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세 여성 A씨, 보통 때처럼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이때 날아온 인스타 DM(Direct Message 다이렉트 메시지·인스타 내 쪽지).
"5천만원을 가상자산에 투자하면 원금은 물론, 13배 수익을 보장해드립니다."
안 그래도 가상자산으로 대박난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던 A씨는 이게 그 말로만 듣던 가상자산 대박 투자법인가 싶었다. DM을 보낸 사람이 알려준대로 가상자산 사이트에 접속했다. A씨는 초대코드를 입력한 뒤 대박이 날 거라는 코인에 투자했다.
A씨가 투자한 코인은 상승 곡선을 그리며 수익을 냈다. DM을 보낸 그 사람은 추가 투자를 하면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8회에 걸쳐 총 1억1500만원을 송금했다. 8번 돈을 보낸 기간은 단 '20일'.
매번 다른 사람 명의의 계좌번호였다. 이상하다 싶었지만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수익'에 의심을 거뒀다. 그러나 매일 들어갔던 가상자산 사이트는 돌연 폐쇄됐고, A씨는 그제서야 사기라는 걸 깨달았다.'가짜 가상자산 거래소'+'대포통장' 콜라보의 신종 투자사기
최근 투자 사기는 정교하게 제작된 '가짜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속이고 '대포통장'으로 자금을 세탁하는 수법을 다수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가짜 투자 사이트는 결국 폐쇄된다.
2021년부터 안심보상제를 운영한 토스뱅크는 실제 금융사기 피해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결과 이같은 신종 수법이 유행한다고 봤다. 실제 존재하는 해외 거래소나 AI 기업인 것처럼 위장한 사이트 또는 앱을 만들어 피해자가 직접 수익률을 확인하게 만들었다. 화면 속 '내 자산'이 직접 증가하는 것처럼 시각적 자극을 줘 판단력을 마비시켰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그냥 일반인이 보면 깜빡 속을만큼 유려하고 일반 가상화폐 거래소랑 굉장히 유사하다"면서 "최근엔 AI 도움을 받는 등 워낙 정교하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런 사이트에 한 번 발을 디디면 피해자가 갇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가짜 투자 사이트 피해자는 1명이 아닌 다수로, 사이트는 결국 사라진다. 통상 투자 사기 초기·중기·말기 등 접근 정도에 따라 사기 정황이 조금씩 다르다. 초기의 경우 폰지사기의 형태가 많아 아주 작은 수익 실현이 되기도 한다. 중기에는 "이상거래에 걸려 잠깐 출금이 안된다, 기다려라"라거나 "출금 수수료는 따로 입금해라"라고 해서 추가 피해도 발생한다.
특히 텔레그램 등의 투자 리딩방 뿐 아니라 인스타그램 DM 등 SNS를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했다. 이에 따라 최근 금융사기는 2030 피해가 급증했다. 토스뱅크 안심보상제 데이터 분석 결과 2024년 54%에서 2025년 66%로 급증하며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2030의 경우 SNS나 문자 등 확인을 굉장히 잘해서 몰입도가 확 올라간다"면서 "링크나 사이트 등에 빨리 들어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가스라이팅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 금융 사기의 특징은 '다수 명의의 계좌'를 이용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기업이나 공식 가상자산 거래소라고 하면서 정작 입금은 '김00', '이00' 등 개인 명의의 통장이었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고 계좌 동결에 대비하기 위한 전형적인 자금 세탁 수법이다.
토스뱅크 금융사기대응팀 관계자는 "AI 기술, 가상화폐 등 키워드를 미끼로 사용하지만 본질은 모두 동일하다"며 "화면 속 수익률이 아무리 높아도, 입금하려는 계좌가 해당 거래소의 공식 법인 계좌가 아닌 개인 명의이거나 매번 다른 이름의 계좌를 알려준다면 사기를 의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상적인 금융 투자는 절대 개인 계좌로 투자금을 받지 않는다"고 강력히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