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지방데이터청 제공중동의 전운이 부산의 실물 경제 지표를 뒤흔들고 있다. 국제 유가 불안이 국내 기름값을 밀어 올리면서, 안정세를 보이던 물가 지표 저변에 다시금 인플레이션의 불길이 번지는 모양새다.
석유류가 끌어올린 '공업제품'의 역습
2일 동남지방데이터청이 내놓은 '2026년 3월 부산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부산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18.74(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했다. 수치상으로는 정부의 물가 안정 목표치에 근접한 듯 보이지만, 세부 항목을 뜯어보면 중동 리스크에 따른 '공급 측면의 충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물가 상승의 주범은 단연 석유류다. 중동 전쟁 여파로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며 국제 유가가 요동치자 부산 지역의 석유류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0.1%나 치솟았다. 품목별로는 경유가 17.4%, 휘발유가 7.8% 폭등하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견인했다. 이로 인해 석유류가 포함된 공업제품 물가는 전년 대비 2.6% 상승하며 전체 지수를 압박하고 있다.
장바구니는 여전히 '한겨울'… 먹거리 물가 부담 지속
에너지 가격 상승은 도미노 현상을 불러오고 있다. 물류비 부담이 커지면서 외식과 가공식품 가격도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서비스 물가를 보면 개인 서비스 요금이 3.5% 상승하는 등 전체 서비스 물가가 2.3% 올라 서민들의 체감 경기를 악화시키고 있다. 주요 먹거리는 쌀(20.7%), 조기(35.5%), 사과(11.0%) 등 기초 식재료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갉아먹고 있다.
반면, 귤(-29.9%)이나 무(-44.6%) 등 일부 농산물의 가격 하락으로 신선식품지수가 전체적으로는 7.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는 기저효과와 계절적 요인에 기인한 것일 뿐 석유발 물가 상승 압력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중동 사태 장기화, 부산 기업 '채산성' 직격탄
전문가들은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부산의 주력 산업인 제조·수출 분야의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한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생산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소비자 가격에 전이되는 '인플레이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은 물류와 제조 비중이 높아 유가 민감도가 타 지역보다 높다. 부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석유류 등 공급망 리스크에 따른 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향후 국제 정세에 따른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