적인 것들을 폭넓게 공유할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다만 지금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론'을 펴면서 그러한 동질성을 끊어 내자고 말합니다. 남측과 유대감을 갖는 것조차 지금 북한 체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보는 거죠."

    그는 "체제 경쟁에서는 우세한 쪽이 열세한 쪽을 변화시키기 마련"이라며 "특히 북측은 문화적 측면에서 한류 등이 북한 젊은 세대 의식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바꿔 나간다고 판단해 아예 남한과 단절을 선택한 셈"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첩보 활동을 하는 북측 요원들 태도 역시 변할 수밖에 없죠. 그동안 남북 정보당국 사이에 수많은 접촉이 있었을 거잖아요. 이 과정에서 북측 요원들이 우리 쪽에 동화되는 경향이 컸어요. 이제는 남북 대화에 앞장섰던 북측 사람들은 거의 다 숙청됐다고 봐야 해요."

    NEW 제공영화 '휴민트' 스틸컷. NEW 제공

    교류 원천 차단…"권력 게임마저 불리하다 판단"


    고 교수는 "우리 정부에서 '이젠 바늘 구멍 들어갈 틈도 없다'고 인정한 것처럼 북한은 일체 교류를 안 하려 하고 있다"며 "과거 유지돼온 정부 라인이나 일부 비공식 라인마저 이젠 끊긴 상태"라고 전했다.

    "사실 과거 남북 정보당국 상급 요원들은 서로 각자 입장에서 속을 드러내고 이야기하는 측면도 있었어요. 그걸 '적대적 의존 관계'라고 불렀죠. 필요에 따라 자기 체제를 공고히 하는, 일종의 권력 게임에 서로를 활용했던 거죠. 이제 북측은 그러한 게임에서조차 자기네가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는 "이전 북한 지도자들은 민족을 내세우는 것을 허용했는데, 그 결과 우리도 북쪽 학자나 관계자들을 만나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며 "지금 북한은 남한 사회를 들여다보는 자기네 요원들마저 (남측에 동화되는 것을) 감당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고, 그러한 접촉 자체를 끊었다"고 분석했다.

    "한마디로 '서로 신경쓰지 말자'는 거죠. 그동안 많은 노력에도 변하지 않는 북한을 둘러싸고 우리 내부적으로 극심한 남남 갈등을 겪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북한이 '따로 살자'고 하니, 이러한 남남 갈등이 사라진 측면도 있어요. 당분간은 이러한 냉각기를 갖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보입니다."

    다만 고 교수는 "물론 그러는 동안에도 우리를 위협해온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는 문제 등을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이러한 문제가 더 악화할 수 있는 현실 탓에 지금 냉각기를 단순히 즐길 수만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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