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물지 않는 상처…그날 멈춘 시계
▶ 글 싣는 순서 ①아물지 않는 상처…그날 멈춘 시계
(계속)
무려 30명의 사상자를 낸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지 꼭 1년이 됐다.
소중한 부모와 형제, 자녀를 먼저 떠나보낸 유가족들은 아물지 않은 상처를 안고 그들의 이름만 애타게 찾고 있다.
1년 전 오늘.
달라진 게 있다면 그날은 온종일 비가 왔고, 이날은 야속할 정도로 하늘이 그저 맑기만 했다.
출장을 떠나 타지에 있는 아들이 걱정된다는 그날 아침 어머니의 28초짜리 안부 전화는 아직도 생생하다.
'여기는 비가 많이 온다'는, 그리고 '조심하라'는 이 짧은 인사는 그렇게 가슴을 저미는 마지막 목소리가 됐다.
유족 이모씨는 "엄마가 출근하는 길이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 걱정이 되셨던 것 같다"며 "출근을 못하고 되돌아간다는 말이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날 오송참사 1주기 추모행사가 열린 궁평2지하차도에서는 가족을 애타게 부르는 유족들의 슬픔만 가득했다.
오송참사 유가족협의회 최은경 공동대표는 "사랑하는 엄마를 잃었고 보고 싶고, 보고 싶고, 그립고, 또 그립다"며 "참사의 유가족이자 피해자 가족으로 거리에 나서야 한다는 게 너무나 기가 막히고 힘이 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수사본부가 꾸려질 때만 해도 진상규명과 최고책임자 처벌이 해를 넘길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다"며 "특히 진상규명과 관련해서는 참사 당일에 멈춰있다"고 지적했다.
지난주 장대비와 지독한 더위가 반복되는 동안에도 유족들은 사고 현장에서 시작해 청주 도심을 돌며 '기억과 다짐' 순례에 나섰다.
소중했던 가족을 잊지 않기 위해, 또 더 이상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힘을 냈다.
한 희생자 어머니는 "유가족으로서 슬퍼하기만 한다고 해 해결되지 않는 현실"이라며 "하루빨리 해결될 수 있게, 모든 사람들이 이 큰 참사에 눈을 돌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7월 15일 아침, 부실하게 쌓은 미호강 임시제방은 밤새 쏟아진 폭우에 힘없이 무너졌다.
그렇게 엄청난 강물이 순식간에 궁평2지하차도를 덮치면서 14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이들을 보낸 유족들과 공포에서 가까스로 몸을 피한 16명의 생존자는 말할 것도 없고, 지역사회에도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로 남았다.
2024.07.15 1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