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국빈방문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4일 빌라모어 군공항 공군 1호기에서 환송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3박 4일간의 싱가포르·필리핀 순방 일정을 마치고 4일 귀국했다. 인공지능(AI)과 에너지 등 미래 산업 협력 확대 성과를 거뒀지만,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불안해지면서 경제·안보 대응이라는 과제를 안고 돌아왔다.
이번 순방에서 이 대통령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핵심 국가인 싱가포르와 필리핀을 잇달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고 경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글로벌 기술 경쟁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동남아와 협력을 강화해 한국 경제의 외연을 넓히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필리핀에서는 신규 원전 사업과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고, 조선 분야 협력 강화 방안도 논의했다. 싱가포르와는 AI를 중심으로 첨단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에너지 분야와 우주·양자 기술까지 교류 범위를 넓히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도 개시하기로 했다.
중동 정세와 글로벌 안보, 에너지 공급망 역시 각국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특히 이 대통령은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오늘날 초불확실성 시대의 격랑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며 신뢰할 수 있는 진정한 동반자가 더욱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동 상황점검 관련 긴급 관계부처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내에서 정부는 현재 실물 경제와 금융, 군사 안보 전반에 걸쳐 비상 대응 체제를 가동했다. 이번 사태가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고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청와대는 섣불리 결론을 도출하지 않고 신중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순방 기간 중에도 국가안보실은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며 수시로 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지나치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정부의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시장 불안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이란 사태 이후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환율과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80달러 수준까지 올라섰고 원·달러 환율은 한때 15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코스피 역시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대외 변수에 따른 충격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귀국 직후 대응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5일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해 중동 사태가 국내 경제와 안보에 미칠 영향, 중동 지역 내 재외국민 안전 등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요 경제부처 회의를 소집해 금융시장 안정 대책 등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