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다니다 10여년 전 개인사업을 시작한 송모(43) 씨는 최근 반값 등록금 논란에 마음이 무겁다.
본인도 대학 재학시절 학자금 대출을 받고 갚아나가느라 적잖이 고생했던 경험과 함께, 자녀 학자금 지원제도가 잘 돼있던 옛 직장에 대한 기억이 겹쳐 떠오르기 때문이다.
송 씨는 "아직 아이들이 많이 어리긴 하지만 나중에 대학 보낼 생각을 하면 솔직히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이 부럽다"고 말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들은 임직원 자녀들에 대한 학비 지원제도를 복리후생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의 경우 임직원 자녀의 초·중·고 등록금은 물론 대학 등록금 전액을 자녀 숫자에 상관없이 지급하는 식이다.
신세계의 경우는 임직원이 퇴사한 뒤에도 10년 동안 자녀 학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최근 도입했다.
포스코는 아예 대학 입학 이전에라도 그에 준하는 학비를 미리 당겨 쓸 수 있는 ''신 장학금 제도''를 몇 년 전부터 운영중이다.
기업들이 구체적인 내역은 밝히지 않고 있지만 상위 100대 기업들은 대부분 전액 또는 상당액의 대학 등록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정보업체 ''사람인''의 임민욱 팀장은 "지원 금액 등에서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30대 기업 정도는 다 한다고 보면 된다. 100대 기업도 해주는 곳이 더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이하의 중견·중소기업들은 사정이 다르다.
중견기업 가운데 한국 옵티칼 하이테크나 중소기업 중에서는 홍진 크라운 등이 각각 근속연수에 따라 차등 지급하거나 직원당 자녀 2명까지 대학 등록금의 50%를 주고 있지만 매우 예외적인 경우다.
전체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및 자영업 종사자들은 대기업들과는 달리 아무런 보호막 없이 ''등록금 폭탄''에 노출되는 게 현실이다.
주택, 교육 등 큰돈이 들어가는 부문에 대한 국가 복지시스템이 미흡한 상황에서 등록금 지원에 대한 대·중소기업간의 사내 복지 차이는 또 다른 빈부차를 낳고 있다.
취업정보업체 커리어의 김진영 팀장은 이와 관련해 "입사 지원자들이 복리후생 측면도 나름대로 확인하고는 있지만 학자금까지는 꼼꼼히 살피지 못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나중에 해당 연령대가 되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