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사드는 10억 달러 짜리 무기체계다. 우리가 한국을 보호해주고 있는데 사드 배치 비용을 왜 우리가 내야 하나? 한국이 내는 게 적절하다고 한국에게 말했다'
2017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할 당시 한 말이다. 트럼프 다운 '수익자 부담 원칙'이다.
9년이 지난 지금 한국 방어용이라던 경북 상주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해 중동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배치 당시 트럼프의 주장대로 한국이 비용을 대지는 않았지만 그 이상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한국 배치 사드가 대북 방어용이기도 하지만 대중 견제용 성격도 강한만큼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집중 보복을 당했다.
운영하던 골프장을 사드 기지 부지로 내준 롯데그룹은 중국에 진출한 롯데마트가 잇따라 영업 정지 처분을 받고 끝내 철수했다.
밀물처럼 들어오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은 사드 배치 이후 썰물처럼 한국을 빠져 나갔다. K팝 아이돌도, K드라마와 K무비도 유령같은 '한한령' 조치로 중국 시장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한국은 경제적 비용 뿐 아니라 안보 비용도 치러야 했다. 중국의 안보 전문가들은 사드 배치에 즈음해 성주 기지를 중국의 군사적 타격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공공연하게 했다.
2016년 12월에는 중국이 랴오닝 호 항공모함과 함정 수십 척을 동원해 서해에서 사상 최초로 실탄 사격 연습을 해 긴장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배치 때도 어처럼 적지 않은 비용을 초래했던 사드가 중동으로 이전될 때도 못지 않은 비용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한국의 전력 약화가 우려된다.
사드 체계는 탄도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다층 방어 체계의 한 부분이다. 적의 탄도 미사일이 우리를 향해 떨어질 때 고도 40Km 이상의 고고도에서 요격하는 체계가 사드다. 사드 밑에는 15~40Km 중저고도에서 요격하는 패트리엇 미사일 체계가 있다.
15Km 이하 저고도는 'LAMD(저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가 있다. 인구 밀도가 높고 수도권 집중이 심한 상황에서 마사일 한 발이라도 놓치면 재앙적 결과를 낳기 때문에 이처럼 겹겹이 다층 방어 체계를 갖추고 있다.
문제는 고고도의 경우 미군의 사드를 빼면 이를 대체할 한국군 전력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형 사드'로 불리는 'L-SAM' 체계가 개발됐지만 실전 배치는 안된 상황이다.
중저고도에서는 미군의 패트리엇을 대체하는 한국의 '천궁2'가 실전 배치돼 있다. 결국 사드를 빼내가면 3중 방어막이 2중으로 줄어들고 그만큼 미사일 방어 전력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중동으로 간 사드가 언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지도 미지수다. 이란과의 전쟁이 언제 끝날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동으로 이전된 사드가 실제로 사용될 경우 전쟁이 끝나더라도 언제 전력화돼 한국에 돌아올지도 불확실하다. 사드가 중동으로 이전되는 이유는 미국의 미사일 요격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만약 중동에서 사드가 사용된다면 이를 다시 채워 한국으로 돌려 보내야 하는데, 언제가 될지 확언할 수 없다. 그 알 수 없는 기간 동안 고고도 방어막은 비게 된다.
이번 중동 이전으로 사드가 한국 방어 목적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트럼프 논리대로라면 오히려 미국이 한국에 비용을 지불해야 할 판이다.
정부는 이번 사드 이전을 한미 간 안보 비용 분담의 유리한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이름으로 '무기 및 병력 돌려막기'를 더욱 빈번히 할 미국에게 우리 안보를 맡길 수는 없다. 한국형 마사일 방어 체계 완성과 전력화에도 속도를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