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동기 없이 저지르는 이상동기 범죄(묻지마 범죄)가 매년 40여 건씩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동기 범죄 10건 중 3건은 살인과 살인미수였다. 최근 서울 강북구 수유동 '약물 연쇄살인' 사건 등 극단적인 이상동기 범죄가 횡행하면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CBS노컷뉴스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발생한 이상동기 범죄는 총 127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발생 건수는 2023년 46건, 2024년 42건, 2025년 39건이다.
이상동기 범죄 10건 중 3건 꼴로 살인·살인미수 혐의 사건으로 나타났다. 총 127건 중 살인·살인미수가 45건으로 35.4%였다. 이 밖에도 상해가 52건(40.9%), 폭행이 30건(23.6%)이었다. 피의자 성별은 남성이 96명(75.6%), 여성이 24.5명(24.4%)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3배 이상 많았다.
경찰은 지난 2023년 처음으로 이상동기 범죄를 공식 개념화하고 분기별 사건 발생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가해자와 피해자 무관련성과 범행 동기 이상성, 행위 비전형성 등 기준을 두고 이상동기 범죄를 분류한다. 명확한 범행 동기나 규칙성도 없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예측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져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
실제로 2023년 서울 신림역과 경기 분당 서현역에서 일어난 흉기 난동 사건과 같은 이른바 '묻지마 범죄' 등이 발생한 이후 정부와 국회 등 각 기관에서 대책을 내 왔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2024년 2월 이상동기 범죄 등 흉악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 조직에 4천 명 규모의 형사기동대와 기동순찰대를 신설했지만 이상동기 범죄 사건은 줄지 않았다. 결국 과도한 순찰 강화, 일선서 인력 유출 등 부작용 지적에 폐지·축소 수순을 밟고 있다. 이재명 정부 법무부도 지난해 9월 보호관찰 대상자에게 선별 검사를 실시해 '이상동기 범죄 위험군'을 선별하고 특별 관리에 나선다고 밝혔지만 아직 가시적인 효과는 미비하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이상동기 범죄 피의자가 대부분 사회적 취약층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2024년 경찰대학 경찰학연구에 실린 논문 '이상 동기 범죄의 최근 실태 및 하위유형 분류'에 따르면, 이상동기 범죄자 186명 중 무직자 또는 비정규직자가 142명(76.3%)이었다. 또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사람이 61명(32.6%), 정신과 병력이 있는 사람이 59명(31.7%)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이는 이상동기 범죄 가해자들이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거나 사회와 단절돼 있었을 가능성을 나타낸다. 최근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서 약물을 먹여 남성 2명을 연달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소영(20)도 무직 상태였고 남성들과 의견 충돌을 겪다가 범행을 저질렀다. 정신건강의학과 병력도 있었다. 김씨는 결국 사이코패스로 판정됐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이상동기 범죄)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일본의 경우 2천년대 '묻지마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자 정부 차원에서 심층 분석해 히키코모리 등 사회적 단절을 원인으로 밝혀냈다. 고립된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대책을 통해 묻지마 범죄를 줄인 사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약물 연쇄살인' 사건에 관한 심층 분석을 통해 범죄 원인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