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체크]수도권에 미사일 쏠 때 고각발사? 개성에 사드?
3일 열린 대선후보 첫 TV토론에선 5년 전 임시배치됐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가 또 튀어나왔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북한에서 수도권을 (미사일로) 겨냥할 경우 고각발사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연히 수도권에 (사드가) 필요하다"며 '사드 추가 배치'를 재차 주장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수도권을 방어하려면 개성쯤에 사드를 배치해야 된다"며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전략자산화했는데, 잠수함을 타고서 측면에서 공격하면 방어가 불가능하다"며 이에 반대 입장을 표했다.
CBS노컷뉴스는 군사적 측면에서 각종 연구논문과 전문가 취재 등을 통해 이 발언들이 타당한지 여부를 검증했다. 결론부터 설명하면 모두 틀렸다.
사드는 '종말'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단거리 아닌 중거리 미사일 대응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토론에서 "사드 배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데, 수도권에 하면 고고도 미사일은 해당이 없다"며 왜 그걸 다시 설치해서 중국의 반발을 불러와서 경제를 망치려고 하는지. 이거 어디다가 설치할 건지, 그거 한번 말씀해 봐 달라"고 묻자 윤 후보는 이렇게 답했다.
◆ 윤석열> 사드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셔야 될 것 같은데. 거기에 대해서 얘기가 없다가 오늘 L-SAM(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이라고 하는 어느 정도 중고도를 요격하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된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L-SAM이라고 하는 것은 40~60km 고도이고, 사드는 40~150km 고도인데, 북한에서 수도권을 겨냥할 경우에는 고각 발사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연히 수도권에 필요하다. 그러나 이 요격 장소는 꼭 수도권이 아니어도 강원도든 충청도든. 아니면 경상도지만 조금 더 당겨오든. 제가 볼 때는 위치는 군사적으로 정해야 될 문제라고 저는 생각한다.
우리가 '사드'라고 흔히 줄여 말하는 요격미사일 체계의 정식 명칭, 이른바 '풀 네임'은 종말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다.
탄도미사일은 발사한 뒤 고도를 올리는 '상승', 안정적인 고도를 유지하며 목표를 향해 날아가는 '중간', 본격적으로 목표를 노리며 하강하는 '종말'단계로 나뉜다. 사드는 이름처럼 '종말'단계에서 40~150km 고도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대기권은 고도 100km까지다.
현재 한국에 실전배치된 패트리엇 PAC-3와 천궁-Ⅱ(M-SAM)로는 20~40km 내외 고도에 있는 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PAC-3 개량형의 최대요격고도가 30~40km 정도이며 천궁-Ⅱ는 20km 내외다.
이에 비해 사드는 보다 높이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대신 최소요격고도가 존재하는데, 쉽게 이야기하면 고도 40km 밑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은 사드로 요격할 수 없다.
우리 군은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40~60km 고도 방어가 가능한 L-SAM을 이미 개발하고 있으며, 40~150km 고도 방어가 가능해 사드에 준하는 성능을 발휘하는 L-SAM-Ⅱ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PAC-3와 비슷한 성능을 발휘하는 천궁-Ⅲ도 개발할 계획이다.
이렇게만 보면 사드는 고고도 방어가 가능한 성능 좋은 무기이기 때문에 추가 배치가 필요하다는 발언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방어체계는 우리가 적으로 상정하는 세력이 보유한 능력에 기반한 공격 방법, 지리적 위치 등에 따라 그 효용성이 아주 크게 달라진다.
때문에 40~150km 고도 방어가 가능한 사드를 배치하려는 주장의 타당성을 따져보려면, 먼저 북한이 해당 고도로 비행하는 미사일로 서울을 타격할 것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종심 짧은 한반도에서 뭐하러 고각발사?…효용성 떨어져"북한에서 수도권을 겨냥할 경우에는 고각발사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연히 수도권에 (사드가) 필요하다"는 윤 후보 발언은 이러한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고각발사는 약점이 많기 때문이다.
지구가 둥글다는 특성 때문에, 레이더는 거리가 멀어질수록 일정 고도 이하에서 날아다니는 비행체를 탐지하지 못한다. 수상함에 달린 레이더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저공으로 날아오는 항공기나 미사일을 탐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항공기를 띄워 먼 거리에서 적 함대나 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는 항공모함이 군사적 효용성을 갖는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여기에서 엿볼 수 있듯 미사일이 요격체계를 피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미사일 속도를 아주 빠르게 하거나 처음부터 고도를 낮게 쏘는 저각발사로 레이더에 늦게 탐지되게 해, 요격체계가 대응할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당연히 싸고 빠른 방법은 후자다.
