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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참사 국가배상 앞두고 '배제된 피해자들' 우려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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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복지

    가습기살균제 참사 국가배상 앞두고 '배제된 피해자들' 우려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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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참사 인정·국가배상 전환 담은 특별법 국회 본회의 의결 임박
    기후부, 피해자 간담회 개최…피해자 수천 명인데 20명 선착순 참석 제한에 불만도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정부에서 소·돼지처럼 등급을 매겼어요. 1, 2등급만 피해자라고 옥시가 합의해줬습니다. 저도 경미한 피해자이지만, 온 가족이 다 피해자입니다. 한 명은 2013년 3월 49살로 죽었어도 위로금도 못받았습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이자 유족 최숙자 씨)

    "저희 아버지는 옥시싹싹을 사용했고 숨차서 서울아산병원 응급실로 실려와 진단한 결과 '원인 미상의 폐질환' 진단이 나왔습니다. 이후 '폐결절'과 '폐암'까지 됐는데 그 진단서를 첨부해가지고 신청을 했는데 4등급이 됐어요."
    (충청도 내포에서 올라왔다고 밝힌 유족 A씨)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사회적 참사'로 규정하고 그 피해 구제를 '국가배상' 체계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의결 절차만 남긴 가운데, 25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서울 중구 제분빌딩 피해자 소통공간에서 약 1시간 반가량 진행한 간담회에선 배상 대상에서 배제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가득했다.

    4등급 판정을 받아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 A씨 부친은 돌아가시기 직전 "난 담배도 안 피고 노출환경 아무 지장이 없는데 너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최 씨는 "(낮은 등급을 받은 이유에 대해)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다른 병이 있어서 그렇다더라"며 "죽은 사람 2천 명 중에 다른 질병 없는 사람이 누가 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운동장에서 판정기준 정해서 억울함 없이 (판정) 받아보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1~4등급은 폐질환 증가와 관련해 원인조사로 가습기살균제와의 상관관계를 규명한 2011년 당시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피해자 접수를 받을 때 사용했던 피해자 선정기준이다. 3~4등급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음을 의미하는 분류에 가까워 치료비 등 정부 지원을 받지 못했다. 당시 폐섬유화로 숨진 사망자도 섬유화가 시작된 부위가 '기준'과 다르다는 이유로 4등급으로 분류되는 등 논란이 커지자 이후 분류체계가 변화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25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마련한 피해자 간담회에 참석한 김경영씨는 "피해자들이 심의를 제대로 받지 못해 지원을 받지 못하게 가로막은 건 과거 환경부 분들이었다"며 정부 지원 의지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최서윤 기자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25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마련한 피해자 간담회에 참석한 김경영씨는 "피해자들이 심의를 제대로 받지 못해 지원을 받지 못하게 가로막은 건 과거 환경부 분들이었다"며 정부 지원 의지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최서윤 기자
    현재 기후부 소속 '피해구제위원회' 체제의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는 신청자를 심사해 폐기능에 따라 피해 등급을 6가지로 분류해 구제를 실시하고 있다. △초고도 피해는 폐활량(FVC)·1초량(FEV1)·폐확산능(DLco)이 정상예측치의 35% 미만인 경우를 의미하고, △고도(45% 미만) △중등도(45 이상 55% 미만) △경도(55% 이상 70% 미만) △경미(70% 이상 80% 미만) △등급외(80% 이상)로 나뉜다.

    그러나 피해자와 유족이 가져온 오랜 불신은 여전했다. 김경영 씨는 "저희에 관해 가장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사람은 오래도록 치료해온 주치의"라며 "주치의가 '이 사람은 가습기살균제에서 얘기하는 인과관계에 해당하는 '질환'은 아니더라도, 이 (사람이 앓고 있는) 호흡기 질환이 가습기살균제에 의해 생겨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서를 제출해도 반영되지 않고, 왜 거절됐는지조차도 피드백을 받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의학적 이유로 주치의 의견을 거절했는지 명확하게 (답변이) 나와야 된다"고 했다.

    끊임없는 '피해 증명' 절차에도 피해자들은 이골이 나 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인 동시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라고 밝힌 설태훈 씨는 긴급의료 지원대상으로 지원을 받았음에도, 이후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질환과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정을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받았다. 설 씨는 "처음엔 천식이나 폐질환 나오면 (피해자로) 인정한다고 해놓고, 의사(주치의)도 (질환을) 인정한 걸 기술원만 가면 무슨 위원회라고 해서 계속 이걸 빠꾸를(불인정) 시키더라"고 했다. 설씨는 위원회가 피해 구제 급여 대상자로 인정하기 위해 요구한 객관적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불인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 피해자는 간담회 시작 전 가습기살균제참사19개단체 피해자연대가 연 기자회견에서 특별법의 국가 배상 체계와 관련해 "실제 구조는 여전히 사회적 구조의 지원 급부 중심으로 설계돼 피해자는 권리자가 아니라 수혜자가 되고, 국가는 채무자가 아니라 심사해 주는 주체로 남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호흡기 계통에만 머무는 단선적 질환이 아니라, 장기적·전면적 손상과 2차, 3차 질환으로 이어지는 연쇄 경로가 존재한다. 그런데 인정기준이 좁으면 피해자는 또다시 증명 불가능 앞에서 탈락한다"면서 "피해자가 아니라는 사실 증명을 가해자가 해야 맞다"고 주장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19개단체 피해자연대가 25일 서울 중구 제분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의 불합리한 조항을 조정하고 개정안 공청회를 개최하라고 촉구했다. 최서윤 기자가습기살균제참사19개단체 피해자연대가 25일 서울 중구 제분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의 불합리한 조항을 조정하고 개정안 공청회를 개최하라고 촉구했다. 최서윤 기자
    피해구제(이후 국가배상) 인정 절차가 법률로 촘촘하게 규정되다 보니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머리가 희끗한 B씨의 딸은 2004년부터 원인 미상 폐질환으로 치료받다 2011년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현지에서 계속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미국에서 검사 결과 '약물 부작용'이 나왔고, 한국이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떠들썩해질 때쯤 한국 정부에 문의해 '가습기살균제 영향'이란 답변을 받았지만, 미국에서 치료받은 부분에 대해선 국민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아 치료비를 돌려받지 못했다. B씨는 "2~3년에 한번씩 한국 나와서 치료받은 것만 인정되고, 비행기편과 직장 휴가 등에 대한 보상도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B씨는 미국 국적자가 된 딸이 한국 정부의 국가배상에서 또 다른 예외 사례로 배제될까 우려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4일 국가 주도 배상체계 전환을 골자로 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지원대책'을 발표했고, 같은 날 국회 기후환경노동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정부·여당 대책 내용을 반영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지난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의결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제 기후부 소속 피해구제위원회의 피해구제체제는 국무총리 소속 '배상심의위원회'의 국가배상체계로 개편된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국가 배상 절차가 이뤄질 전망이다.

