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12월 17일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전설 속 영웅으로 만드는 작업에 부쩍 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북한의 각종 매체는 김 위원장 사망 직후부터 그를 ''민족의 영원한 태양''으로 묘사하면서 부친인 김일성 주석의 반열에 올려놓고 있다.
조선중앙통신과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김 위원장 사망 한달을 맞은 17일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은 영원한 선군태양''과 ''민족의 영원한 태양'' ''인류의 심장 속에 영생하시는 위인'' 등을 제목으로 한 김 위원장 찬양 글을 쏟아냈다.
이에 앞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비롯한 모든 신문은 전날 1면에 새로 창작된 김정일 찬양가 ''장군님은 태양으로 영생하신다''의 가사와 악보를 일제히 게재했고, 방송 매체는 이 노래를 반복해 내보냈다.
북한 매체들은 해외에서 김 위원장을 ''21세기를 대표하는 걸출한 사상이론가'' ''위대한 영도자'' ''영원한 태양의 존함'' 등으로 칭송·찬양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이 김 위원장의 시신을 김 주석처럼 영구보존하기로 결정하고 그의 생일을 ''광명성절''로 제정했다고 ''특별보도''를 통해 밝혔다. 또 김 위원장의 동상을 세우고 그의 초상화인 ''태양상''을 설치하는 한편 영생탑도 건립하기로 했다.
북한은 김 주석 3주기였던 1997년에도 김 주석의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한 ''주체'' 연호 사용을 결정하고 그의 생일을 ''태양절''로 제정한 바 있다.
김 주석을 ''사회주의 조선의 시조''로 간주해 ''조선 민족은 곧 김일성 민족''이라는 논리를 제시하고 김 주석을 `민족의 태양''이라고 표현했다.
김 위원장은 김 주석보다 더 빠른 신격화를 통해 ''태양'' 반열에 올라서고 있다.
현재 북한은 김 주석을 ''20세기의 태양''으로, 김 위원장을 ''21세기 태양''으로 구분해 부른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을 김 주석과 같은 위치에 올려놓음으로써 북한 주민에게 두 개의 태양을 모신 민족, 국가로서의 자부심을 강조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는다.
또 북한이 1998년 헌법 개정으로 주석직을 김 주석만의 자리로 만든 것처럼 국방위원장직을 김 위원장만의 직책으로 해 ''전설 속 직위''로 만들 가능성을 조심스레점치기도 한다.
북한이 이처럼 김 주석에 이어 김 위원장을 ''전설 속 영웅''으로 만드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김정은 체제 공고화 차원으로 보인다.
김 주석의 대를 이은 ''주체혁명위업'' 계승자로서 김 위원장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전설로 만들어 북한이 ''백두혈통''이라 일컫는 김 부위원장으로 이어지는 3대 권력세습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활용한다는 얘기다.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김정일 신격화는 김일성 일가에 의해 형성된 북한체제와 인민의 정체성 등을 강조하고 김정은으로 권력승계를 정당화하기 위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북한이 김정은을 중심으로 새 시대를 준비하자고 강조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