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요진 기자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 등을 촉구하는 대규모 투쟁결의대회를 열고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다음 달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 메모리 반도체의 생산 차질이 글로벌 공급망 충격으로까지 뻗어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3개 노조(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전국삼성전자노조·삼성전자노조 동행)가 결성한 공동투쟁본부는 23일 경기도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4·23 투쟁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근로자의 과반을 확보한 초기업노조가 주축으로서, 해당 노조의 조합원 약 80%가 반도체 담당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소속이다.
이날 결의대회는 노조가 그동안 요구해 온 수십조 원 대 성과급 지급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마련됐다. 노조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상한 없이 지급할 것을 제도화하라고 사측에 요구 중이다. 현장에는 노조 추산 4만여 명, 경찰추산 3만여 명의 삼성전자 노조원들이 모였다. 노조 추산대로라면 삼성전자 전체 임직원의 3분의 1 가까이 모인 것이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은 투쟁사를 통해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 동안 더 나은 삼성전자를 만들기 위해 성실하게 교섭했지만 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성과급 제도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사측은 일회성 보상이라는 명목으로 교섭을 마무리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투쟁은 삼성전자의 미래를 위한 싸움이며,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위한 싸움"이라며 "성과에 따른 정당한 보상으로 인재 제일 원칙을 되살리며, 우리의 당당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결의대회에는 약 3시간 전부터 노조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캠퍼스 입구부터 메인 무대까지 약 1.8㎞가 노조원으로 가득 찼다. 노조원들은 '투쟁',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라는 글씨가 새겨진 검은색 조끼를 입고, 양손에 각각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라고 쓰인 피켓을 들었다. 노조원들은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수차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박요진 기자집회가 열린 8차선 도로는 양방향 모두 통제됐으며 교통 관리와 우발 상황에 대비해 400명이 넘는 경찰이 투입됐다. 소방당국도 구급 인력 80명, 구급차 등 차량 18대를 배치했다.
노조의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을 삼성전자 올해 예상 영업이익 300조 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45조 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사측은 고비용 구조 고착화 우려 등을 들어 난색을 표하며 SK하이닉스 수준의 지급률 약속 등을 포함한 DS부문 특별포상안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거부했다. 노조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음 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입장이다.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노조는 18~30조 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반도체 타격론'을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날 노조는 보다 강화된 투쟁 지침도 밝혔다. 조합비를 급여에서 공제하는 '체크오프'를 통해 조합원임을 사측에 밝히는 한편, 노조 조끼를 입고 업무에 임하라는 것이다. 사업부별 파업 참여율 파악 차원의 투표를 진행해 공개하는 등 실질적인 파업 준비에도 돌입할 방침이다. 투쟁지침 2호를 선포한 노조는 조합원들에게 총파업 기간 동안 연차와 쟁의 근태를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박요진 기자이처럼 파업 위기가 고조되자 삼성전자 사측은 앞서 법원에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노조의 쟁의권은 존중하되, 파업으로 국가 중요 생산시설이 멈추는 등 차질이 빚어져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가처분 신청의 인용 여부는 법원이 삼성 반도체 생산 주요 시설을 공익상 중요한 시설이자 안전보호시설로 볼 것인지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사측은 노조의 파업과 관련해 반도체 사업장의 안전과 직결된 설비 운영은 쟁의행위와 별개로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회사는 반도체 생산라인의 안전보호시설 유지·운영에 관여하는 일부 인력은 정상 근무가 필수라는 입장이다. 해당 인력은 전체 임직원의 약 5%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삼성전자 노사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외신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파업으로 삼성 반도체 생산 라인이 멈출 경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자동차, 스마트폰 등 산업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메모리칩 제조사인 삼성전자에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메모리 품귀 현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편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이 포함된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회원들은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과도하다며 이날 오전 노조 결의대회 장소 인근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반도체 공장의 지분을 갖고 있는 사람은 주주들이지, 직원들이 아니다"라며 "반도체 호황 사이클에서 공장을 멈추면, 주주들의 재산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