    배상심의위원회에선 등급을 결정하는 절차는 사라진다. 유족의 강한 불신을 좀 해소할 수 있게 될까.

    기후부 관계자는 "기존 등급을 배상심의위원들이 참고는 할 것이지만, 등급은 결정하지 않고 최종적으로 배상 대상이 되는지와 배상액을 결정하게 된다"면서 "산하에 몇 개 분과도 만들고 의료자문할 전문위원회도 만들어서, 의료기록 등 제출된 서류를 보고 건강 영향 정도를 판정하되, 어차피 툴은 (기존과) 비슷한 툴을 쓸 수밖에 없다. 장애인 등급을 매길 때도 동일한 프로세스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상 심의위는 법원행정처장 추천을 받은 법관과 대한변호사협회장 추천을 받은 변호사, 영상의학·호흡기내과·예방의학·소아청소년과 또는 직업환경의학 등 관련 전문의, 기후부와 법무부 소속 고위공무원이나 검사 중 30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피해자 입장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배상을 검토해줄 인원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날 간담회에서 나왔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5일 서울 중구 제분빌딩 내 마련된 피해자 소통공간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및 유족들과 간담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한 참석자의 요구로 추모 묵념을 진행하는 모습. 최서윤 기자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5일 서울 중구 제분빌딩 내 마련된 피해자 소통공간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및 유족들과 간담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한 참석자의 요구로 추모 묵념을 진행하는 모습. 최서윤 기자
    이밖에 충분하고 투명한 정보 제공을 요구하는 의견도 있었다. 2024년 6월 대법원이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하기 전까진 기업과 피해자를 정부가 중재하는 방식으로 보상 절차가 이뤄졌는데, '피해등급'이 한차례 나뉘어진 피해자와 유족들은 다시 여러 갈래로 쪼개져 피해자단체만 20여 곳에 달하며 단합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무 단체에도 속하지 않은 피해자와 유족도 있다. 배상 책임을 진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소통 노력을 기울여달라는 요구다.

    기후부는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종합누리집(www.healthrelief.or.kr)'을 개설해 정보를 게시하지만, 피해자가 찾아봐야 알 수 있는 방식에서 나아가 서면 발송이나 카카오톡 메시지와 문자 발신 등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안내하는 서비스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오갔다. 신생아 피해 자녀가 이제 20대 초반이 돼 사회복무요원 근무를 앞뒀다는 맹미자 씨는 "오늘 같은 간담회도 유튜브 생중계를 만들어서 피해자 모두가 보고 댓글도 달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실제 이날 간담회는 신청자 선착순 20명으로 참석인원이 제한돼 또 다른 불만을 사기도 했다.  

    김성환 장관은 심의위원 구성과 관련해 "피해자분들이 직접추천권을 갖긴 어렵더라도, 피해자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심사하실 분들이 여럿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답했다.

    피해자들의 배상 대상 배제 우려에 대해서도 "코로나19 피해 구제 과정을 보면 코로나와 백신 때문에 피해에 이르거나 사망에 이른 걸로 보이는데, 전문가위원회만 가면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고 하는 케이스가 많아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며 공감하고, "이제 국무총리실에서 배상심의나 등급을 재분류하게 될 텐데, 기후부 차원에서 전문지원기구를 만들어서 적극 배상받으실 수 있도록 조력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다.

    김 장관은 "국가가 책임 배상을 하기로 한 만큼 적극적으로 해석해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분명 사회적 참사임에도 참사로 인정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고 국가 배상 책임이 법에 담기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다시 한번 국가를 대표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는 2006년 원인 미상 폐손상 환자 발생 이후 2008년 정부가 원인 조사에 착수했고, 2011년에야 상관관계가 규명됐다. 관계부처 합동 대책이 수립돼 2014년 7월 당시 환경부의 피해 구제가 시작됐다. 구제 신청자 8039명 가운데 현재까지 5971명이 피해자(구제급여 지급 대상)로 인정됐다. 지난 2024년 6월 대법원이 신규 화학물질 PHMG·PGH의 유해성 심사 및 공표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미흡했다고 판단해 해당 물질을 함유한 살균제 피해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하면서, 배·보상 체계는 새 국면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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