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제공포스코가 협력업체 소속 조업지원 인력 7천 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겠다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노란봉투법 시행 등 여러 원인이 있다는 분석 속에 향후 제조업계에 미칠 영향과 전환 절차, 처우 등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철소 조업 지원 인력 7천 명 직접 고용…채용 절차·직무 재설계 등 준비 착수
포스코는 포항·광양제철소에서 일하는 협력사 인력 약 1만 5천 명 중 철강 생산과 직접 연관된 조업을 지원하는 인력 약 7천 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포스코가 직접 고용하기로 한 조업 지원 인력들은 원료 하역이나 제품 처리 등 생산 보조 역할을 수행해 온 현장 인력이 대부분이다.
수천 명의 인력을 직접 고용하기 위해선 거쳐야 할 과정이 적지 않다. 채용 절차와 직무 재설계, 사내 교육 등의 준비는 물론 임금을 포함한 처우에 대한 결정도 필요하다. 포스코는 순차적으로 채용 전환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채용 절차 등에 대해선 내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임금 등 처우에 대한 논의에만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조업 지원 인력들의 역할이 기존 인력들과 다소 차이가 있는 만큼 기존에 없었던 별도 직군을 신설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도 있다.
철강업계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급여를 포함한 처우를 기존 직원의 어느 정도 수준으로 정할지는 이번 결정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일 수 있다. 철강업계 중 포스코의 평균 급여 수준이 가장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결정으로 포스코가 직접 감당해야 할 재무부담은 매년 수천억 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포스코는 채용 이후 초래될 수 있는 불필요한 갈등을 막기 위해 직무역량 향상 교육과 사후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예정인데 구체적인 프로그램 역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포스코 결정 배경에 '노란봉투법'?…불법파견 갈등·산업재해도 거론
포스코의 이번 결정을 두고 원·하청 갈등이 지속돼 온 가운데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노란봉투법 시행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난달 초 하청 노조들이 단체교섭을 요구하자 포스코는 즉각 나선 바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하청 노조의 교섭력이 커진 상황에서 직접 고용이라는 정면 돌파 전략을 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포스코는 개정된 노란봉투법과 이번 결정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는 입장이다.
불법파견 관련 갈등과 소송이 15년 가까이 이어진 상황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포스코에선 2011년부터 사내하청 노동자 관련 불법파견 이슈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으며 일부는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현장에서 잇따라 발생한 산업 재해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조업 지원 인력의 경우 재해 발생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애초에 직접 관리하는 것이 안전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포스코는 이번 원·하청 간 대규모 통합에 대해 산업계 노사상생 모델 구축을 통해 유례없는 철강산업 위기를 극복하는 교두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직접 고용 결정은 산업현장 원·하청 관계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고 위험의 외주화 근절을 통한 안전관리 혁신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것"이라며 "산업현장의 안전체계를 혁신하고 상생의 노사 모델을 바탕으로 미래 철강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포스코 협력사 상생협의회 직원 측은 포스코의 결정에 대해 "포스코의 대승적 결정을 환영하며, 장기간 소송으로 인한 내부 갈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포스코의 일원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안전한 일터 만들기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포스코 제공협력업체 구조 조정 불가피…제조업계 영향도 '주목'
포스코의 직접 채용 결정 이후 상당수 협력업체의 구조 조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체 핵심 인력 상당수가 이탈할 수 있어 일부 업체는 존폐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포항·광양 제철소 내에는 최대 100개 정도의 협력사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의 결정이 하청노조와 교섭 중인 다른 제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특히 주요 제조 기업들이 원·하청 구조로 운영되고 있어 포스코의 결정과 향후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하청업계 노조의 교섭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포스코 사례는 하나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자동차는 고용노동부가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해 불법 파견 판단을 내린 이후, 일부 인력을 직접 고용한 바 있다. 동종 업계인 현대제철의 경우 자회사를 설립해 정규직으로 채용했으며 동국제강은 본사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포스코의 결정은 철강업계뿐만 아니라 제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기존 흐름에 큰 변화를 주는 하나의 선례가 될 수 있는 만큼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