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끝없는 경쟁, 비교에 지친 시대.
최근 사람들은 완벽한 성공담보다 불안하고 흔들리는 인물들의 이야기에 더 깊이 공감하고 있는데요.
요즘 사랑받는 대중문화 콘텐츠에는 서로의 상처를 끌어안고 함께 살아가려는 공존과 연대의 메시지가 반복해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장세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성공은 바라지도 않아요.
그냥 한 편만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무가치함을 조금은 극복할 수 있게."20년째 데뷔하지 못한 영화감독 황동만.
열등감과 시기로 가득한 주인공과 그가 밉지만 어떻게든 함께 살아보려는 주변인들의 이야기입니다.
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의 불안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시청자들은 "번아웃과 우울감으로 힘든 현대인에게 위로가 된다"는 등 진심 어린 반응을 쏟아냅니다.
JTBC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JTBC 공식 홈페이지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주인공 그레이스 역시 전형적인 영웅과는 거리가 멉니다.
기억을 잃은 채 우주에서 눈을 뜬 과학 교사 그레이스는 두려워하고, 도망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낯선 존재인 외계 생명체 로키와 손을 맞잡으며, 영화는 살아남기 위한 경쟁보다 함께 살아가기 위한 연대를 이야기합니다.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그레이스와 로키가 별들을 구하면
우린 집에 갈 수 있어."최근 사랑받는 콘텐츠에는 이처럼 불완전한 존재들이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이야기가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전문가들은 자극적인 서사와 통쾌한 성공담보다 관계와 공동체, 이해받고 싶다는 감정에 대중이 더 깊이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인터뷰] 김유민 연구원 / 문화선교연구원
"(예전에는) 어떻게 카타르시스의 장면으로 진행되는가 이런 것들이 주된 포인트였다고 할 수 있는데, 이렇게 대놓고 찌질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못한다. 하기 싫다. 나는 그럴 수 없는 사람이다'라고 이야기를 하는 경우까지는 좀 드물었던 것 같아요."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인스타그램 'projecthailmary'[악동뮤지션 '소문의 낙원',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 악동뮤지션의 음악 역시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긴 슬럼프를 견딘 동생과 곁에서 함께하며 동생을 일으켜 세운 오빠의 이야기는 불완전한 삶의 감정을 모두 끌어안으며 위로를 전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공감과 연대의 서사가 사실상 기독교에서 오랫동안 이야기해온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고 말합니다.
교회가 사회에서 신뢰받지 못하는 사이 대중문화 콘텐츠가 오히려 기독교에서 강조하는 사랑과 공존의 이야기를 더 자연스럽게 담아내고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유민 연구원 / 문화선교연구원
"태초의 하나님께서 우리 가운데 창조 섭리로 이루어 주신 본연의 모습이 연대와 공존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니까 예수님께서 사실은 그 수많은 계명 중에 딱 두 가지 계명을 남기셨을 때 하나님 사랑 그리고 이웃 사랑이라는 그 개념에도 아주 철저하게 맞닿는…"
악동뮤지션 '소문의 낙원' 뮤직비디오. AKMU 유튜브 화면 캡처정답을 제시하는 듯한 교회들의 메시지보다,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이해해주는 기독교적 문화 콘텐츠가 더 많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나요한 대표 / 필름포럼
"그 문화라고 하는 것도 굉장히 '그냥 우리가 갖고 있는 것 한번 들어볼래요?'가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요소, 메시지 또는 방식과 기술을 굉장히 연구를 많이 해야 되는 것이 사실이죠."
상처와 불안까지 숨기지 않는 진솔한 이야기가 공감을 얻는 시대.
어쩌면 지금 사람들은 완벽한 해답보다 연약함 속에서도 서로를 붙들어주는 사랑 안에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CBS뉴스 장세인입니다.
[화면출처: Amazon MGM Studios, AKMU, JTBC Drama, tvN D ENT 등 유튜브]
[영상기자: 이정우 최내호]
[영상편집: 김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