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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시 엘마트' 납품업체 수십억 피해…"신고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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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리시 엘마트' 납품업체 수십억 피해…"신고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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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년 입점한 구리 엘마트, 납품업체 100여 곳 피해 속출
    미수금 합하면 40~50억 원대…신선식품류 손해 커
    대금 밀려도 납품 못 끊는 '을의 입장'…구두 계약 관행따라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해도 '폐업 법인'엔 처벌 어려워

    구리시가 시민마트(엘마트) 폐업 이후 철거 조치하는 모습. 구리시청 제공구리시가 시민마트(엘마트) 폐업 이후 철거 조치하는 모습. 구리시청 제공
    경기도 구리시 구리유통종합시장에 2021년 입점한 대형마트 엘마트가 폐업하면서 납품업체 100여 곳이 수억 원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납품업체들은 거래가 끊길까 봐 계약서조차 받지 못하고도 불법 거래 신고를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십 년 거래했어도 "법인 폐업하면 받을 방법이 없다"

    30일 CBS노컷뉴스의 취재에 따르면 주스 등 식음료 납품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엘마트에 수천만 원어치 제품을 납품하고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A씨는 "법무사한테도 다 물어봤는데 법인이 폐업하면 법적으로 대금을 청구할 방법이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피해를 본 건 A씨만이 아니다. 엘마트에 납품하던 업체는 100여 곳, 전체 미수 대금은 최소 40억~50억 원으로 추산된다.

    계약서조차 없이 거래를 지속해온 관행도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또 다른 식품 납품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마트에서 계약서를 써주는 곳이 거의 없다"며 "일반 동네 마트들도 다 똑같다"고 말했다.

    이어 "법인으로 운영하다 폐업해버리면, 법인에 돈이 없으니 보상 받을 방법이 없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B씨의 피해액은 7천만 원이 넘는다.

    대금이 밀려도 납품을 끊을 수 없는 유통 구조도 문제다. B씨는 "납품을 끊으면 그동안 못 받은 미수금이 그냥 날아간다"고 했다. 그는 "마트 측이 조금씩 달래가며 돈 준다고 하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또 넣게 된다"며 이를 '산소호흡기 치료'로 빚댔다.

    A씨 역시 "미수금이 쌓인 상황에서도 납품을 끊겠다고 하면 며칠 뒤 일부 금액이 들어오고 그러니 어쩔 수 없이 계속 넣게 됐다"고 했다.

    신선식품일수록 피해 더 커…"재고 회수도 불가"

    2024년 구리시가 시민마트(엘마트)의 명도일 경과로 출입문 등을 폐쇄 조치한 모습. 구리시청 제공2024년 구리시가 시민마트(엘마트)의 명도일 경과로 출입문 등을 폐쇄 조치한 모습. 구리시청 제공
    납품 품목에 따라 피해 규모도 달랐다. 우유나 주스 등은 유통기한이 9~14일에 불과해 한 번 매대에 올라가면 회수나 재판매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치즈 등 가공 유제품은 보존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어 피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납품업체들은 특히 정육·수산·청과류를 취급하는 업체들의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 비중이 높은 데다 상품 특성상 회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A씨는 "마트는 고기나 생선을 싸게 팔아야 고객이 몰린다"며 "오프라인 마트 매출을 책임지는 건 신선식품이라, 그쪽 업체들 피해가 가장 클 것"이라고 귀뜸했다.

    피해 금액에 따라 대응도 갈렸다. 천만 원대의 피해를 본 유제품 납품업체 C씨는 소액 재판을 제기할 수 있었지만, 수천만 원대 피해를 본 A씨와 B씨는 소액 재판 대상이 아니다. 이에 민사소송도 검토했지만 소송 비용과 승소 가능성을 따지면 오히려 손해가 더 큰 상황. B씨는 "이런 피해가 잦다 보니 결국 운이 나쁜 셈 친다"고 체념했다.

    '대규모유통업법' 대상이었지만, 신고는 엄두도 못 냈다

    엘마트는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 적용 대상이다. 매장 면적 3천㎡ 이상 유통업자는 납품업체에 계약서를 즉시 내주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엘마트 매장 면적은 약 3만㎡로 기준의 10배에 달한다.

    하지만 납품업체들은 신고조차 하지 못했다. 신고하는 순간 거래가 끊기고, 못 받은 미수금마저 날아가기 때문이다. A씨는 "계약서를 요구하거나 신고하면 다른 업체랑 거래하겠다고 한다"며 "을의 처지에서는 엄두도 못 낸다"고 했다. 실제로 A씨는 다른 중소형 마트와 거래하면서도 계약서를 써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라며 "영세한 납품업체들이 거래 단절을 우려해 눈치를 본 것이다. 이는 어려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갑질이라 더 악질"이라고 지적했다.

    '사후약방문' 된 법…전문가 "교육·실태조사 시급"

    2021년 구리시가 구리종합유통시장에 유치한 시민마트(엘마트)의 모습. 구리시청 제공2021년 구리시가 구리종합유통시장에 유치한 시민마트(엘마트)의 모습. 구리시청 제공
    법인이 폐업하고 나면 관련 법도 무력해진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법인이 폐업하면 제재를 해도 이행할 주체가 없다"며 "자산이 남아 있을 때 법원을 통해 가압류를 신청하는 것이 가장 빠른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엘마트의 경우 가압류할 자산 자체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악의적으로 마음먹고 이런 상황을 만들면 대응이 어렵다"며 "거래 중 신고가 있었으면 직권 조사를 나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매장 면적 3천㎡ 미만 또는 연 매출액이 1천억 원 미만의 중소형 마트는 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계약서 작성 의무가 없다.

    이 교수는 "이 경우 완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다"며 "정부 차원에서 계약서 작성 실태와 대금 미지급 피해 규모를 먼저 조사해 공론화하고 단계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1년 엘마트 낙찰 당시 부지 임대인인 구리시의 역할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계약서 작성 안내와 교육 등 기본적인 예방 조치가 부족했다는 것.

    A씨는 "구리시 공공기관 건물에서 운영되는 마트라 믿고 납품했는데 체납 사실을 알면서도 납품업체에 알리지 않은 구리시가 도의적 책임은 있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구리시는 "엘마트와 납품업체 간 계약 관계는 구리시가 확인할 의무도, 권한도 없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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