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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트럼프의 이란 전쟁, 시추에이션룸에 '어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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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트럼프의 이란 전쟁, 시추에이션룸에 '어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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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악관 홈페이지 캡처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마치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는 듯하다. 제작사는 '21세기 팍스(Pax)' 사, 감독과 주연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장르는 하나로 규정하기 어렵다. 전쟁물인가, 정치 스릴러인가, 아니면 한 개인의 자아를 위한 스펙터클인가. 아마 셋 모두일 것이다. 시리즈의 제목은 '힘에 의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가 적당할 것 같다.

    에피소드는 계속 나오고 있다. 1편은 지난해 6월의 '한밤의 망치(Operation Midnight Hammer)'였다.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 등 이란 핵시설 3곳을 벙커버스터로 타격한 작전이다. 작전 직후 트럼프는 "완전히 궤멸시켰다"고 선언했고,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12일 전쟁'에도 일단 마침표가 찍혔다.

    에피소드 2, '확고한 결의(Operation Absolute Resolve)'. 세상이 새해 인사를 나누는 동안, 트럼프는 150대의 항공기를 베네수엘라 상공으로 침투시켰다. 명분은 '마약과의 전쟁'이었다. 방공망이 무력화되고 주요 기반시설이 마비되는 사이, 델타포스와 FBI가 대통령 관저를 급습했다. 작전 개시 2시간 만에 니콜라스 마두로는 수갑이 채워진 채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외국 정상을 한밤중에 기습해 체포·압송한 이 장면은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그러나 미국 내 반응은 괜찮았다.

    에피소드 3, '장대한 분노(Operation Epic Fury)'가 막 시작됐다. 1, 2편의 성공에 고무된 것일까. 이번엔 판을 크게 벌였다. 트럼프는 어두운 방에서 "U.S.A." 모자를 쓴 채 등장해 "이란에서 대규모 전투 작전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임박한 위협으로부터 미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테헤란을 폭격했고,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포함한 이란 수뇌부가 사망했다는 발표가 이어졌다. 이란은 즉각 이스라엘과 최소 7개 아랍 국가에 미사일을 발사했고, 바레인의 미 해군 제5함대 본부를 타격하며 "괴멸적인" 보복을 공언했다.

    하메네이 정권의 폭력성과 억압성은 새삼 설명이 필요 없다. 수십 년간 중동의 테러 세력에 자금을 지원했고, 핵무기를 향한 야망도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폭정에 항의하는 자국민 약 3만 명을 학살했다. 이 정권이 사라져야 한다는 정서적 공감대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트럼프의 '장대한 분노' 작전은 명분이 부족하다. 트럼프는 이란이 미국에 '임박한 위협'이라고 했지만,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자기 모순이다. 지난해 6월 '한밤의 망치' 작전으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궤멸"시켰다고 선언했던 그가, 이번엔 "다시 궤멸"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임박한 위협'이라는 규정은 의회 승인 없이 비상 권한을 동원해 전쟁을 개시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목표도 불분명하다. 트럼프는 "테러 정권이 핵무기를 절대 보유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했지만, 동시에 정권 교체를 시사했다. 이란 국민을 향해 "오늘 밤 자유의 시간이 도래했다"며 "작전이 끝나면 정부를 장악하라"고 했다. 하메네이가 제거됐다고 해서 정권이 교체되는 것은 아니다. 지상군 투입 없이 공중 폭격만으로 정권을 바꾼 전례는 역사에 없다. 결국 트럼프의 구상은 공중전과 심리전으로 측면을 지원할 테니, 이란 국민 스스로 봉기해 정권을 잡으라는 것이다.

    역사는 이미 이 '도박'의 결말을 알고 있다. 이라크에서 후세인이 제거됐고 리비아에서 카다피가 사라졌지만, 뒤따른 것은 민주주의와 자유가 아니라 권력 공백과 무장세력 경쟁, 그리고 장기 불안정이었다. 미국은 매번 "이번은 다르다"고 말했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트럼프 역시 이번 작전이 "대규모"이고 "지속적"일 수 있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국내 반전 여론이 상승하는 것은 미국 정치의 반복된 패턴이다. <전쟁론>의 저자 칼 폰 클라우제비츠는 "명확한 목표 없는 전쟁은 결국 우연이 결정한다"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전임자들이 이미 실패한 도박을 왜 되풀이하는 것일까.

    중간선거를 앞두고 추락하는 지지율,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 엡스타인 파일 스캔들. 이 모든 악재를 한 번에 돌파하려는 승부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그 승부수가 통할지는 의문이다. 이번 작전은 2024년 대선에서 그에게 승리를 안겨준 '전쟁 없는 외교'와 '미국 우선주의' 공약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핵심 지지층인 MAGA 진영에서도 벌써 균열이 감지된다. "절대적으로 역겹고 악랄하다", "우리는 이것을 위해 투표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백악관 홈페이지 캡처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드라마의 성공은 탄탄한 각본과 믿을 수 있는 캐스팅에서 나온다. 백악관이 공개한 시추에이션룸 사진을 보면 불안감이 앞선다. 국정 2인자 J.D. 밴스 부통령은 6개월간의 이라크 파병 경험이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사업가 출신 정치인이다. 국가안보를 총괄하는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변호사 출신 정치인이다. 트럼프 1기의 짐 매티스 국방장관,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처럼 전쟁이 무엇인지 몸으로 아는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NG'라고 소리칠 '어른'이 없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불안하다. 그리고 이것은 드라마가 아니다. 결정하는 사람과 죽는 사람이 다른, 냉혹한 현실이다.

    박형주 전 VOA 기자, 『트럼프 청구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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