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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 5미터의 대형사진으로 본 설경은 어떤 느낌일까? 눈이 바람의 방향에 따라 좌우로 또는 위아래로 흩날리는 것을 느낄 수 있고, 줄기 위에 탐스럽게 쌓인 눈보숭이를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3월에 내린 서설을 찍은 사진은 눈덮인 사이로 보이는 갈색 줄기에서 봄이 움터오는 기운을 감지할 수 있다. 이처럼 사진에서 생생한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설경의 독특한 미적 순간을 포착해낸 작가의 감각과 2억만 화소의 높은 해상도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사진작가 권부문(56세)의 <산수와 낙산="">전이 학고재갤러리에서 1월 12일부터 2월 27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본관의 <산수>전에 12점, 신관의<낙선>전에 22점이 선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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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의 설경을 담은 작품은 즐비하게 늘어선 갈색 나무들과 그 사이사이로 보이는 하얀 눈은 어쩌면 저렇게 깊숙한 곳까지 선명하게 보일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이다. 그건 바로 눈이 세차게 퍼붓기 때문에 나무사이로 내리는 눈이 앵글에 잡혔기 때문이라고 권작가는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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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풍경을 족자처럼 길게 찍은 작품은 마치 한 폭의 동양산수화를 대하는 듯하다. 중경과 원경은 쏟아지는 눈발로 뿌옇게 아득해지는 느낌을 주고, 근경의 소나무 두 그루는 추운 겨울에도 꿋꿋한 기상을 드러낸다. 그 소나무 몸통 위로는 빗살무늬로 세차게 내리는 눈의 형상이 선명하게 보인다.권 작가는 이 작품의 구도와 소나무 두 그루를 북송대 화가 곽희의 <조춘도>와 흡사하다고 말한다.그는 자신의 유전자에 동양의 미적 감각이 새겨져 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이런 장면을 담아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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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풍경을 담은 사진은 수평으로 가로지로는 모래사장과 바다, 하늘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3분된 화면에서, 아래쪽의 온통 하얗게 눈에 덮인 모래사장은 마치 흰 여백인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중간의 바다는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격랑의 장면을 담아내고, 바다 위로 펼쳐진 하늘은 사선의 입자로 쏟아져 내리는 눈보라로 압도된다.그런가 하면 바다와 하늘로 양분된 낙산 풍경사진은 검은 빛 바다와 잿빛 하늘을 담고 있다. 그 사이로 별빛처럼 빛나는 커다란 눈송이들은 마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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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획자 김애령씨는 "권작가의 사진 풍경은 평범하고 누구나 어디선가 보았을 법한 편안함이 있다. 그럼에도 화면 안에는 작은 부분까지 모두 조화를 이루고 있어,작품 앞에 서 있는 관객을 꽉 붙잡는 힘이 있다"고 평했다. 그는 이어 "관객이 사실 점점 작품으로 안으로 들어가는 환상을 가지게 된다. 그것은 과거 동양산수화 앞에서 사람들이 와유하고 소요하는 시선으로 등산을 하고 산보하는 것처럼, 이미지와 관객과의 관계에 있어서 동양산수화와 권작가의 작품은 흡사하다"고 말했다.
전시제목을 ''산수''라고 붙인 이유에 대해 권부문씨는 "과거에 대자연 앞에 섰을 때 자기 삶을 성찰하는 그런 대상으로 대했던 산수개념을, 오늘의 사진 작업에서도 적용해본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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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권작가의 산수 작품 앞에 서면 마치 풍경 속으로 들어가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풍경의 요조조모를 완상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있다. 낙산 바다 작품 앞에 서면 시원의 바다를 혼자서 바라보고 있는 듯한 고적감이 든다. 평론가 쿠라이시 시노씨는 "해변은 오히려 한 사람의 관객을 위해 마련된 무대인 것 같다. 나 자신과의 대화를 위한 사진인 것이다.수직의 화면, 그리고 화면 아래쪽의 절대적으로 비어 있는 무대는 ''사진가-보는 자''가 바로 이 순간, 절대적인 구역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마주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고 해석한다. 권작가는 "눈내리는 겨울바다에 서고자 하는 나의 열망을 작품에 담았다"며" 전시공간을 찾은 관객들 역시 이러한 감흥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으로 관객을 초대한다"고 말했다. 눈이 유독 많이 내리는 이 겨울에 권부문 작가의 초대에 응해 보면 어떨까?
전시문의:02-720-1524
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별이>조춘도>낙선>산수>산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