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구글이 AI(인공지능)의 단기 기억에 필요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압축해 메모리 사용량을 줄이는 신기술 '터보퀀트'에 대한 논문을 공개했다. 이 기술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곧바로 고개를 들며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견도 적지 않다.
오히려 터보퀀트 기술이 현실화 되면 운영 비용 절감으로 AI 시장이 더욱 커지면서 메모리 반도체의 성장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 해당 기술 연구 주체 측에서 나온다.
구글은 지난 24일(현지시간) 구글리서치 블로그에 터보퀀트 기술 논문을 게시했다. 이에 따르면 터보퀀트는 AI 모델이 긴 대화 맥락을 기억할 때 사용하는 단기 기억 장치인 'KV 캐시'의 메모리 사용량을 정확도 손실 없이 6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데이터 압축 기술이다.
쉽게 말해 사용자와의 대화가 길어지면, AI 모델의 요약 메모장 격인 KV 캐시에 쌓이는 데이터양이 늘어나고, 그만큼 메모리 사용량도 증가하게 된다. 터보퀀트 기술은 KV 캐시에 쌓이는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압축함으로써 AI 모델의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메모리 사용량을 크게 절감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AI 빅테크 기업인 구글의 이 같은 논문 내용에 시장은 거의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 전망이 나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출렁였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전망과 다르게 전개될 것이라는 게 다수의 기술,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카이스트는 전기및전자공학부의 한인수 교수가 터보퀀트 연구에 직접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해당 기술로 오히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창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터보퀀트 연구에는 카이스트의 한 교수를 비롯해 구글 리서치, 딥마인드, 뉴욕대 연구진들이 함께했다.
카이스트는 27일 "(터보퀀트를 통한) 기술적 발전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도 중장기적인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메모리 문턱이 낮아짐으로써 결국 AI 서비스가 일상으로 확산돼 훨씬 더 큰 규모의 서비스에서 새로운 메모리 수요가 창출되는 '수요의 질적 고도화'와 '양적 팽창'이 동시에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터보퀀트 기술로 메모리 사용량이 줄어들면 운영 비용을 아낄 수 있어 AI 사용이 더욱 활성화되고, 이는 결국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AI가 더 똑똑해질수록 필요 데이터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터보퀀트와 같은 데이터 압축 기술의 진화가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감으로 연결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반도체공학회 부회장인 유재희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사람이 일을 할 때 과거를 많이 기억하고 있으면 더 좋은 결론이 나오듯, AI도 '더 기억하는 쪽'으로 성능이 향상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AI가 진화할 수록 KV캐시에 쓰이는 데이터 규모도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논문 만으로 메모리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데이터를 압축하는 기술이 향상됐다고 해서 컴퓨터의 메모리 공간이 줄었느냐"고 반문한 뒤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발전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부연했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도 통화에서 "터보퀀트는 하드웨어의 변화, 즉 근원적 변화라기보다는 압축 기술의 변화로서, 근원적 변화를 통한 AI 성능 향상 기술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 역시 "또 만약 터보퀀트 기술로 효율적 저장이 가능해져 필요 메모리가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이는 AI 운영 비용 절감 효과를 낳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AI 시장이 더 커져서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도)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도 이날 보고서에서 터보퀀트 기술의 파급 효과에 대해 "결론적으로 압축 기술은 이미 기존에도 존재했던 기술이며 해당 기술을 모든 업체가 사용하거나 보편화 할 가능성 역시 미지수"라고 봤다.
그러면서 "만약 해당 기술이 중장기적으로 보편화 돼 비트당 수요가 효율화되면 메모리 비용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기 때문에 AI 서비스의 전체 사용량, D램과 스토리지의 절대적인 수요량을 감소시킬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편 시장에서도 구글 논문 공개 직후 나왔던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 우려가 다소 약화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의 낙폭은 축소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두 기업의 주가는 전날 4% 넘게 하락했지만, 이날은 각각 전장 대비 0.22%, 1.18% 하락하는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