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만든 질서 위에서 성장해 온 한국이 이제 그 질서의 균열 한복판에 서 있다. 전쟁과 협상이 하루 사이 뒤바뀌고, 강대국은 노골적으로 이익을 앞세운다. 중국은 패권을 부정하면서도 질서를 재편하려 하고, 미국은 스스로 만든 규범마저 흔든다. 그 사이에서 한국은 더 이상 '의존'이 아닌 '선택'을 요구받는다.
신간 '동맹이라는 거짓말'은 이러한 국제정치의 변화 속에서 대한민국이 마주한 현실을 정면으로 짚는다.
이 책은 냉전 이후 30여 년간 유지돼 온 '미국 중심 단극 질서'가 붕괴되고, 미·중 경쟁과 지정학적 충돌이 일상화된 다극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동맹'이라는 개념이 더 이상 절대적 가치가 아니라, 철저히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수단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의 배경을 구체적인 국제 사례로 풀어낸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해석 차이, 트럼프와 바이든의 외교 스타일 대비, 중국의 부상과 힘의 논리 등은 모두 기존 질서가 무너지는 징후로 제시된다. 국제정치는 가치보다 힘과 이해관계가 지배하는 영역이라는 점이 반복해서 드러난다.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도 중요한 축이다. 북한의 군사력 강화와 러시아·중국과의 협력, 제재의 한계 등은 기존 외교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된다. 저자는 변화한 환경 속에서 보다 현실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책은 동시에 위기 속 기회도 강조한다. 반도체, 배터리, 조선, 방산 등 한국의 산업 역량이 단순한 경제력을 넘어 외교·안보의 핵심 자산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첨단 기술은 이제 '산업 경쟁력'을 넘어 국가 생존을 좌우하는 협상 카드로 변했다.
특히 공급망 재편, 북극항로, 에너지 질서 변화 등 국제정치의 흐름은 산업과 투자, 일상경제까지 직접 연결되는 현실로 제시된다. 국제정치를 이해하는 것이 곧 생존 전략이 되는 시대라는 문제의식이다.
저자는 "세상은 이미 거대한 지각변동의 한복판에 들어섰다"며 "동맹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국익 중심의 전략을 새롭게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이승원 지음 | 멀리깊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