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진도항에 시민들이 찾아와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기렸다. 한아름 기자세월호 참사 12주기에도 전남 진도군 진도항에는 여전히 그날을 기억하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임회면 진도항.
등대로 향하는 방파제 진입로를 따라 늘어선 낡고 노란 깃발들은 거센 바닷바람에 찢기고 헤져 있었다. 하지만 그 위에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는 12년의 세월에도 선명히 적혀 있었다.
"이게 뭐 어렵겠냐"… 오토바이 타고 부산서 달려온 50대
16일 오전 진도교육지원청 교직원 30여 명이 진도항을 찾아 등대 앞에서 묵념하고 노란 리본을 등대 난간에 묶고 있다. 한아름 기자 이날 각지에서 진도항을 찾은 추모객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희생자들을 기렸다.
부산에 거주하는 김모(58)씨는 2022년부터 매년 4월 16일이면 진도항을 찾는다. 15일에 출발해 5시간가량 오토바이를 몰고 와 근처에서 하룻밤 캠핑을 한 뒤 16일 아침 팽목을 찾아 희생자들을 기리는 것이 그의 연례행사다.
김 씨는 "우리는 고작 1년에 하루 이틀만 세월호를 떠올리는데 이게 뭐 어렵겠냐"며 "항상 무거운 마음으로 이곳을 찾아 앞으론 꼭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길 기도한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엔 진도교육지원청 교직원 30여 명도 진도항을 찾아 등대 앞에서 묵념하고 "더 안전한 학교와 사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직접 가져온 노란 리본을 등대 난간에 하나하나 묶으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진도 관광을 위해 왔다 우연히 진도항을 들른 오창석(64)·이영단(60) 부부는 항구에 붙은 수많은 희생자의 이름표를 보며 발길을 떼지 못했다. 부부는 "텔레비전으로만 보다가 직접 와서 저 수많은 이름과 사진들을 하나하나 보니 가슴이 아린다"며 "자식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그 마음이 얼마나 썩어 문드러졌겠느냐"고 눈시울을 붉혔다.
빛바랜 타일 위 절규…"얼마나 아팠을까" 오열하는 시민들
등대로 향하는 길목에는 희생자의 이름표 뿐만 아니라 빛바랜 타일 그림들이 가득 붙어 있었다. 그 위로 "보고 싶다"는 절규에 가까운 글귀들이 덧칠해져 있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특히 "딸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라고 적힌 타일 위 글귀를 보며 한 여성이 한참 동안 오열하다 벤치에서 숨을 고르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추모객들은 세월의 흔적으로 하얗게 변해버린 리본 옆에 선명한 노란색 리본을 새로 묶으며 기도를 올렸다.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시민들은 저마다 가슴에 새긴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다시 한번 팽목에 남기며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진도항. 등대로 향하는 방파제 진입로를 따라 늘어선 낡고 노란 깃발들은 거센 바닷바람에 찢기고 헤져 있었다. 한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