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형량 17건 낮춘 부장판사 기소…'재판거래 vs 소명 부족' 공방 예고

  • 0
  • 0
  • 폰트사이즈

법조

    형량 17건 낮춘 부장판사 기소…'재판거래 vs 소명 부족' 공방 예고

    • 0
    • 폰트사이즈

    공수처, 현직 법관 기소 첫 사례
    고교 동문끼리 '재판 거래' 혐의…"3300만원 뇌물·17건 감형"
    부장판사 측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기소, 유감"
    앞서 "뇌물 공여 소명 부족" 구속영장 기각…대가성 쟁점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김모 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김모 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교 동문 변호사로부터 수천만 원대 금품을 받고 재판 관련 편의를 봐준 혐의로 현직 부장판사가 재판에 넘겨지면서, 사법부 신뢰를 둘러싼 파장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다만 앞서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바 있어, 향후 법정 공방에서 혐의 입증 여부를 둘러싼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및 뇌물공여 등 혐의로 김모 부장판사와 정모 변호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공수처에 따르면 김 부장판사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전주지법 형사 항소심 재판장으로 근무하며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판단을 하고, 그 대가로 33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핵심 쟁점은 '재판과 금품 사이의 대가관계'다. 공수처는 김 부장판사가 정 변호사가 대표인 법무법인이 수임한 항소심 사건 21건을 맡아 이 가운데 17건에서 형량을 감경했고, 특히 금품 수수 이후 선고된 6건은 모두 원심을 파기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변론 종결이나 선고일 등 재판 주요 국면에 두 사람 간 통화가 집중된 정황, 성공보수 약정 변경 직후 판결이 이뤄진 사례 등도 '재판거래' 의심 근거로 제시됐다. 2년여 동안 두 사람이 통화한 횟수는 190여회다.

    실제 사례를 보면,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한 음주운전 사건이 징역 5개월에서 벌금 500만 원으로 낮아지거나, 대규모 불법 도박사이트 관련 사건이 실형에서 집행유예로 감경된 것으로 조사됐다. 공수처는 이를 두고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친 구조적 유착"이라는 판단을 내린 상태다.

    금품 수수 방식 역시 논란의 축이다. 김 부장판사는 정 변호사가 법인 명의로 소유한 상가를 1년간 배우자의 바이올린 교습소로 무상 제공받았고, 교습을 위한 방음시설 등 공사비 1500여만원도 대납받은 혐의를 받는다. 또 2024년 9월쯤 한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김 부장판사와 정 변호사가 견과류 선물박스에 든 현금 300만원을 직접 주고받은 혐의도 있다.

    현직 부장판사와 고교 동문 변호사 간 뇌물수수 사건 범행 개요. 공수처 제공현직 부장판사와 고교 동문 변호사 간 뇌물수수 사건 범행 개요. 공수처 제공
    또 다른 쟁점은 '성과 연동형 수임 구조'다. 공수처는 정 변호사가 판결 결과를 예측한 듯 성공보수 조건을 사전에 설정하거나 선고 직전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막대한 이익을 취했다고 보고 있다. 구속 피고인의 석방을 조건으로 수천만 원을 선지급받고, 이후 실제로 직권 보석이 이뤄진 사례도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는 게 공수처 설명이다.

    이 같은 정황이 교도소 내부에까지 퍼지면서, 해당 변호사 법무법인으로 사건 의뢰가 몰렸다는 점도 사건의 파장을 키우는 대목이다. 공수처는 접견 녹취 등을 통해 이 같은 '평판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수사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도 동시에 제기된다. 앞서 법원은 지난 3월 김 부장판사와 정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에서 "뇌물 공여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공수처는 이후 보완수사를 거쳐 기소에 이르렀지만, 동일 쟁점에 대한 법원의 1차 판단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재판 과정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 관계자는 "법원과 의견이 달랐던 상가 무상 제공에 대해 보수적인 관점에서 보완수사를 진행했다"며 "충분히 기소가 가능하다고 보고 별도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사법부의 신뢰를 저해하는 부패 범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판사 측은 즉각 반발했다. 변호인단은 "상가에 관해 수수한 이익이 없고 300만원은 배우자가 변호사 자녀에게 31회 바이올린 레슨을 하고 받은 레슨비"라며 "재판거래는 결단코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수처가 구속영장 심사 과정에서 법원으로부터 '소명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받고도 추가 조사 없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기소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