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가상자산 2단계법(디지털자산기본법) 처리가 사실상 하반기로 연기됐다.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당정이 협의안을 내지 못하면서다.
입법 공백의 여파로 가상자산 업계에 대한 내부통제와 이용자 보호를 위한 규제가 당분간 사각지대로 남게 될 전망이다.
정무위 법안 상정 불발…사실상 하반기 논의 시작
1일 가상자산업계 등에 따르면, 가상자산 2단계법은 전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지난달 5일 열릴 예정이던 더불어민주당과 금융위원회의 당정협의가 중동전쟁 등 영향으로 순연된 이후 쟁점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야는 전날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금융위원회를 향해 가상자산 2단계법 정부안 마련을 촉구했다.
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여야가 법안을 낸 지 1년이 지났는데도 정부안이 없어 논의가 진척되지 못한다"면서 "시급한 사안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도 "정부안이 도대체 언제 발의되느냐"며 "정부안이 빨리 나와야 국회도 함께 심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무위는 이달 중순 법안소위와 전체회의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당정 협의안이 마련되지 않아 가상자산 2단계법을 제외하고 쟁점이 없는 법안만 논의할 가능성이 상당해 보인다.
정무위 관계자는
"가상자산 2단계법은 아직 당정 협의안이 마련되지 않아 여야 논의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고 밝혔다.
따라서 가상자산 2단계법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주주 지분제한, 5대 거래소 모두 영향 불가피
가상자산 2단계법의 최대 쟁점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 제한이다.
금융위는 자본시장 대체거래소(ATS) 수준을 참고해 가상자산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와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금융 인프라 수준으로 규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은 이를 반영해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개인은 20%, 법인은 34% 수준으로 지분을 제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법 시행 이후 3년 동안 유예 기간을 두는 방안도 거론된다.
대주주 지분 제한이 적용되면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 모두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거센 저항이 일고 있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과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체결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합병심사를 받고 있다. 공정위 심사가 연장되면서 네이버파이년설과 두나무의 포괄적 주식교환은 당초 6월 30일에서 9월 30일로 미뤄졌다.
합병이 승인될 경우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가 되고, 네이버파이낸셜 지분은 △두나무 송치형 회장 19.5% △두나무 김형년 부회장 10% △네이버 17% 등으로 조정된다. 이에 따라 네이파바이낸셜은 법인 기준으로도 66%의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빗썸은 빗썸홀딩스가 73.56% 보유하고 있다. 코빗은 미래에셋컨설팅이 지분 92% 취득을 결정하고 금융위에 대주주 변경 신고서를 제출해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또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는 바이낸스가 67.45%, 코인원은 차명훈 의장이 53.44%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업계·야당 반대…"재산권 침해" 위헌 가능성도
가상자산 업계는 대주주 지분 제한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 '닥사(DAXA)'는 입장문을 내고
"민간 기업의 소유구조를 변경하려는 시도는 자생적으로 성장해 온 가상자산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라고 반발했다.
닥사는 대주주 지분 제한으로 투자가 지속되지 않으면 국내 거래소는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하고 이용자가 해외 거래소로 이탈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자산 보관 및 관리에 대한 최종적인 보상 책임이 희석돼 이용자 보호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주주 지분 제한은 위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대주주 지분 제한에 대해 "대주주 지분율에 일정한 상한을 설정해 주식 보유 자체를 제한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헌법상 재산권 및 기업 활동의 자유 등에 관한 쟁점이 제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헌법학회도 지난 25일 주최한 세미나에서도 조선대학교 김명식 교수와 성균관대학교 이영진 석좌교수, 한양대학교 황성기 교수, 고려대학교 계인국 교수, 국민대학교 문의빈 교수 등 참석자 모두 위헌 가능성을 지적했다.
여기에 국민의힘이 대주주 지분 제한을 반대하고 있어 당정 협의안이 마련돼도 대주주 지분 제한 조항이 유지된다면, 국회 논의는 속도가 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규제 사각지대 해소 위한 '건의안' 제출
문제는 입법 공백으로 가상자산 업계가 당분간 '규제 사각지대'에 남게 된다는 점이다.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와 같은 일이 발생해도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업계를 관리·감독할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빗썸의 내부통제 부실에 관련된 문제점은 확인했다"면서도 "법리 검토를 하고 있는데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가상자산 1단계법)에 한계가 있어서 검토가 마무리되는 대로 제재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이 가상자산 업계를 금융권 수준으로 관리·감독하기 위해 가상자산 2단계법에 필요한 내용을 정리해 국회에 건의했다.
구체적으로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잔고 검증 △다중 승인 △시스템 접근관리 의무 등 내부통제 절차를 법에 명시하고, 전산설비 및 보안 관련 사항에 대한 조치 명령을 할 수 있도록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의안에는 은행법 수준의 금감원 검사·제재권 보장과 미공개 정보 등 불공정 거래 규정 및 임원 선임 제한 제도 도입 등도 포함했다.
가상자산 업계도 대주주 지분 제한만 아니면, 가상자산 2단계법을 통해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도권 편입을 위한 규제는 예견된 수순"이라며 "업계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명확해져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미래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구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이드라인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