북한은 2019년 5월 4일 이른바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KN-23을 시험발사했는데 당시 정점고도는 60km, 비행거리는 240km으로 탐지됐다. 그 뒤 같은 미사일을 5월 9일, 7월 25일, 8월 6일 발사할 때는 고도 37~50km, 비행거리 400~600km를 기록했다.
그런데 올해 1월 27일 이 미사일이 또다시 발사됐을 때는 고도 20km, 비행거리 190km로 탐지됐다. 이는 같은 미사일이라도 한미 방공망을 회피하기 위해 일부러 고도를 낮춰 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비행고도가 더 낮은 장사정포나 방사포 등은 말할 필요도 없다.
국내 미사일 분야 전문가인 한국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최근 북한이 저고도 비행과 변칙기동 기술을 개발해 신형 탄도미사일들에 탑재하고 있는데, 종심이 짧은 한반도 전장 환경에서 사드와 같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그만큼 효용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생각해 보면 북한 입장에서도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이나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은 비싸다. 그리고 고각으로 발사하면 비행시간이 길어지는데다 레이더에 포착돼 그만큼 대응할 시간을 벌어주는 만큼, 효율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애초에 북한이 수도권을 공격하려면 MRBM이나 IRBM을 쏠 필요 없이 사거리 1천km 이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만으로도 충분하다. 서울에서 평양까지 거리는 200km이며 북한 최북단인 함경북도 온성군에서 계산해도 서울까지 거리는 650km 정도다.
온성군에서 전남 완도군까지 거리가 1천km인데, 이는 일부러 한반도 최북단과 최남단 사이를 잰 거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은 SRBM만으로도 제주도를 포함해 한반도 전체를 타격할 수 있다. 설사 중국이 한국에 미사일을 쏜다고 가정해도 산둥반도에서 서울까지 거리가 400km 남짓, 부산까지는 650km 정도다. 공격 측 입장에서, 굳이 고각발사를 해서 방어 측에 요격 기회를 줄 필요는 없다.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도 2016년 7월 북한이 무수단(화성-10형) IRBM을 고각발사한 직후 열린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북한이 제정신을 갖고 있다면 무수단 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할 이유는 전혀 없다"며, 북한이 무수단을 고각 발사해 수도권을 타격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고각발사 말고도 북한이 서울을 공격할 화력과 자산은 있다. 스커드 미사일만 해도 수백 발이다"고 답했다.
실제로 2016 국방백서 223페이지를 보면, 국방부는 사드를 성주에 배치하는 일에 효용성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수도권에 위협이 되는 북한 탄도미사일은 스커드 계열로, 비행고도가 낮고 비행거리가 짧기 때문에 사드보다 패트리엇이 더 유용한 요격무기체계"라며 "중부 이남에 배치된 패트리엇 일부를 수도권으로 전환배치할 수도 있어 수도권 방어능력도 현재보다 더 강화될 수 있다"고 적었다.
2016년 기준인 만큼 현재와는 약간 다른 부분도 있다. 스커드 계열 미사일은 액체연료 기반인 만큼 우리가 사전에 발사 징후를 탐지할 가능성이 높다. 사거리 300km인 스커드-B형으로도 수도권을 타격하기엔 충분하지만, 북한이 KN-23과 24 등 고체연료 기반 SRBM을 계속 시험발사하는 이유도 스커드를 대체하기 위함이라고 추정된다.
이렇게 저고도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막기 위해 서울 시내를 포함한 수도권에 이미 패트리엇 미사일 등이 여럿 배치돼 있다. 대표적인 예로 청와대 바로 뒤 북악산 등이 있다.
윤 후보는 "격투기 싸움을 한다고 할 때 측면으로 옆구리도, 다리도, 복부도 치고 또 머리도 공격하면 다 방어를 해야 한다"며 "사드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중층적인 방어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부연하긴 했다.
하지만 민주당 선거대책위 김정섭 안보상황실장(전 국방부 기획조정실장)은 "상층방어체계를 갖추기 위해 L-SAM을 이미 개발하고 있고, 2~3년이면 가능하다"며 "지금 사드 구매를 추진하면 L-SAM보다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려 배치될 텐데, 1조 5천억원이라는 돈을 들여서 굳이 사드 구매를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비판했다.
장영근 교수는 "L-SAM은 여러 문제로 인해 2~3년 안이 아니라 2029년 이후 전력화되는 쪽으로 지연됐다고 알려져 있다"면서도 "사드 배치를 주장하더라도 '최근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에 따라 군사적 효용성, 기술적 타당성,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하여 우리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재검토하겠다'고 하면 되지, 왜 굳이 수도권에 사드를 추가 배치하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수도권 방어하려면 개성에 사드 배치? 심상정 주장도 비현실적수도권을 고각발사 미사일로 공격하는 경우를 굳이 가정하면 그래도 사드가 방어에 효용성이 있긴 하다는 점에서 윤 후보 발언엔 일부 맞는 점도 있지만, 심상정 후보 발언은 아예 처음부터 사실관계가 틀렸다.
