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정사에서 행정수반으로서 처음 탄핵된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이 한 문장은 한국 정치사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이었다. '탄핵열전'은 바로 이 장면에서 시작해,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질서의 극단적 사건이 어떻게 작동하고 무엇을 남겼는지를 따라간다.
이금규 변호사가 쓴 이 책은 박근혜·윤석열 두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국회 소추위원 측 법률대리인으로 직접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탄핵의 내부'를 기록한 르포에 가깝다. 단순한 사건 정리가 아니라, 탄핵이라는 제도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갈등과 판단을 거쳐 결론에 이르는지를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책은 2024년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시작된 탄핵 정국을 중심축으로 삼는다. 계엄 선포,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헌법재판소 심판, 그리고 파면 결정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시간 순으로 따라가며, 법정 안팎에서 벌어진 치열한 공방과 판단의 논리를 입체적으로 복원한다.
특히 저자는 탄핵 심판정에서 직접 경험한 장면과 고민을 담아낸다. 법률대리인으로서 바라본 쟁점, 헌재 판단의 의미, 그리고 정치적 갈등 속에서 헌법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비교적 객관적인 시선으로 서술한다.
책의 시선은 한국을 넘어 미국으로 확장된다. 앤드루 존슨, 리처드 닉슨, 빌 클린턴, 도널드 트럼프까지 이어지는 미국의 탄핵 사례를 통해 제도의 구조적 차이를 짚는다. 미국은 의회가 탄핵을 완결하지만, 한국은 헌법재판소가 최종 판단을 내린다는 점에서 제도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탄핵의 이중적 성격이다. 책은 "탄핵은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위기를 제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성숙함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한국은 세 차례의 대통령 탄핵소추 중 두 번을 인용하며 헌정사상 초유의 파면 사례를 남겼다.
저자는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권력 충돌의 역사도 함께 짚는다. 군사쿠데타와 비상계엄, 유신 체제 등 헌정 질서를 위협했던 사건들을 나열하며, 2024년 비상계엄 사태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과거와 달리 실패로 끝난 이유를 '성숙한 시민의식'에서 찾는다.
책은 또한 탄핵 이후를 향한 질문으로 나아간다. 헌법재판소 결정문을 민주주의의 '교과서'로 읽어야 한다는 제안,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한 시민의 감시 역할, 그리고 내란 혐의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끝까지 책임을 묻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금규 지음 | 모아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