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대학생 목숨 앗아간 건설현장, 안전조치 부실했나…노동청 수사
▶ 글 싣는 순서 ① "생활비 벌려다" 건설현장 뛰어든 휴학생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② 20세 대학생 목숨 앗아간 건설현장 추락사…노동당국 수사
(계속)
부산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떨어져 숨진 스무살 이진영(가명)군의 유가족은 업체 측이 제대로 된 안전조치 없이 공사를 진행해 참변이 발생했다며, 명확한 진실 규명과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업체를 대상으로 안전조치를 제대로 했는지 등 사고 경위와 원인에 대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달 24일 영도구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떨어져 숨진 이진영군 유가족은 "업체 측의 안전 불감증과 부실한 안전조치가 인명사고로 이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24층이라는 고층 작업현장에다 사람이 떨어질 만한 크기의 환풍구 구멍이 있었음에도 추락을 예방할 수 있는 장치가 적절하게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는 게 유족 측 설명이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3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추락 위험이 있는 개구부에는 안전난간과 울타리, 수직형 추락방지망 또는 덮개 등을 충분한 강도를 가진 구조로 튼튼하게 설치해야 한다. 또 덮개는 뒤집히거나 떨어지지 않도록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안전 조치가 곤란하거나 작업상 임시로 해체해야 하는 경우에는 '안전방망'을 설치하거나 작업자에 안전대를 착용하게 하는 등 추락 방지를 위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사고 당시 이군이 떨어진 환기구가 얇은 철판 하나로만 덮여있었을 뿐, 안전펜스나 안전대 등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개구부 위 철판 덮개는 고정조차 되지 않아, 이군이 이를 밟았을 때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바로 이군과 함께 지상으로 떨어졌다는 게 유가족 주장이다.
이군 부모는 "업체 측이 현장에 안전펜스가 없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덮개에 대해선 계속 말을 바꿨다"며 "덮개 아래에 각목을 양쪽으로 고정시켜 뒀다고 했다가, 나중엔 덮개를 나사로 조립해 고정해 뒀는데 나사가 풀려있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공사 관련 업체는 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안전장비는 정상적으로 지급했고, 교육도 진행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유족 측 주장과는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이군이 소속된 공사 하청업체 관계자는 "원래 덮개 나사가 다 조여있었는데 당시 작업을 위해 풀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작업자에 안전벨트가 지급됐고, 착용하라고 교육도 했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니 조사가 끝나면 정확한 내용이 나올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은 명확한 사실 관계와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한 조사에 나섰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최근 해당 사고에 대해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업체 관계자를 소환해 정확한 사고 경위와 안전규칙 준수 여부 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5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면서 노동당국은 해당 사업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지도 확인하고 있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도급 관계가 있는 만큼 작업자의 소속을 확인하고, 산업안전보건법으로 규정된 도급인의 책임 등에 해당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며 "앞으로 조사를 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30분쯤 부산 영도구의 한 아파트 신축현장 24층에서 20세 이진영군이 추락해 숨졌다. 이군이 대학교 휴학 중 생활비를 벌기 위해 건설현장에 출근한 지 단 이틀 만에 사고를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2024.09.04 15:07