◆ 심상정> 그런데 수도권 방어를 하려면, 제가 이해하는 사드 시스템으로 보면, 저 개성쯤에 사드를 배치해야 된다. 그렇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중략) 개성이나 이쪽에 해야 수도권 방어가 가능하고 이것은 120도 정도를 감시할 수 있는 거기 때문에. 지금 이제 북한이 SLBM을 전략 자산화했다. 그래서 잠수함 타고서 측면에서 공격하면, 방어가 불가능하다.
사드에 쓰이는 AN/TPY-2 X밴드 레이더는 실제 미사일을 유도하는 종말모드(TM)로 가동할 때 방위각 120도(1바퀴(360도)의 1/3)에서 미사일 위협을 탐지할 수 있다. 때문에 같은 위치에 사드를 배치하더라도 방위각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방어할 수 있는 지역이 달라지며, 이 또한 배치 지역을 선정하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문제다.
개성은 잘 알려져 있듯 경기도 파주시 북서쪽에 위치한다. 사드는 지역방어(area defense)체계이기 때문에 설치한 곳 기준으로 일정 반경을 방어할 수 있다.
문제는, 심 후보 발언처럼 수도권을 방어하겠다고 사드를 개성에 둘 필요까지는 없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북한 지역에 사드를 둘 수 있을 리가 없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평택이나 수원 등에 배치하면 수도권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다.
물론 효용성은 떨어진다. 경기도 남부 지역에서 서울까지 거리가 매우 가깝기 때문에, 전방 방위각 120도로는 날아오는 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는 범위가 그만큼 줄어든다. 사각지대에서 쏜 미사일이라도 서울 가까이 다가온 뒤에는 탐지가 가능하겠지만, 그만큼 요격에 성공할 가능성도 줄어든다. 앞서 언급했듯 사드 요격고도는 40~150km다.
때문에 설사 사드를 수도권 방어를 위해 배치하더라도, 서울에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남서쪽에 배치해야 효율적이다. 장영근 교수는 2016년 '북한 핵미사일 공격에 대한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이라는 연구에서 북한이 서울, 충남 계룡대, 경남 고리원전을 표적으로 공격할 경우를 상정해 사드 효용성에 대해 분석한 결과, 사드 2기를 배치한다면 강원도 원주와 대구가 최적이라는 결론을 내렸었다.
SLBM과 관련된 심 후보 발언도 사실관계가 틀렸다. 일단 SLBM은 잠수함에서 쏜다는 특성상, 사전에 징후를 포착하기 어려워 방어 측에서 대응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점은 사실이다.
냉전 시대 미소 양국은 서로를 멸망시키기 충분한 양의 핵미사일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상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일로를 선제 핵공격으로 무력화한다 치더라도, 드넓은 바다 어디에서 잠수함이 한 척이라도 살아남아 SLBM으로 핵보복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양측 모두 서로를 공격할 수 없었다. 이를 상호확증파괴(MAD)라고 한다.
하지만 SLBM도 발사하기 전까지 드넓은 바다에 숨길 수 있을 뿐, 기본적으로는 탄도미사일이기 때문에 요격 자체는 다른 미사일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 SLBM은 은밀성이 아주 뛰어날 뿐, 방어 불가능한 만능 무기가 아니다.
장영근 교수는 "잠수함이 은밀히 이동해 SLBM을 발사하면 (바닷속에 숨기 때문에) 탐지가 불가능하니 방어가 어려운 것이지, 사드 체계가 방어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문제이진 않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주의해야 할 물건은 북극성 계열 SLBM보다 지난해 10월 발사한 KN-23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소형 SLBM이다. 저고도로 날아오는데다 변칙기동을 하기 때문이다.
북한 관영매체는 이 미사일에 "측면기동 및 활공도약 기동을 비롯한 많은 진화된 조종유도기술들이 도입됐다"고 밝히기도 해, KN-23의 특징인 풀업(pull-up, 하강단계 상승비행)기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저고도에서 변칙기동을 해 탐지와 요격을 피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얘기다.
다만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풀업 기동이 문제가 되기 시작하던 시기인 2019년 8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사일이 풀업을 할 때는 속도가 줄어들어 요격 가능성이 커지며, M-SAM과 L-SAM을 개발할 때 이미 대비하고 있던 내용이다"며 "회피기동을 하면서 날아와도 요격할 능력이 있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하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