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구조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 관계자들이 인명 구조와 수색 활동을 펼치고 있다. 류영주 기자3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는 침하가 발견돼 이를 진단하기 위한 안전점검 과정에서 일어났다. 공사 현장의 안전을 위한 각종 절차는 존재했지만, 정작 위험이 감지된 뒤 이를 확인하는 안전점검 과정 자체를 위한 안전장치는 미비했던 모양새다. 차제에 위험 구조물 안전 진단 과정에 대해서도 필요한 안전 기준과 대응 체계 등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안전점검 중 현장서 붕괴 참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는 안전 진단 과정에서 발생했다. 지난 26일 오전 1시 30분에서 2시 30분 사이 진행된 고가차도 9번 상판(슬라브) 절단 작업 중 2.9cm의 침하가 발생했다. 이에 공사가 즉각 중지됐고 추가 침하를 막기 위한 보강 작업이 진행됐다.
이후 오전 7시 30분쯤 현장 관계자가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에 현장 상황을 유선으로 보고했고, 오전 9시쯤 대면 보고가 이뤄졌다. 서울시는 교통 통제 필요나 공사 재개 여부 등을 정밀하게 판단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불러 안전진단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오후 1시 40분쯤 문제의 합동 현장 안전진단이 시작됐다.
감리단장과 외부 전문가 등은 침하 원인과 교통 통제 필요성 등을 판단하기 위해 안전모와 방진복 수준의 보호장비만 착용하고 하부 공중비계에 올라 상태를 육안으로 점검하던 중 구조물이 주저앉으면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시공사 소속 60대 현장관리소장과 60대 감리단장, 50대 외부 전문가 등 3명이 숨졌다.
서울시 임춘근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구조물에 이상 징후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어느 정도 위해 요소가 있는지는 점검해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거더 상태를 확인하려면 하부에서 봐야 하는데, 하부에는 공중비계가 있어 직접 볼 수 없는 상황이라 직접 들어가서 확인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은 광역수사대장(백승언 총경)을 팀장으로 하는 50명 규모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사고가 발생한 당일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산업안전보건공단 등과 함께 사고 현장에 대한 정밀 감식을 진행했다. 서울서부지검도 이날 소재환 형사5부장을 팀장으로 한 11명 규모의 전담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1966년 준공된 서소문 고가차도는 2019년 콘크리트 탈락 사고 이후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 판정을 받았다. 이후에도 바닥판 붕괴와 콘크리트 탈락 등이 반복되면서 철거가 결정됐고, 지난해부터 철거 공사가 진행돼 왔다. 사고 당시 공정률은 88%를 넘긴 상태였다.
"안전 진단에도 안전 장치 필요"
26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다리 상판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17일부터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작업을 진행해 왔다. 1966년에 지어진 이 고가차도는 최근 정밀안전진단에서 붕괴 위험이 큰 '안전등급 D' 판정을 받아 철거가 결정됐다. 박종민 기자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의 '서소문고가 개축(성능개선) 실시설계 용역 공사시방서'에 따르면 "철거 구조물의 변형·침하 또는 붕괴를 방지하고 인접 시설물이 손상되지 않도록 필요시 버팀대 또는 지주 등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같은 버팀대나 안전시설 등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 측은 교량 아래 철길이 지나가는 등 현장 상황이 녹록지 않아 별도의 버팀목 등을 설치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또 감리단장 등이 올라섰던 거더의 안정성에 크게 이상이 없던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양측 교각 사이에 받쳐져 있는 구조라 무너지는 사고가 있을 것이라고는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가 안전 점검을 위한 안전 제도가 사각지대로 떠올랐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안전점검을 위한 안전 메뉴얼 등이 부재한 것이 안전 문제의 사각지대로 떠올랐다는 지적이다. 연세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조원철 명예교수는 "안전진단 자체도 굉장히 위험한 작업"이라며 "사람이 직접 들어가기 전에 드론이나 중장비 등을 활용해 원격으로 먼저 조사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드론으로 원격 감지하거나 포크레인을 이용해 구조물에 직접 하중을 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충분히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며 "현재 안전진단의 안전과 관련한 별도 규정은 사실상 없는데, 안전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불편함과 작업 지연을 감수하더라도 규제성 있는 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건국대학교 안형준 건축공학과 교수도 "이번 사고는 안전장치 없는 안전진단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라며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 역시 안전장치를 확보한 후에 진행됐어야 했는데, 결국 외부 자문가와 안전진단 책임자까지 숨지는 참변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현장 상황상 즉각적인 위험 판단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을지대학교 보건환경안전학과 이명구 교수는 "현장에 투입된 전문가들은 시민 안전 대책이 시급한 상황에서 구조물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접근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는 균열이나 교좌장치 이상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안전학회 안홍섭 회장은 "이상이 생긴 뒤 작업을 중단하고 위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점검을 실시한 것 자체는 합리적인 판단으로 보인다"며 "침하가 발생한 뒤 추가 변형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고 보고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구조물이 추가 변형이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을 사전에 더 충분히 확인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침하 가능성을 해체 계획 단계에서 예측할 수 있었는지가 향후 주요 쟁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